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과 무슬림, 종교평화 논하다
조계종과 무슬림, 종교평화 논하다
  • 파키스탄 라호르=윤호섭 기자
  • 승인 2019.11.18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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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대표단, 파키스탄 바드샤히 모스크 방문

사원 대표 물라나 카비르 아자드
“한국서 종교평화 다지고 싶다”
바드샤히 모스크 아자드 이맘(사진 왼쪽)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바드샤히 모스크 아자드 이맘(사진 왼쪽)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무슬림과 불교도들이 한자리에서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되새겼다.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파키스탄을 순례 중인 조계종 대표단은 1117일 라호르를 대표하는 이슬람 사원 바드샤히 모스크를 방문해 사원 대표인 물라나 카비르 아자드 이맘과 함께 종교평화를 논했다.

이날 오전 아자드 이맘은 모스크 밖까지 나와 조계종 대표단의 방문을 환영했다. 그는 계단 아래까지 기다란 레드 카펫을 깔아놓고 스님들을 환대했다. 이에 스님들은 이슬람 예법에 맞춰 신발을 벗고 아자드 이맘의 안내에 따라 모스크 안으로 들어섰다. 대표단은 무굴제국의 제6대 군주 아우랑제브의 지시에 따라 지어진 대규모의 건축을 감상했다. 1671년부터 3년에 걸쳐 완성된 이 모스크는 라호르를 상징하는 이슬람 성지이자 파키스탄에서 두 번째로 큰 사원이다. 계획도시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파이살 사원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파키스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이곳에는 10만여 명의 대중이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크다.

모스크 내부에서 스님들과 아자드 이맘이 둥글게 둘러앉아 종교 간 평화의 중요성을 함께 논하고 있다.
모스크 내부에서 스님들과 아자드 이맘이 둥글게 둘러앉아 종교 간 평화의 중요성을 함께 논하고 있다.

바드샤히 모스크는 이슬람과 인도의 건축양식이 혼합된 사원으로, 사원 일부에서는 연꽃 기단부 등 불교적인 요소도 엿볼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하나의 나라였을 때 종교가 다른 민족은 각자의 국가로 나뉘는 게 좋다고 말한 파키스탄 대표 시인 이크발(Iqbal)’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

이날은 휴일이어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무슬림들이 모스크를 찾아 기도를 올리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아자드 이맘은 사원 내부에서 스님들에게 종교 간 대화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무슬림은 원형으로 앉아 대화를 나눈다. 불교도 이와 비슷한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바닥에 앉았다.

30여 명의 조계종 대표단 역시 아자드 이맘과 함께 둘러앉아 종교평화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사실상 종교의 사상적 차이로 인해 전쟁을 가장 많은 치른 이슬람과 역사적으로 무엇보다 평화를 강조해온 불교도의 이색적인 만남이었다.

아자드 이맘의 안내에 따라 모스크를 둘러보는 조계종 대표단 스님들.
아자드 이맘의 안내에 따라 모스크를 둘러보는 조계종 대표단 스님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세계종교평화회의에 참석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국에는 7대 종교지도자 모임이 있다. 공존과 화합을 중요시하면서 전 세계 종교가 어떻게 공생할 것인지 모색하기 위해 독일에 다녀왔다고 말을 건넸다.

스님은 이어 파키스탄, 그리고 바드샤히 모스크에서 나눈 우리의 대화가 또 다른 종교의 평화로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아자드 이맘은 조계종 스님들이 불교의 앞날을 밝혀주시리라 기대한다. 이런 종교 간 대화는 정말 뜻 깊게 생각한다언제든지 파키스탄에 오셔서 같이 대화했으면 한다. 한국에서 초청해주신다면 직접 찾아가 종교평화를 논하고 싶다. 앞으로도 평화의 자리가 주선되길 희망한다고 답했다.

기념촬영에서 아자드 이맘은 우르드어로
기념촬영에서 아자드 이맘은 우르드어로 "파키스탄과 한국의 평화를 위해"라고 외쳐 눈길을 끌었다.

아자드 이맘은 작은 목소리로도 건물 안이 울리도록 설계된 모스크 건축 특징을 강조했다. 그가 구석진 곳에 가서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읊조리자 반대편 구석까지 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일반적인 건축에서 보기 드문 장면에 스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파키스탄인들은 이방인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외모부터 눈에 띄는 스님들은 파키스탄인들이 함께 사진 찍고 싶은 인물인 것 같다.
파키스탄인들은 이방인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외모부터 눈에 띄는 스님들은 파키스탄인들이 함께 사진 찍고 싶은 인물인 것 같다.

한편 한국에서 3년간 생활했다는 파키스탄인 가이드 아리프 씨는 이슬람은 평등과 평화를 강조한다. 이슬람의 전쟁은 대부분 잘못된 사상을 가진 탈레반에 의한 것이라며 이슬람은 인도처럼 인간의 계급이 없고 모두 동등한 존재로 여긴다. 전쟁으로 생겨난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리프 씨의 이 같은 말은 조계종 대표단이 가는 곳곳에서 검증됐다. 파키스탄인들은 한국에서 온 스님과 재가자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먼저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게다가 버스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어딘가로 다시 이동할 때마다 파키스탄인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통성명을 한 사이도, 서로 눈을 마주친 사이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모든 곳에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이방인을 반갑게 대했다.

TIP-이슬람 문화 이해하기

#이슬람 사원에서 대표의 직책은 이맘(Imam)’으로 불린다. 과거 수니파와 시아파가 나뉘기 전에는 이맘이라는 표현이 이슬람의 지도자인 1~4대 칼리프를 지칭했지만, 현재는 각 사원의 대표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사용된다. 1대 칼리프는 610년 알라의 계시를 받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친구이자 장인인 아부 바르크다. 2대는 우마르, 3대는 오스만이 뽑혔지만, 656년 알리가 제4대 칼리프로 계승되는 과정에서 분규가 발생해 시아파가 분리됐다.

#이슬람 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신발을 벗어야 한다. 맨발과 양말은 선택. 둘 다 불편한 이들을 위한 풋커버도 있다. 하지만 풋커버의 위생상태는 장담하기 어렵다.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돌바닥을 맨발로 걷기 어려워 물을 뿌려 길을 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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