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찾아가는 불교] 왜 찾아가는 불교인가
코로나19로 탈종교화 가속
고령자 다수, 불교 더 취약
승가내부서도 변화 목소리
‘사회적 실천’ 지향점 꼽아
온라인 종교활동 호감 상승
뉴미디어 플랫폼 활용 필요
스님들 관련 기술 습득해야
“불교는 ‘얼리 어답터’ 종교”
지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불교 인구가 700만 명으로 집계된 것은 불교계에 큰 충격을 줬다. 더불어 종교계와 학계에 적지 않는 파장을 준 것은 무종교 인구 2750만 명(56.1%), 종교 인구 2155만 명(43.9%)이라는 조사 결과였다. 이는 1995년부터 처음 실시된 조사 이래 무종교인의 비율이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선 결과로, 사실상 한국 사회가 ‘탈종교사회’로 진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 인구 감소는 고령화된 신도구조를 가진 불교에게 더 취약하다. 여기에 정상가족의 붕괴 등 가족·사회 구조의 변화는 ‘가족 종교 전승’도 옅게 만들고 있다. 명상·힐링 붐 등 제도 종교권 밖에서 영성을 추구하는 현상은 불교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젊은 세대의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높지만, 적극적인 신도로 편입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명상·힐링 붐을 마냥 호재라고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종교사회 진입, 정상가족 신화 붕괴, 명상·힐링 붐 등 일련의 사회 현상들은 불교계에 보내는 위기의 시그널이다. 여기에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은 대면을 기반으로 한 종교 의례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했고, 영향력에도 타격을 입혔다.
실제,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0년 8월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 참여자 72%는 “코로나 사태라는 중차대한 시국에 솔직히 종교가 한 역할은 없는 느낌”이라는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향후 종교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자 중 55%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종교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고 봤다.
“기존처럼 앉아 있기만 해서는 더 이상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불교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도 일련의 사회 현상이 보여주는 위기감을 체감해서다. 실제, 변화의 필요성은 승가 내부에서 감지되고 있다.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가 지난해 4월 ‘종단 미래설계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여론조사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전국 25개 교구본사 스님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진행한 것으로, 조계종 소속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첫 종단 미래 주제의 여론조사였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계종 스님들은 승가 고령화와 출가자 및 스님 수 급감, 종교지형 변화로 인한 신도 수 감소 등 종단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으며, 이에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재정립 및 종단 미래를 위한 변화에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미래 한국불교의 방향과 관련한 질문에서 스님들 중 54,7%가 ‘대승불교의 입장에서 보살행을 비롯한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해야 한다’고 답했고, 29%만이 ‘조계 선종의 입장에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아우른다’는 현행 방침을 선택했다.
한국불교의 사상적 지향점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과반(53.2%)이 ‘깨달음의 사회화 실천(혹은 불교의 사회참여 강화)’를 꼽은 데 반해, 기존 조계종의 사상적 뿌리인 ‘봉암사 결사정신의 선양’과 ‘94년 종단개혁 정신의 계승’, ‘정화이념의 구현’은 각각 15.1%·3.9%·9.4%에 그쳤다. 이는 미래 사찰의 역할 항목에서 사찰의 지역사회 참여와 지역공동체 활동에 대해 85%가 동의한다고 답한 것과도 맥을 함께한다.
이와 관련 설문조사를 담당한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미래 한국불교의 정체성에 대해 대승불교·보살행·사회참여 등의 키워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며 “이는 선불교의 전통을 강조하고 다양한 수행방법을 폭넓게 수행해 온 ‘통불교’의 전통과는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흐름이 승가 내부에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승불교와 보살행, 사회참여를 미래 한국불교의 핵심 가치로 삼고자 한다면, 종교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들을 모색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찾아가는 불교’는 이 같은 일련의 상황에서 제기된 대안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15일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 세미나에서 처음 나온 개념들이기도 하다.
당시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혜명 스님은 “현대 한국불교가 타성에 젖어 산중불교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대와 사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상월선원이 보여준 일련의 결사가 “기존의 ‘중생이 찾아오는 불교’가 아닌 ‘중생을 찾아가는 불교’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도 “미래불교는 사부대중이 함께하는 불교”라고 제언하기도 했다.
기실, ‘찾아가는 불교’는 불교가 더 대중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선언적 운동이다. 이는 근대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과제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 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조선불교의 쇠퇴 원인을 포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산중 사찰에 대해 비판했다. 사찰이 산 속에 있어서 승려 교육부터 포교, 전법 등 여러모로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조선불교는 불교의 구세적·포교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대도시로 나와야 한다”는 게 만해 스님의 주장이다.
상월선원 결사를 비롯해 조계종 교육원의 ‘승가결사체’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활동, 일선 사찰의 염불봉사, 불교 복지 사업 등은 넓은 의미의 ‘찾아가는 불교’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찾아가는 불교’는 지역 주민들의 삶 속에서 해결해야 하는 고통, 괴로움 등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포교 대상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사찰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을 방문하고,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불교적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프라인에서의 ‘찾아가는 불교’는 이제는 온라인·뉴미디어로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된 만큼 불교계 법회, 수행, 기도, 교육 등이 이를 요구받고 있어서다. 특히 MZ세대 포교를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이기도 하다.
한국리서치가 2020년 6월 발표한 ‘코로나19와 비대면 디지털사회 전환’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8%만 온라인 종교활동에 참여했지만, ‘향후 이용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46%에 달했다. 또한 종교 신행생활의 온라인화에 대해서는 53%가 ‘긍정적 변화’라고 답했으며, 37%가 ‘긍정도 부정도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이는 일반 대중들은 종교 신행활동에 온라인화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해인사, 월정사, 조계사, 봉은사, 한마음선원 등 교구본사와 도심 유명 사찰을 중심으로 유튜브를 비롯한 SNS를 활용한 포교가 이뤄지지만,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색 있는 몇몇 사찰을 제외하면, 대부분 교리 강의, 법문 등을 촬영해서 업로드하는 수준이고,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 대한 활용도도 낮다.
이 같은 뉴미디어 포교 활성화를 위해서는 스님들부터 뉴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적응과 해당 분야의 역량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들을 배워야 하는데, 이것이 ‘진입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을 넘어야 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뉴미디어를 통한 ‘찾아가는 불교’의 첫 걸음이 된다.
이를 위해서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2020년부터 유튜브 제작에 대한 승려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연수 교육에서도 지난 3월에 해당 강좌가 진행된 바 있다.
지정학 조계종 교육원 교육차장은 “유튜브 영상 제작은 향후 포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서 연수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면서 “해당 강좌에 대한 인기가 좋아 하반기에도 1회 더 진행하려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학인 스님들의 유튜브 제작을 함께하고 있는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법장 스님은 시대에 맞는 전법과 포교를 위해서는 스님들이 다양한 문물을 접하고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장 스님은 “옛날 구법승들은 서역까지 가서 세상을 선도하는 학문을 배워왔다. 이를 통해 불교는 시대를 선도했다. 요즘 말로 불교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종교였던 것”이라면서 “안주해서는 절대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일반인들이 하는 뉴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야 전법·포교가 가능하다. 우선적으로 스님들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