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과 배려가 공양이다
세간에서불교를 떠올리면흔히 ‘탐욕과 분노를 비우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 종교’라고 생각한다.수행과 명상이 확산되면서불교는 마음을 다스리는종교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반면 그리스도교는 ‘사랑’과 ‘이웃을 위한 헌신’을 떠올리게 한다.그래서 어떤 이들은 “불교는자기 마음만 닦을 뿐,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메시지는 약하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에는두 가지원인이있다.첫째,지혜의 증득과 열반에만 집중하느라 붓다의 자비 가르침을 충분히 탐구하지 않은 점이다.둘째,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풍부한 보살사상이 존재함에도 그 가르침이 현실의 실천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이다.
그러나불교경전 속에는자비와 헌신의가르침이분명히 살아 있다.보시(布施),애어(愛語),이행(利行),동사(同事)의 사섭법이 있으며,사랑[慈]·연민[悲]·기쁨[喜]·평정[捨]의 사무량심이 있다.천수천안관세음보살과 지옥 중생을 모두 제도하겠다는 지장보살은 자비 실천의 상징이다.
공양(供養)은 자비가 현실 속에서 구현되는 가장 구체적인 실천이다.〈화엄경〉‘보현행원품’보현보살의 광수공양원(廣修供養願)은 공양의 의미를 이렇게 밝힌다.
“선남자여,모든 공양 가운데는 법공양이 가장 으뜸이니라.법공양이란부처님 말씀대로 수행하는 공양이며,중생을 이롭게 하는 공양이며,중생을 거두어 주는 공양이며,중생의 고통을 대신하는 공양이며,선근을 부지런히 닦는 공양이며,보살의 할 일을 버리지 않는 공양이며,구도심을잃지않는 공양이니라.”
공양은단순히음식이나 재물을 부처님이나 승가에 바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공양의 대상은 이 세상의 모든 이웃이며,그 방식은 각자의 고통과 처지에 따라 달라진다.목마르고 배고픈 이에게는 물과 밥이 최고의 공양이고,아프고 가난한이에게는 의료와복지가공양이다.마음이 상하고억울한 이를 위해 손을 잡아주고함께 있어 주는 것 또한 공양이다.중생을 이롭게 하고돌보고 고통을함께 짊어지는행위,그것이 바로 공양이다.
〈화엄경〉은 “중생이 기뻐하면 모든 부처님이 기뻐하고,중생에게 공양하면 곧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자비의근원은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며,공양은 그 존중을 실천으로 옮기는 배려다.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든 언행이 공양이자 보살행이며 수행이다.
이제,사람 사는 마을로 공양 올리러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