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슬기로운 불교생활] “매일 15분의 정진, ‘나’를 바꿉니다” 

신년기획 '찐불자' 인터뷰_안제이 스텟즈 법사

매일 좌선, 염불로 수행 정진
폴란드서 ‘숭산 스님’과 인연
불교서 발견한 인생의 ‘해답’ 
“쉽다·어렵다 대신 오직 할뿐” 

안제이 스텟즈(Andrezj Stec) 지도법사 

“딱-딱-딱.” 

새벽 6시, 날카로운 죽비 3타가 아직 동도 트지 않는 하늘을 깨운다. 준비된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눈은 45도 아래로, 손은 가지런히 모은다. 밤사이 들쭉날쭉했던 호흡을 정돈하고 천천히 내면으로 빠져든다. 30분간 마음을 살피는 시간이 지나면 굳었던 몸을 풀기 위한 108배가 이어진다. 외국인 법사 안제이 스텟즈(Andrzej Stec, 폴란드)·일화 법사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된다.

깨어난 몸과 마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하나의 수행이 더 필요하다. 집 앞을 산책하며 염불하는 ‘만트라 워크(Mantra walk)’가 그것이다. 두 수행자는 입으로 ‘관세음보살’을 염송하며 혹여나 마음속 남아 있는 번뇌를 걷는 걸음걸음마다 말끔히 털어낸다.

오후가 되면 깨달음에 목말라 있는 전 세계 대중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ZOOM(줌)으로 법회를 연다. 두 법사는 수행지도, 상담, 법문 등으로 저마다의 걱정과 고충을 지닌 수행자들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이끈다. 

날이 저물면 ‘나’와 ‘너’에서 나아가 ‘우리’를 위한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로 전 세계 평화와 화합을 염원한다. 잠들기 전까지 염불도 멈추지 않는다. 순간순간에 깨어있다면 다음날, 더 나아가 죽는 그 순간까지 삶에 장애가 없다는 게 안제이 법사의 생각이다. 이렇듯 두 법사의 수행은 끝나는 법이 없다. 삶이 곧 수행이며 수행이 곧 인생이다. 

좌선에 든 안제이 법사 
좌선에 든 안제이 법사 

안제이 스텟즈, 훤칠한 키에 푸른 눈을 한 이 폴란드 법사와 부처님 인연은 마음에 들끓던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지?” “나는 왜 태어났을까?” “죽으면 어디로 가지?” 등 풀리지 않는 삶의 의문들은 1981년 청년 안제이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그러던 1982년 어느 날, 한 친구가 그간 오랜 방황을 멈춰주겠다며 한국인 스님을 그에게 소개했다. 바로 해외포교의 선구자이자 선승(禪僧)이였던 숭산 스님이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며 오직 진리를 찾으라는 스님의 가르침은 그에게 감로수였다. 특히 숭산 스님의 저서 <부처님께 재를 털면>를 읽으면 그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모든 의문이 자연스레 해결됐다. 이후 국제승가 '관음젠스쿨(Kwam Um Zen School)'의 지도법사로서 한국과 세계에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다. 

“책에는 숭산 스님이 편지로 제자들과 문답하던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 모든 것이 명확하고 명징했습니다. 특히 본성에 대한 가르침, ‘오직 모를 뿐’ ‘나는 누구인가’ 등은 제가 그동안 번민했던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해 주었죠. 그 자리에서 저는 제가 진리, 도(道)에 이르는 길에 들어섰다고 확신했습니다.” 

일화 법사, 안제이 법사의 아내이자 도반으로서 부처님과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일화 법사, 안제이 법사의 아내이자 도반으로서 부처님과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불법(佛法)을 삶의 방향으로 삼은 안제이 법사는 인생의 동반자 역시 불교에서 만났다. 참선 수행하며 만나, 한국인 일화(캐티 박, Kathy Park) 법사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부처님이 이르셨듯, 같이 수행하는 좋은 도반(道伴)이 있다면 깨달음을 이룬 것과 다르지 않다. 안제이 법사와 일화 법사는 오늘도 부부이자 수행자로서 함께 정진하며 수행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힘든 순간에 부정적으로만 변해가던 그에게 불교와 수행은 의지처였다. 꾸준한 수행으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극복한 안제이 법사는 이젠 불교 초심자들에게 그 ‘노하우’를 전했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물러섬 없는 정진을 계속할 것.  커다란 바위가 쉼 없이 흐르는 물방울에 깨지듯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번뇌도 끊임없는 수행으로 해결해 나가라는 뜻이다.

“괴로움이 싫다면 수행하십시오. 15분이라도 좋습니다. 부처님 법을 나침반 삼아 잠시라도 마음을 살펴보세요. 매일 하는 수행이 쌓이게 되면 끝에는 당신 전체를 바꿔 놓을 겁니다. 잘 안되더라도 좋습니다. 일단 해보세요. 쉽다, 어렵다는 잠시 두고 ‘오직 할 뿐’입니다.”

김민재 기자 

계룡 무상사에서 열린 '숭산국제선원 무상사 禪 대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안제이 스텟즈 법사   
계룡 무상사에서 열린 '숭산국제선원 무상사 禪 대회'에서 인사말을 전하는 안제이 스텟즈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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