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노위, 8월 12일 입장문
“죽음 대하는 사회 태도 바뀌어야”
7월 7일 구미 건설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진 23세 베트남 청년, 7월 23일 김포 플라스틱 공장에서 두통을 호소한 뒤 세상을 떠난 미얀마 노동자, 7월 24일 포항 야산에서 예초기를 메고 일하다 숨진 네팔 노동자, 8월 3일 화성 플라스틱 공장에서 압축롤러에 끼여 세상을 떠난 30대 네팔 노동자, 그리고 8월 9~10일 전남 고흥 새우양식장에서 감전사로 숨진 태국·베트남 노동자 2명, 곡성 농로에서 지게차에 깔려 숨진 이주노동자까지 한달 남짓한 기간 동안 이주노동자 7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어지는 이주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사과를 촉구하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지몽 스님, 이하 사노위)가 8월 12일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노위는 입장문에서 먼저 산재사망자 대부분은 하청·재하청 구조에 속한 노동자들로, 그중 많은 수가 하루 품삯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주노동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내국인 노동자의 죽음과 비교해도 너무나 차별적인 현실에 놓여있다”면서 “주검의 존엄은 지켜지지 않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배보상, 정부의 공식 사과, 유가족 위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많은 경우 분향소 조차 차려지지 못한 책 이름 없이 안치실 냉동고에 머물다 운구 절차 없이 화장돼 고국으로 보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한 사노위는 “정부는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가르지 않고 동일한 책임과 절차로 산재 사망에 대응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산업재해 없는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이 땅에서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는 세상을 위해 불자와 시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차별없는 존엄과 책임을 촉구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입장문
지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일곱 분의 이주노동자를 잃는 참담한 일을 겪었습니다.
7월 7일 구미 건설현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진 23세 베트남 청년,
7월 23일 김포 플라스틱 공장에서 두통을 호소한 뒤 세상을 떠난 미얀마 노동자,
7월 24일 포항 야산에서 예초기를 메고 일하다 숨진 네팔 노동자,
8월 3일 화성 플라스틱 공장에서 압축롤러에 끼여 세상을 떠난 30대 네팔 노동자.
그리고 지난 8월 9일과 10일, 전남 고흥 새우양식장에서 감전사로 숨진 태국·베트남 노동자 2명, 곡성 농로에서 지게차에 깔려 숨진 이주노동자까지, 이름을 불러줄 틈도 없이 연이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 사망의 엄중함을 강조하며 노동부 장관에게 직을 걸고 보고하라 지시했지만, 현장의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들 대부분은 하청·재하청 구조에 속한 노동자들이며, 그중 많은 수가 하루 품삯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주노동자입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내국인 노동자의 죽음과 비교해도 너무나 차별적인 현실에 놓여 있습니다. 주검의 존엄은 지켜지지 않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문책, 배보상, 정부의 공식 사과, 유가족 위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분향소조차 차려지지 못한 채, 이름 없이 안치실 냉동고에 머물다 운구 절차 없이 화장되어 고국으로 보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그 죽음의 원인은 철저히 조사되었는가?
산재로 인정받았는가?
유가족은 최소한의 위로와 보상을 받았는가?
정부와 사용자는 이 죽음 앞에 사과를 했는가?
대부분의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정부와 사용자들이 보여온 태도이자 방식입니다.
불교의 가르침은 모든 생명이 평등하며, 죽음 앞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전합니다.
이제 이주노동자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는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가르지 않고 동일한 책임과 절차로 산재 사망에 대응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산업재해 없는 일터를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전남 고흥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양식장 감전사로 숨진 태국·베트남 노동자의 극락왕생을 기도드렸습니다. 다행히 베트남 노동자는 친인척이 있어 분향소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 한 분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28일 포항에서 예초기를 메고 쓰러진 네팔 노동자의 운구 앞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향소가 마련되지 않아 안치실에서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의 기도는 단지 영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우리가 각성하고, 더 이상 같은 죽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다짐입니다. 이 땅에서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주노동자가 존엄과 안전을 보장받는 세상을 위해, 불자와 시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입니다.
2025년 8월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