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속으로 나아가라”…전법 원력 견인

“사회 필요없는 불교가 무슨 소용”
따끔한 경책부터 현지인 포용까지
순례 여정동안 ‘전법’ 중요성 강조
인도 현지 佛緣맺기 효과로 이어져
“중생 속으로 떠나라” 전도 선언도

2월 22일 부다가야 마하보디대탑에서 봉행된 법회에서 자승 스님이 봉행사를 하고 있다.
2월 22일 부다가야 마하보디대탑에서 봉행된 법회에서 자승 스님이 봉행사를 하고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을 이끈 회주 자승 스님은 순례 진행 과정에서 마이크를 잡고 수차례 소찬법문을 설했다. 때로는 한국불교에 따끔한 경책을 내렸고, 순례 대중을 따스하게 격려했다. 인도 현지 주민들에게는 “우리는 친구”라며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2월 10일 “포교만이 살 길”  

자승 스님의 첫 법문은 2월 10일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였다. 이날 스님은 유적만 남은 부처님 성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전법·포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순례의 목적이 바로 전법 원력을 추인하는 데 있음을 밝힌 것이다.  

자승 스님은 “이 자리가 기독교 성자의 자리라고 하면 과연 유적만 남아있을까, 우리가 순례하는 8대 성지는 유적만 남아 있다”며 “그렇다면 1700년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는 과연 어떨까. 문화재이기에 조금은 다르겠지만 20년 후면 이 같은 유적처럼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스님은 “늘 포교 만이 우리 종단의 살길이라고 말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며 “순례를 지켜보는 불자들이 신심을 내고, 그 신심을 낸 불자들이 이웃종교인, 무종교인을 부처님과 인연을 맺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불교 중흥이자 순례의 의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인도순례에 참여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신청한 순간부터가 바로 순례이며 수행”이라며 “우리의 순례는 2월 9일 종정 스님을 증명으로 고불문을 올릴 때부터 시작됐다. 매 순간이 수행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차별없는 순례 정진에 대한 당부도 있었다. 자승 스님은 “순례단에는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을 비롯해 주요 사찰 주지 스님 등 어떻게 보면 편하게 신도들에게 대접받을 위치에 있는 이들이 모두 평등하게 함께 하고 있다. 사회에서 위상있는 재가자들도 마찬가지다”며 “여기서는 자승도 똑같다. 똑같이 먹고 똑같이 걷고, 똑같이 자며 차별이 없고, 청규와 질서를 지키고 배려하는 순례로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2월 11일 21세기 전도선언 선포  
2월 11일 초전법륜지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봉행된 인도순례 입재법회에서 자승 스님은 ‘21세기 신(新)전도선언’을 선포했다.  

자승 스님은 “수행자들이여, 법을 전할 때 남에게 존경받겠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 자기만의 공덕으로 삼으면 이 또한 법을 먹고 사는 아귀와 같으니 그러지 않도록 항상 겸손하게 길을 나서라”며 “세상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인간의 이익과 번영과 행복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선언했다.

스님은 이어 “처음도 아름답고 중간도 아름답고 마지막도 아름다우며, 말과 내용을 갖춘 가르침을 설해라. 완전히 이뤄지고 두루 청정한 삶을 널리 알려라”라고 밝혔다.

 2월 19·20일 “훗날 진리 불꽃으로”
자승 스님은 항상 불교중흥을 위해 ‘불교 인연(佛緣) 맺기’를 강조했고, 이는 부처님의 나라 인도로도 이어졌다. 연일 신기한 눈으로 저녁예불을 바라보던 인도주민들은 현지 통역가의 예불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부처님께 함께 예를 올렸고, 이를 지켜본 회주 자승 스님은 “이 인연이 훗날 진리의 불꽃을 피워 올릴 것”이라고 축원하고 대기설법을 설하기도 했다. 

2월 19일 엄어와 마을에서 이뤄진 저녁예불 이후 자승 스님은 마이크를 잡고 운집한 500여 마을 주민들에게 설법했다.  

자승 스님은 “이곳은 부처님 나라, 진리의 땅이며 부처님 후손인 여러분을 만나러 저희들이 여기에 왔다”며 “이곳에는 보이지 않지만 부처님의 피가 흐르는 후손들이 훗날 3000년 전 부처님이 계셨던 그 시절로 진리의 불꽃을 피워올릴 날이 꼭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 통역가의 입을 통해 힌두어로 주민들에게 전해졌다. 의식마다 함께 합장하고 동참했던 주민들은 자승 스님의 말에 박수를 쳤다.

스님은 “우리는 부처님의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 43일간 계속 걸을 것”이라며 “오늘 우리와 함께 부처님께 예를 올린 이러한 소중한 인연으로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있는 꿈이 부처님 가피로 꼭 이루어지기를 축원드린다.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고 이날 순례 공덕을 인도주민들에게 회향했다.

