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평등&불교]7.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연기적 사유로 평등사회 일구는 불교 되길”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지몽 스님은 2017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사회노동위원장 소임을 맡았다. 전체 사회노동위원 가운데 현장활동 최다 참석률로 꼽히는 만큼 매순간 수행자로서 직면하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사진=박재완 기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지몽 스님은 2017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사회노동위원장 소임을 맡았다. 전체 사회노동위원 가운데 현장활동 최다 참석률로 꼽히는 만큼 매순간 수행자로서 직면하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사진=박재완 기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추구하는 차별 없는 세상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자살을 꿈꾸지 않는 사회이며 노동자와 사용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다르다고 해서 외면받거나 차별받지 않는 사회입니다. 바로 불국토죠. 너무 이상적인가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다루는 분야는 포괄적이다. 비정규직,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 노동문제는 물론이고 인권과 동물생명권(살처분 문제), 한반도 평화, 위안부 문제, 이주민, 무연고사망자, 세월호, 성소수자 문제 등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이슈에서 목소리를 내고 참여해 오고 있다. 매주 최소 1회 이상 현장활동이 이어지며 각 사안별 연대회의까지 포함하면 한 단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종령기구다. 종단의 대사회적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계와도 딱히 관련이 없어 보이는 그토록 많은 분야와 많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무엇을 위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일까.

인권·노동에서 동물권까지
사회 전분야서 폭넓은 활동
궁극적인 목적은 평등 사회
차별없는 세상이 곧 불국토

‘연기적 사유’가 주요 해법
차별금지법도 불법 그 자체
부처님 가르침 현실화 해야
중생고통치유 위해 나설 것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의 답은 명확했다. 우리 사회를 불국토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 스님은 “우리사회에 숱한 분쟁과 갈등, 차별에 대해 이미 부처님은 가르침을 주셨지만 정작 우리는 그 가르침을 현대사회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처님은 모든 것은 원인에 따라 결과가 있으며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라고 설하셨습니다. 우리가 이어져 있음을 아는 것이 ‘연기적 사유’죠. 너와 나를, 고용자와 사용자를,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를,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수많은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사회의 고통을 만들어 냅니다. 연기적 사유로의 전환이 필요하죠. 그것이 불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달하는 사회노동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스님과 불자들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지점이예요.”

지몽 스님은 사회노동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 이유도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부처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는 것. 부처님은 평등정신에 입각해 재세시 직접 평등을 실현하셨고, 그 가르침 하나하나가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바와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차별금지법은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해 우리 사회가 배려와 존중으로 나아가기 위한 법”이라며 “법 제정은 인성·도덕적 인간의 지표를 제시해 의식의 전환과 확장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별을 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차원에서 사회를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고 말했다.

특히 차별금지법이 약자나 소수를 위한 법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으며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이 인종,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신분 등 23개 항목으로 포괄적 차별을 금지하려는 취지도 여기에 있다.

결국 누구든지,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 골자인 셈이다. 지몽 스님이 차별금지법과 부처님 가르침이 맞닿아 있다고 평가하는 지점이다.

일부 개신교계가 차별금지법의 항목 중 하나인 성적 지향·정체성을 문제삼으면서 성소수자 문제가 일종의 타겟이 된 점에 대한 안타까움도 밝혔다.

스님은 “지금 반대하는 분들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차별금지법의 내용과 상관없이 성소수자들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성소수자 자체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바른 시각을 가리고 있는 그 모습이 어쩌면 그 자체로 우리사회에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되는 이유”라고 탄식했다.

단적인 예가 ‘남자 며느리’ ‘에이즈’ 등의 자극적인 문구다.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집회에 필수로 등장하는 단어이지만, 정작 차별금지법 제정이 남자며느리와 에이즈 감염 확산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스님은 “차별금지법의 핵심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인정하는 법이 아니라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故 변희수 하사의 49재를 지내면서 편견에서 비롯된 사회적 혐오는 한 사람의 생존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故 변희수 하사는 트렌스젠더로서 군대에 남으려 했지만 이루지 못한 채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실제 차별금지법 이슈 이후 일부 반대세력의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수위는 심각한 정도로 평가된다.

스님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나 기도회에 성소수자분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대집회가 인근에서 열리는 날이면 성소수자를 향해 확성기로 쏟아지는 혐오와 차별 발언들이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본질은 없고 혐오만 남아 참담할 정도”라며 “성소수자 이전에 인간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을 법제화를 통해 구현해야 한다는 점도 우리사회의 슬픈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수많은 현장에서 우리사회 곳곳의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지몽 스님의 고민도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중생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뛰어든 길인만큼, 불교의 교리와 사상을 사회노동위원회 활동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체투지, 기도회는 물론 49재와 추모재 등 불교적 방식을 선택한 것도, 아프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종교적 치유기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님은 “지금 사회노동위원회가 현장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면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좀더 본질적인 문제, 불교의 연기적 사유와 평등사상을 현대인들에게 쉽고 편하게 전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정한 인식의 전환은 교육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처님 가르침에 기반한 실천적 토대는 스님 스스로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봤다. 스님은 2017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활동을 시작했고 올해 사회노동위원장 소임을 맡았다. 활동 기간을 기준으로 전체 사회노동위원 가운데 현장활동 최다 참석률로 꼽히는 만큼 매순간 수행자로서 직면하는 고민도 적지 않았다.

“사실 승복을 입고 사회현장에서 마이크를 드는 일은 대단히 낯설죠. 대중 뿐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도 익숙치 않은 일입니다. 명확한 목적과 사회의식, 부처님 가르침에 기반한 이론적 확신이 없다면 수행자로서 지속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고통받는 중생이 있는 현장에서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실현을 추구하는 확신,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사회의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는 믿음도 중요하죠. 이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스님은 본질적인 해답은 ‘연기적 사유’의 확산에 있다고 봤다. 그 보다 구체적인 방안은 정책과 교육이다.

“적어도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들만이라도 자타불이(自他不二),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가르침을 기반으로 매순간 연기적 사유를 놓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통해 가족을 변화시키고 주변을 변화시키며 확산된다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받으며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 믿어요. 항상 깨어있는 사람만이 부당함을 알고 변화를 위해 실천할 수 있습니다. 사회노동위원회도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사회 변화를 이루기 위한 발걸음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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