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평등&불교]5. 성소수자불자모임 지도법사 효록 스님

“부처님 승단은 성소수자에도 열려 있었죠”

 

 

 

 

성소수자불자모임 '불반' 지도법사 효록 스님.
성소수자불자모임 '불반' 지도법사 효록 스님.

효록 스님은 심리상담 전문가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슈퍼바이저, 한국불교상담학회 수퍼바이저 및 이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등 굵직굵직한 직함도 갖고 있는 자타공인 전문가다. 그러나 정작 상담가보다는 성소수자불자모임의 지도법사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효록 스님은 “사실 성소수자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불교공부를 하던 중 인연이 닿아 지도법사로 활동하게 된 것일 뿐”이라며 “많은 스님들이 여러 분야의 모임에서 지도법사 소임을 맡아 법문하고 소통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여러 언론에서 스님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한 지도법사의 역할을 넘어 그들이 갖고 있는 고통의 근원으로 들어가 성소수자 문제에 무지했던 불교계에 화두를 던진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실질적 고통드러낸
논문 발표해 ‘종교 역할’ 주목
제도적 차별도 편견서 비롯해
부처님안목·가르침 되새겨야


2016년 효록 스님이 발표한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불교사회연구소)’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본 유의미한 기초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성소수자들과 직접 만나 실질적인 고통과 상황을 심층조사했고, 우리사회와 종교가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들이 불교에 거는 기대와 역할은 무엇인지를 분석했다. 효록 스님이 불교계 성소수자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로 인식된 이유는 오랜세월 동안 성소수자에게 무관심했고 또 무지했던 불교계에 새로운 인식전환의 계기를 던졌기 때문이다. 

스님의 논문이 발표된 이후 불교계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퀴어축제’에 부스를 마련하고 무지개 연꽃 부채와 오색실을 나눠주는가 하면 성소수자 부모를 초청해 법회도 열었다. 단발성이란 아쉬움은 있지만, 이 같은 변화는 점차 무르익어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한 대사회적 현안에서 조계종이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스님이 2015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성소수자불자모임의 명칭은 ‘불반’이다. 불반은 ‘불교이반’의 줄임말로,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일반’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아 ‘이반’이라고 칭하는 데서 비롯됐다.

“‘이반’이라는 표현이 참 아프죠. 사실 저 역시도 이들의 고통을 온전히 다 알 수는 없어요. 이해하고 공감할 뿐 제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본질을 모른다는 것이죠. 다만 성소수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을 치유해 주고 싶은 마음은,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통을 치유해 주고 싶은 마음과 전혀 다르지 않아요. 당연하지 않나요? 한 가지 고민이 더 있을 뿐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한 인간일 뿐이니까요.”

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은 스님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스님은 “생목숨이 사회적 편견에 의해 앗아진 것”이라고 표현했다. 김기홍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의 죽음에 이어 벌어진 참사였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효록 스님은 “부처님 당시였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확신의 이유는 율장이다. 율장은 부처님 재세시부터 필요에 따라 제정돼 온 불교교단의 계율을 집대성한 문헌으로, 스님은 최근 초기불교 율장 속 성소수자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분석해 ‘팔리어 율장에 등장하는 성소수자의 수행생활’ 논문을 발표했다.

스님에 따르면 율장 속 성(sex)과 관련한 대목은 2000여 건 가량이다. 이 중 540건 가량이 성소수자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미 부처님 재세시에 승단 내에 성소수자가 있었음을 드러낸다.

“이런 내용도 있어요. 남자의 몸으로 출가해 비구승단에 있던 한 수행자가 여자로 됐다는 얘기를 부처님께 고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세요. ‘그러냐. 그렇다면 비구니 승단으로 가서 비구니 은사를 모시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하라.’ 故 변희수 하사가 오늘날 군대가 아니라 부처님 당시 승단에 있었다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을 일인 셈이죠.”

효록 스님은 “부처님은 깨달으신 분이기에 그 다양성 속에서 모두가 평등함을 아시고 가르침을 주셨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부처님의 안목을 이제야 확인하고 나니 범부인 우리들이 너무나도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부처님 제자인 우리 불교계라도 앞장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많은 스님과 불자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만 무관심 혹은 편견에 사로잡힌 분들도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며 “율장을 통해 부처님이 성소수자를 얼마나 평등한 시각으로 바라보셨는지를 안다면 금새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문제에 불교계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스님은 “스님들과 불자들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다르지 않음을 알고 이를 우리사회에 알려나가는 노력이 좀더 확산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이분법적 시각은 편견과 혐오를 만들어내는 대단히 위험한 현상입니다. 부처님께서 이미 행동으로 보여주신 그 가르침을 오늘날 우리가 되새기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요.”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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