2월 20일에도 자승 스님은 카파시아 마을 주민들에게 대기설법했다. 스님은 이날 저녁예불 후 어린아이들과 교육받지 못한 이들을 배려해 보다 쉬운 용어로 설법했다. 그만큼 쉽게 알아들은 인도주민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우리가 합장한 이유는 순례하는 대중들과 여러분이 서로 교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작게는 이 자리에 교감을 갖는 것이지만 크게는 대한민국과 인도가 친구가 되고자 하는 교감을 함께 하는 뜻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는 ‘친구’입니다.”

자승 스님의 설법은 부처님에 대한 찬탄과 인도주민들과 부처님의 인연, 그리고 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축원으로 이어졌다.

“부처님은 위대한 성인이십니다. 바로 여러분의 조상님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성인 중의 성인, 왕 중의 왕이십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부처님의 DNA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원하면서 항상 이곳 주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습니다.”

순례단의 방문과 자승 스님의 설법으로 불연을 맺게 된 주민들은 부처님 광명이 내리는 가운데 다시 만날 날을 기원했다.

 2월 22일 “간절하면 중흥 이뤄진다”  

2월 22일 부다가야 마하보디대탑에서 봉행된 세계평화기원법회에서 자승 스님은 무명초를 제하고 대중 앞에 섰다. 그리고 장군죽비 같이 준엄하게 한국불교 불자들에게 필요한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가 안일하고 방일할 때 한국불교도 이와 같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늘 포교만이 한국불교의 살길이며, 포교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오신 분들이 걷고 있는 마음 마음 속의 느낌이 진실하고 간절하면, 한국불교 중흥은 이루어 질 것이고, 하나의 관광유적지로만 보고 그런 느낌으로 간다면 한국불교 미래는 없다고 봅니다.”

자승 스님은 수많은 꽃과 공양물로 장엄된 사원의 모습을 역으로 ‘참담한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스님의 말 속에는 한국과 인도의 마을과 마을을 다니며 느꼈던 민중 속의 불심과 달리 관광지화 되고 있는 성지를 지켜본 수행자로서의 마음이 드러났다. 신행의 터전이 아닌 문화재로서의 가치로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는 한국불교 미래 위기의식도 섞여 있었다.

자승 스님은 “이 참담한 현실 앞에서 우리가 발심하기를 기원한다”고 대중을 당부하며 말을 끝맺었다.
 

 2월 26일 “사회 기여하는 수행자돼야” 

순례 과정에 순례단원들이 안일해지면 자승 스님은 서릿발 같은 경책을 내렸다. 

출가재일을 앞둔 2월 26일, 자승 스님은 저녁예불 이후 대중들에게 법문을 설했다. 오래 전 읽은 한 칼럼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 자승 스님의 경책은 단지 순례단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로 향하고 있었다. 

자승 스님은 “불교의 비구, 비구니도 사회 어렵고 힘든 곳에 얼마든지 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 수행자들은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에 필요하지 않는 불교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열심히 기도한들 현재 사회는 스님들이 줄던 말던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승 스님의 경책은 이어졌다. 스님은 “우리는 사찰을 지켜나갈 후손들이 필요하지만 사회에서는 어둡고 힘없는 곳에 돌봐줄 손길이 절실하다. 우리는 두 가지를 다 놓치고 있다”면서 “우리들의 안일함이 잘못이다. 출가하고 여러 인연으로 인해 주지하는 사람은 주지하면서 근심걱정 없이, 선방에서 정진하는 사람은 한철 보내며 근심걱정 없이 살고 있다”고 경책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사회는 불교에게 바라는 게 없게 됐다. 이를 타개하려면 사회에 기여하는 수행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의 말 속에는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불교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출가자로서의 안타까움이 담겨 있었다. 자승 스님은 “출가재일을 앞두고 우리 순례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3월 14일“사부대중이여 떠나라”  

자승 스님은 초전법륜지에서 선언한 21세기 전도선언에 구체적인 방향을 전하기도 했다. 3월 14일 대성석가사에서 자승 스님은 동화사 신도들을 비롯한 대중들에게 전법에 대한 정언명령을 내렸다.   

자승 스님은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고 45년 동안 요즘 표현으로 포교만 하셨다. 열반 이후에도 제자에게 두 발을 보이시고, 또 다비를 통해서 여덟 나라에 사리를 분배하면서 마지막까지 부처님 법을 전했다”고 그 목적에 대해 전했다.

이내 자승 스님의 법문은 전법이 부재하며 외형적 불사에 치우쳐진 한국불교 현실에 대한 경책과 참회로 이어졌다. 스님은 “현실적으로 우리 한국불교는 부처님 법을 전하기보다는 불사하는 일에 집착하고, 시원한 여름에 모시옷 빳빳이 다려서 입는다”며 “거들먹거리고 폼생폼사 하는 이런 불교의 시대는 끝났다”고 지탄했다.

회주 스님은 이와 같은 현실에서 불자·비불자를 떠나 ‘국민’, 그리고 ‘사회’, 또 ‘사부대중’이란 방향을 제시하며 전도법문을 갈음했다. 자승 스님은 “국민 속으로, 대중 속으로, 사회 속으로, 중생 속으로 사부대중이 떠나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는 없다”며 “사부대중이여 떠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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