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찐불자' 인터뷰_주여진 해탈컴퍼니 대표
불교 문구 담긴 티셔츠로 인기 폭발
불자 본분 다하려 출가학교 체험도
늘 ‘알아차림’으로 상황 올바르게 봐
불법 담긴 음악 해외에서 알리고파
“사실 멋의 종류는 너무 많아요. 외모, 옷, 자산 등 여러 면에서 멋을 느낄 수 있죠. 그런데 불교는 진정 이 시대 ‘멋진 인간의 길’을 안내하는 멋쟁이 중의 멋쟁이예요. 불교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지혜를, 스스로 감정을 닦아내는 성찰을 일러주죠. 이보다 멋진 게 어디 있을까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불교 이야기를 시작하면 삼일 밤을 새도 모자라다는 주여진 해탈컴퍼니 대표(30)가 끝도 없는 불교의 매력을 자랑했다. 주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불교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스님인 아버지 덕분에 불교는 그에게 특별한 가르침이라기보다 일상의 일부였다. 그렇다고 불교 교리를 깊이 공부하거나, 엄격한 불교적 삶을 산 건 아니다.
그런 그가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년여 전쯤, 아버지 곁에서 범어(산스크리트어를 한자로 쓴 것)를 보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티셔츠에 범어를 새기는 것’이었다. 처음엔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주변 반응이 좋았다. ‘불교를 알리는 나만의 재능은 이거다!’ 싶은 순간이었다.
본격적으로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을 접목해 불교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를 만들었다. ‘깨닫다’ ‘중생아 사랑해’ ‘응~수행정진하면 돼~’.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는 2024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MZ세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불교에 대한 쉽고 유머러스한 접근이 MZ세대의 취향에 딱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티셔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맨땅에 해딩’하는 심정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자 등록과 발주, 판매, 쇼핑몰·팝업스토어 운영까지. 모든 게 처음이지만 ‘부처님 가피에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배워가며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면 구매자들이 보낸 “생각이 많았는데 티셔츠 문구를 보고 고민이 싹 사라졌다. 고맙다”라는 메시지를 읽으며 다시금 힘을 얻었다. 지금은 작가들과 협업해 굿즈를 제작하고, 의류를 리사이클하는 단기 프로젝트 ' 업보세탁소' 운영하는 등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스스로 ‘불자’라는 긍지와 책임감이 생기자 그에 걸맞는 불자의 본분을 다하고 싶었다. 2024년 1월, 월정사 출가학교를 찾아 3주간 한국불교 전통 승가생활을 경험했다. 눈 덮인 산길을 걸어 산내 암자를 참배하고, 예불을 올리고, 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불교의 깊은 가르침을 몸소 체험했다. 출가학교가 끝난 후에도 도반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법담을 나누고, 1080배 절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일상에서도 실천한다. 항상 마음속으로 ‘알아차림’ 하는 것이다.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을 억누르거나 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상황을 올바르게 보기 위한 연습이다.
“억울하고 화나는 감정이 올라오면 ‘이 감정이 어디서 왔을까’ 하고 분석하게 돼요. 하지만 그 ‘판단’은 또 다른 업식을 쌓고, 왜곡된 시선을 만들어내죠. 말처럼 쉽지 않지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마음의 근육도 길러지리라 믿습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주 대표는 최근 잠시 접어뒀던 사운드 디자이너의 꿈을 다시 불태우고 있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사물의 소리나 효과음을 조작하는 전문가를 말하는데, 티셔츠를 만드는 일보다 주 대표가 흥미 있어 하는 분야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음악을 제작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불교의 멋’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예기치 않은 상황들을 기회로 바꿔 ‘찐’ 불자의 길을 걷고 있는 주 대표.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불교 입문이 결코 어렵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다. 마음가짐과 진정성만 있다면 누구나 불교에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저도 불교 입문자와 다름없어요. 교리나 기타 지식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죠. 그러나 불교에는 명상·템플스테이·집중수행 등 다양한 길이 있어요. 틀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중요한 건 이미 불교에 마음을 열고, 그 길을 향해 발심했다는 점이에요. 그 자체로도 시작이고, 완성입니다.”
김내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