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암당 만당 종사 영결다비식 7월 7일 불갑사서 엄수
중앙종회장…사부대중 1000여 명 참석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추모 법어
“강직함 속 책임감 종단 애정서 비롯”
칠언절구 찬 전하며 안까움에 눈시울
7월 10일 불갑사 초재…막재 8월 21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으로 한국불교문화 알리기에 헌신해 온 취암당 만당 종사가 사부대중의 울음을 뒤로 한 채 짙푸른 불갑산의 배웅을 받으며 환지본처(還至本處)했다.
조계종 취암당 만당 종사 장의위원회(장의위원장 주경·무공 스님)는 7월 7일 오전 10시 영광 불갑산 불갑사에서 ‘취암당 만당 종사 영결식 및 다비식’을 봉행했다.
연일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에도 만당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한 불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각계각층에서 사부대중 1000여명이 참석했다. 협소한 장소로 영결식장 입장이 쉽지 않자 추모객들은 스님의 법구가 다비장으로 이운되는 길가에서 삼배를 올리며 스님과 눈물의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명종 5타로 시작된 영결식은 삼귀의와 영결법요, 헌향·헌다, 행장소개, 추도입정,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조가, 인사말씀, 사홍서원, 발인 등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영결법어에서 갑작스러운 입적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우 스님은 만당 스님을 “마라난타 존자의 원력과 각진 국사의 수행력 및 교화력을 다시 호남 땅 불갑산에 현현(顯現)케 하고자 금세기 환생한 이”라고 표했다. 그러면서 “육십갑자를 용망정진하다가 붉은 꽃무릇이 찰나에 스러지는 것처럼 어느 여름날 새벽 홀연히 서방정토를 향해 날아갔다”면서 “부지런한 발자국은 영광 땅 법성포구의 불갑사 흙길 위에 고요한 흔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환한 미소는 장성 백양사에서 고불매처럼 조용하게 주변을 향기로 물들일 것이고, 우렁찬 목소리는 서울 종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스님은 “불교계 중요한 과제들이 사회와 만나는 접점마다 항상 손과 발이 먼저 움직였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일이라면 먼저 찾아서 얼개를 짰다”면서 “강직함 속에는 예민한 책임감이 있었고 그 책임감은 종단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영결법어 도중 젖어 드는 눈시울을 숨기지 못했다. 스님은 “산승에게는 믿고 의논할 수 있는 상대였고, 곁에 있으면 마음이 놓이는 그런 존재였다”면서 “이제 함께 차를 마시면서 같이 가야 할 방향을 도모할 수도 없고 갑자기 걸려 온 전화 속에서 울리는 큰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임중도원무원성(任重道遠無怨聲) 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어도 원망한 적 없었고
정묵지중사개성(靜默之中事皆成) 고요한 침묵 속에서도 모든 일이 이루어졌네.
일신방하귀적토(一身放下歸寂土) 이제 한 몸을 놓아버리고 서방정토로 떠났지만
불망본서환사바(不忘本誓還娑婆) 본래의 서원 잊지마시고 사바세계로 돌아오소서."
진우 스님은 칠언절구의 찬(讚)으로 사부대중의 뜻을 전하며 법어를 마무리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영결사에서 만당 스님의 업적을 돌이켜 보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주경 스님은 “중앙종회의원,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등 소임이 주어질 때 종단과 교단을 위한 역할을 다했고 한국불교문화의 세계화에 한 획을 그어 한걸음 나아가도록 이끌었다”면서 “스님의 생애는 오직 수행과 발원, 그리고 회향이었고 마치 팔만사천 경전 속의 보살행과 다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무명을 벗고 고요한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라”면서 “스님의 삶과 원력, 깨달음을 향한 수행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추도사에서 “천진한 얼굴에 호쾌한 웃음소리 온 산을 울리고 동그란 눈매에 따뜻한 가슴은 얼음을 녹인다”면서 “떠날 때 다시 만날 것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나, 기약할 수 없음을 슬퍼한다”면서 스님을 향한 그리움을 표했다.
각계각층에서 만당 스님의 입적을 깊이 애도하는 조사도 이어갔다.
속리산 도반 정덕 스님은 “당신은 영원한 화엄회 회장”이라며 “속환사바(速還娑婆)해 다시 한 번 광도중생생(廣度衆生) 하라”고 염원했다.
마지막까지 스님과 함께 근무한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직원을 대표해 사무국장 본연 스님은 “함께 있지 않아도 스님의 정신은 함께 할 것이기에, 결코 슬픔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라면서 “스님께서 주고 가신 서릿발 같은 사명을 받들어 스님을 떠나 보내는 슬픈 마음을 흐르는 눈물에 담아 떠나보내고 푸르른 바위 같은 스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스님이 걸어간 뜻과 서원을 따라 중단없이 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불갑사를 장엄한 대가람으로 충창해 전국이 사랑하는 성지로 일궜고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으로 더 많은 중생들이 불연을 맺게 해 한국불교가 대중과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닦으셨다”면서 “전라남도는 스님이 일군 불교문화의 성지를 더욱 장엄하게 가꾸어 나가겠다. ‘불갑사를 찾는 이마다 자비를 떠올리면 좋겠다’던 스님의 간절한 비원을 가슴에 품고 더 따뜻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 쓰겠다”고 약속했다.
장세일 영광군수는 “자비와 화합의 정신, 문화와 전통의 뜻이 영광의 마을과 산사 곳곳에 살아 숨쉬게 하겠다”면서 “스님의 깊은 뜻과 수행의 길을 가슴에 새기며 고통없는 부처님 세계에서의 명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황망한 마음을 전하며 “한국불교 세계화에 앞장서며 불교문화 계승에 평생을 바친 스님의 열정과 통찰, 그리고 항상 온화한 웃음으로 대중을 바라봐주신 자비 가득한 불심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정길수 불갑사 신도회장은 “스님의 원적으로 스님이 떠나신 그 공간을 채울 길이 없겠지만 우리 모두 스님의 가르침과 불교발전을 위한 노력을 잊지 않고 실천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밖에도 김강헌 영광군의회 의장, 박성기 마라난타불교대학 동문회장 등도 조사를 전하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불갑사·관음사 합창단의 조가에 이어진 문도대표 진각 스님은 조의를 표해준 사부대중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문도들이 화합해 남은 일들을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영결식 후 만당 스님의 법구가 연화대 다비장으로 이운됐다. 운구행렬은 불갑사 경내를 돌며 작별을 고했고 부처님께 세간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올렸다. 문도와 장의위원, 스님, 신도들이 만장과 함께 법구를 따랐다.
스님의 법구와 만장 행렬이 연화대에 도착하고 이어 다비식이 엄수됐다. 사부대중의 “나무아미타불” 염불성이 메아리가 돼 불갑산에 울렸다. 염불소리가 연화대에 가득 차는 순간 “불, 법, 승” 외침과 함께 만당 스님의 법구는 솟아오르는 불꽃과 연기 따라 서서히 지수화풍으로 돌아갔다.
대중들은 오랫동안 다비단 주변을 돌며 스님을 배웅했다.
만당 스님의 49재는 7월 10일 영광 불갑사에서 초재를 시작으로 △2재 7월 17일 불갑사 △3재 7월 24일 불갑사 △4재 7월 31일 불갑사 △5재 8월 7일 서울 조계사 △6재 8월 14일 불갑사에서 진행된다. 막재는 8월 21일 제18교구본사 백양사에서 봉행된다.
양행선 광주전남지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