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21. 공항 영양제

피로·신체 기능 회복에 도움돼 

주성분 ‘L-아스파르트산 L-아르기닌’
과복용 시 구역·구토 등 위장 부작용
함량·맛 비교 취향 맞는 제품 골라야 

캐리어를 끌고 한 손님이 약국으로 들어왔다. 이런 차림의 고객은 대체로 여행용 상비약 구매를 위해 약국을 찾는 경우가 많아, 필자는 상비약 표를 주섬주섬 챙겼다. 

“공항 영양제 주세요.”

“네? 공황 영양제요?”

“아뇨, 제가 비행기를 탈 일이 있거든요.”

“아, 비행기를 탈 때 공황장애가 생기시나요?”

“공항 영양제 모르세요? 공! 항! 영! 양! 제!”

정말 몰랐다. ‘공항 영양제’라는 것이 SNS를 타고 널리 퍼질 줄은. 유행에 뒤떨어진 40대가 되기는 싫어 재빨리 인터넷 검색 포털에 접속했다. 같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공항 영양제에 관련된 정보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공항 영양제라는 것은 아르기닌이었다.  

공항 영양제라고 검색하면 대부분 스페인에서 수입된 주황색 플라스틱 제품이 나온다. 이 제품은 ‘포텐시에이터’란 일반의약품으로 주성분이 ‘L-아스파르트산 L-아르기닌’이며 함량은 5000mg인 제품으로, 정신적·신체적 기능 무력 증상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사용된다. 피곤함이나 체력 저하 같은 증상을 완화하고 지친 몸의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로 알려져 있고, 동일 성분 제품이 국내 제약회사에서 여러 종류 출시돼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제품이 유한양행의 ‘라라올라’이다. 주성분이 L-아스파르트산 L-아르기닌으로 앞글자 ‘LALA’를 따서 이 성분을 함유한 제품은 ‘라라올라’, ‘라라포텐’, ‘라라파워’ 등 비슷한 이름으로 출시돼 있다. 

이 제품이 공항 영양제로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장시간 비행기를 타면 좁은 자리에 계속 앉게 되는데, 이처럼 움직임이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순환이 정체돼 다리가 붓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 

공항 영양제의 주성분인 아르기닌은 체내에서 산화질소(NO)를 생성하고 이 물질은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순환을 도와 주며 산소와 영양소, 포도당의 이동을 증가시킨다. 즉, 아르기닌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혈관을 확장해 다리에 정체된 혈액을 잘 순환시켜 주고 산소와 영양분의 이동을 촉진하기에 오랜 시간 비행에서 나타나는 다리가 붓고 저리고 몸이 찌뿌둥한 불편함이 나아지는 것이다. 

또 아르기닌은 요소회로(Urea Cycle)란 몸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거리 비행 중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으로 몸의 부담이 커져 암모니아 같은 피로물질이 쌓일 수 있는데, 아르기닌은 이를 해독하는 과정을 촉진하므로 피로 유발 물질의 제거해 신체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약국에 문의하면 일반의약품인 L-아스파르트산 L-아르기닌 성분 약과 건강기능식품인 L-아르기닌이 포함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두 성분 모두 결국 L-아르기닌의 공급이 핵심임은 동일하나, 일반의약품 원료인 L-아스파르트산 L-아르기닌은 구성 성분 중 아스파르트산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 생산에 관여하는 TCA 회로에 들어가는 성분이라 단순 L-아르기닌에 비해 신체 에너지 생성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진다. 

아스파르트산이 있어 빠르게 에너지를 전환해 지친 몸에 힘을 더 넣어 준다는 것이 일반의약품의 장점인데, 대규모 임상 실험 결과 일반의약품의 원료인 L-아스파르트산 L-아르기닌이 건강기능식품 원료인 L-아르기닌에 비해 더 좋은 효과를 가진다고 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공항 영양제로서는 결국 L-아르기닌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여러 아르기닌 제품을 섭취해 보고 그 함량과 맛을 비교해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아르기닌은 과복용 시 구역·구토 등 위장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저혈압 환자나 심혈관 질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아르기닌이 체내에 많으면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헤르페스 등 바이러스 감염이 있는 사람은 아르기닌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정설은 아니지만 아르기닌 복용 후 헤르페스가 재발했다는 환자 사례가 다수 있다.)

공항 영양제를 장시간 비행에 필요한 영양제라고 정의한다면 그 정답이 아르기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시간 비행 시 불편함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선택하는 것이 나만의 공항 영양제를 준비하는 방법이다. 

장시간 앉아 다리가 붓고 아픈 것이 가장 불편했다면 아르기닌이 도움이 될 것이며, 습도가 낮고 건조해 피부가 푸석하고 트러블이 생긴다면 마스크 팩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시차로 고생한다면 푹 잘 수 있도록 수면유도제를 준비하거나 멜라토닌, 타트체리 같은 숙면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고, 환경 변화로 면역이 떨어지고 피로함이 심한 사람이라면 면역증강제나 비타민B군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공항 영양제라고 해서 반드시 공항 근처 약국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동네 약국에도 구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공항 내의 약국은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격이 높더라도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만족이나 감정적 가치가 큰 경우)’가 좋을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여기가 IC 진입 전 마지막 주유소입니다”와 같은 멘트를 지겹도록 많이 봐 오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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