발행일: 2025-11-26 11:37 (수)

3년만에 만난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개막…희망과 치유 법석

연등법회, 사부대중 1만여 명 동참
“따뜻한 ‘희망과 치유의 등 밝히자”
7시부터 동대문~광화문 제등행렬
5월 1일 우정국로서 문화마당 등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연등회가 3년만에 화려한 막을 올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한 연등회는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운영돼 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돼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이에 4월 30일 오후 4시 30분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3년 만에 다시 펼쳐진 축제현장에는 수많은 불자들이 운집해 부처님 오심을 찬탄했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를 주제로 펼쳐진 올해 연등회는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희망과 치유의 법석으로 마련됐다. 연등회의 시작은 봉축연희단의 축하무대를 중심으로 한 어울림마당으로 펼쳐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 선보이는 어울림마당은 연희단의 신명나는 율동을 통해 침체된 우리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징적인 모습으로 연출됐다. 각 사찰과 불교단체의 어린이‧청소년‧청장년들은 음악에 맞춘 활기찬 율동으로 대중들을 축제의 장으로 이끌었고, 참석대중들은 연희단의 신명나는 무대에 환호로 화답했다.

이어 봉행된 연등법회는 연등행렬의 의미와 온 인류의 건강과 평화를 기원하는 법석이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각 종단 지도자들과 조계사․봉은사․도선사 등 주요사찰, 포교사단‧국제포교사회 등 사부대중 1만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봉행됐다.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으로 시작한 연등법회는 개회선언, 삼귀의, 우리말 반야심경 봉독, 봉축위원장 원행 스님의 개회사,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의 경전봉독,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과 진각종 통리원장 도진 정사의 기원문 낭독,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의 평화기원메세지로 이어졌다.

봉축위원장 원행 스님은 개회사를 통해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코로나가 끝나가고 연등회가 빛을 밝혔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분별의 무상함을 전했으니, 이제 인류는 다시 한번 성찰하고 변화해야 할 때”라며 “그 변화의 한걸음은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국가와 세계를 위해 함께 정진해 나가자. 이것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신 가르침”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스님은 “오늘은 환희와 자비가 넘치는 날”이라며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요익케 하고 구제하고자 했다. 연등행렬에 참가하는 불자들의 환희심이 널리 전달돼 국민의 마음속에 희망으로 깃들기를 발원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도 <<붓다차리타>> 경전 봉독으로 부처님 오신 뜻을 전했다.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오늘날 세계는 인간의 끝없는 욕구가 탐욕이 되어 공존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며 “부처님께서 뭇생명의 행복을 위해 나투셨던 것처럼 모든 이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면서 모든 삶이 행복을 구원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모든 대립과 갈등을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불사에 기꺼이 앞장서 나가겠다”며 “부처님이 깨달음 향해 걸어가신 그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지혜의 등불을 밝혀달라”고 발원했다.

진각종 통리원장 도진 정사는 기원문에서 “우리의 간절한 합장으로 언제나 변함없는 자비심으로 나투시는 부처님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목마른 세상”이라며 “세상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가르침을 무상하게 흘려보내는 우리를 참회하면서, 우리 불제자 모두는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혜롭게 세상을 보고 나부터 바꿔 나가겠다”고 서원했다.

관음총 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평화기원메세지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발원했다. 스님은 “반세기가 넘는 오랜 세월동안 남북이 대치된 상태로 서로 상처를 남기고 있다”며 “한 뿌리에서 나온 한민족이 둘로 쪼개져 대치하고 있는 이 시대, 우리가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긴장과 대립이 아니라 부처님 자비심을 바탕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평화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면한 과제로 삼아, 평화와 상생의 길로 행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 땅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넘치고 서로 화합된 가운데 하나가 되어 보다 평화롭고 따뜻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한편 저녁 7시부터는 연등회의 본행사인 연등행렬이 이어진다. 서울·경기 지역 사찰·신행단체들이 각기 마련한 각양각색의 수만개의 행렬등과 장엄등이 빛을 밝힌 가운데, 흥인지문(동대문)을 출발해 종각을 거쳐 조계사까지 행진한다. 올해 행렬에는 참가단체 뿐 아니라 ‘함께하면 따뜻한 연등행렬’ 시민참여단을 통해 일반시민들도 참석할 수 있다.

선두 장엄등은 육법공양등이다.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삼대가 함께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가족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뒤이어 대금과 장구를 든 주악비천등(奏樂飛天燈)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으로 우리사회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태국‧베트남‧네팔‧미얀마‧스리랑카‧대만 등 외국불자들도 장엄등을 직접 만들어 행렬에 참여할 예정이다. 3년만의 연등행렬에 새롭게 등장하는 이색연등에도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총지종의 쿵푸팬더, 한마음선원의 스누피와 연등놀이등, 관음종의 로보카 폴리등이 대표적이다.

연등의 물결이 이어지는 동안 탑골공원 등 연등행렬이 구간마다 시민들을 위한 거리관람석이 배치될 예정이어서, 오랜만에 거리거리 곳곳이 대중들의 열기로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행진이 끝난 뒤 오후 9시 30분 즈음에는 종각사거리에서 ‘회향한마당’이 이어진다. 특별무대를 중심으로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는 공연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민과 불자들이 한데 어우러진 환희의 축제가 펼쳐진다.

불기 2566년 연등회는 5월 1일 오후 12시부터 서울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전통문화마당으로 이어진다. 올해 전통문화마당에는 나눔마당과 청춘마당, 전통마당, 국제마당, NGO마당 등 5개 주제로 구분해 80여개 부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글=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사진=노덕현 기자 nodu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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