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평등&불교]6.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장 담마끼띠 스님

“언어·모습 달라도 존귀함은 같죠”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장 담마끼띠 스님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장 담마끼띠 스님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던 중에 다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환경,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산업현장에서 일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같은 공장에서도 위험도가 높은 일은 이주노동자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외모가 다르다고 해서 인간으로서의 존귀함까지 다른 것은 아닙니다.”

한국다문화불교연합회장 담마끼띠 스님(아산 마하위하라 주지)은 재한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서 직면하게 되는 편견과 차별이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차별로 고통받는 이주민들
산업재해 사망비율도 높아
한국국적 취득한 이후에도
사원건립시엔 편견에 직면

실제로 이 같은 스님의 우려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이주노동자 산재발생률은 한국인의 6배, 산재로 인한 사망은 4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사망에 이르지 않은 질병과 부상까지 합하면 이주노동자 산재사고는 매해 7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근무나 주거환경도 열악하다. 지난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위로 사망한 캄보디아 故 속행 노동자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496곳의 주거환경을 조사한 결과, 이주노동자의 70% 상당이 사업주가 제공한 비닐하우스나 조립식패널, 컨테이너에 거주하고 있었다.

담마끼띠 스님은 “아프거나 다친 스리랑카 사람이 있으면 통역을 위해 병원에 동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은 경우도 겪어봤다”며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이주민을 향한 편견과 차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출신인 담마끼띠 스님은 외국인인 동시에 한국인이다. 2016년 한국 국적을 취득해 귀화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승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스님은 이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를, 동국대학교에서 박사를 졸업하고 현재 동국대 불교학부 강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에서 거주한 세월만 10년이 훌쩍 넘고 한글·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님은 이주민을 향한 편견과 차별에 직면하곤 한다.

2019년 마하위하라 사원 건립불사 당시 이로 인해 고충도 겪었다. 평택 마하위하라 사원을 아산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부지를 매입해 스리랑카 전통방식의 사원을 건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친 것.

아산시 등이 중재에 나섰지만 반대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주민들이 요구한 모든 조건을 수용했음에도 개원법회를 하는 순간까지 불편한 시선은 이어졌다. 당시 마을주민들이 요구한 조건은 △신도들이 목적 없이 마을을 돌아다니지 않는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한다 등이었다. 명백히 이주민을 향한 편견에서 비롯된 조건들이다.

그토록 강경했지만, 정작 마을 주민들의 편견이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주민들이 많이 참석하는 큰 행사를 열지 못하게 행사 인원수도 제한하고 신도들이 마을을 돌아다니지 않도록 해달라는 분들이셨는데, 이제는 사원에도 찾아오시고 마을에서 만나면 인사도 잘 받아주세요. 마하위하라 사원은 애초부터 스리랑카 불자들과 한국 불자들 모두를 위한 공간인 동시에 지역사회와도 함께하는 사찰로 운영해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처음 반대에 부딪혔을 때는 정말 막막했죠. 이제는 그런 시간들이 서로를 알고 이해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담마끼띠 스님이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방법으로 ‘이해’와 ‘소통’을 꼽는 이유다. 스님은 “어찌보면 대부분의 편견들은 낯설음 혹은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위해 한국에 온 스님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스리랑카 사원까지 건립하게 된 연유도 어찌보면 이주민을 향한 한국사회의 편견에서 출발했다. 어느 지역에 있든 스님을 중심으로 스리랑카 불자들이 모여 법회를 보면서 자연스레 모임이 만들어졌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

스님은 개개인을 위한 도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한국사회에 스리랑카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계기를 만든다면 편견 역시 서서히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같은 믿음은 지역주민들과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확신으로 변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스님은 ‘사단법인 마하위하라’를 출범했다. 마하위하라 사원을 토대로 한국과 스리랑카 양국 불자들의 문화교류 및 상호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다. 이사장인 스님을 제외한 이사진은 모두 한국인이다. 담마끼띠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모든 생명이 동등하다는 가르침을 남기셨고 실천하신 분”이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편견과 차별로 상처받을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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