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중생 고통 보듬은 봉축…희망·치유 법석으로

5월 19일 서울 조계사 등 전국 사찰서
코로나 감염예방 위해 최소인원만 참석
소외 노동자, 미얀마 유학생 헌등 동참
일본군위안부 위로 공연으로 상처 치유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는 봉축법요식이 봉행됐다. 사진은 조계사 봉축법요식 전경.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는 봉축법요식이 봉행됐다. 사진은 조계사 봉축법요식 전경.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봉축법요식이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법요식 규모는 대폭 축소됐지만, 부처님 오신 뜻을 되새겨 고통받는 중생,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대국민 치유의 법석으로 마련돼 감동을 전했다.

특히 조계종(총무원장 원행)이 5월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한 불기 2565년 봉축법요식은 역대 최소 규모 임에도, 부처님 오신 뜻을 찬탄하는 본연의 의미는 그 어느 해보다 컸다는 평가다. 올해 법요식에는 코로나 시국 방역의 최전선에서 역할을 다해 온 방역의료진과 쿠데타 발발 후 내전으로 치닫고 있는 미얀마 재한유학생, 산업재해 사망노동자 유가족, 이주민 노동자 대표, 쿠팡노동자 등 소외된 약자들을 초청해 한국불교계의 지지와 격려를 전했다.

삼귀의를 하고 있는 사부대중들의 모습.
삼귀의를 하고 있는 사부대중들의 모습.

공식 행사는 도량결계와 육법공양,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친다는 의미의 명고와 성불을 서원하는 명종을 시작으로 개회한데 이어, 삼귀의례, 반야심경 봉독, 관불 및 유민우·이주현 어린이(조계사어린이법회)의 마정수기, 헌촉·헌향·헌화·헌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의 축원,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봉축사, 종정예하 진제법원 대종사의 법어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부처님전에 초와 향, 꽃과 차를 올리는 의식은 우리사회 곳곳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약자들이 초청돼 대표로 공양을 올려, 중생과 함께하는 희망과 치유의 법석으로 화했다.

헤이만 재한미얀마청년대표가 희망의 등을, 김효주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응급실 수간호가 치유의 등을 올렸으며 우다이 라야 이주노동자 위원장과 이대로 청주방송국 故이재학 PD 유가족,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청소노동자 지부장, 정진영 쿠팡노동자 지부장이 헌화하며 안전한 근무한경과 차별 없는 세상을 발원했다.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가 봉축법어 전 주장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가 봉축법어 전 주장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안루노 피구에로아 피셔 주한 멕시코대사와 쉬페로 쉬구테 월라사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가 헌향했고 이어 김희중 천주교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등 이웃종교 지도자들도 참석해 헌화하며 우리사회 종교평화가 깃들기를 서원했다.

종정 진제법원 대종사는 봉축법어에서 ““코로나 질병을 계기로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제 스님은 “온 지구촌이 거년(去年)부터 코로나 질병으로 죽음의 공포와 고통 속에 빠져있다”며 “이는 ‘인간우월적 사고(思考)’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님은 “자연과 인류(人類)는 상생(相生)하는 존재”라며 “이 자연은 우리의 조상들이 건강하고 깨끗하게 보존하기를 기원(祈願)하며 물려준 것이며, 또한 우리도 미래의 후손에게 온전(穩全)하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봉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봉축사를 낭독하고 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봉축사에서 지구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불자들의 관심과 실천을 당부한데 이어 현재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강도 높은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원행 스님은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 “많은 전문가들이 신종감염병과 지구의 기후 변화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며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조금 덜 소비하고 약간의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인류를 살리는 길이다. 탄소 중립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통해 생명의 건강한 순환을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서도 현 사태를 야기한 군부를 향해 ‘모든 적대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 스님은 “당신들의 무기가 나라 바깥을 향할 때 당신들은 군인이지만, 당신들의 무기가 국민을 향할 때는 폭도가 된다. 지금이라도 무기를 내려놓는 것이 지혜이며 용기”라며 “미얀마 당국은 북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초파일부터 남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보름까지 모든 적대행 위의 중단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불교계의 지속적인 노력도 약속했다.

조계종 원로의장 수봉 세민 대종사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마정수기를 내리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장 수봉 세민 대종사와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마정수기를 내리고 있다.

이어 스님은 담마기금(擔麻棄金, 삼을 짊어지고 가던 사람이 금을 보고도 삼이 아까워서 금을 버리는 어리석음)을 인용해 “지혜와 자비 실천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이룩하는 것이 참 좋지만 욕망과 분노로 출렁이면서 살아온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며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짊어진 삼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 내려놓으면 더 좋은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함이니, 부처님이 몸소 보여주신 삶의 길을 따라 가족과 함께 이웃과 함께 도반이 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축원을 통해 “국민의 온갖 고난 어루만지사 안락하게 하시고 너와 내가 공존해 하루속히 상생하게 해달라”며 “오늘 법회 동참대중은 부처님 가르침을 바로 배워 나 스스로를 아끼듯 이웃을 배려해아픔은 나누고 기쁨 또한 함께누려 마침내 치유와 희망의 세상을 이루게 해 달라”고 발원했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정관계인사와 유력 대선 후보군이 참석했다. 이낙연 의원의 헌화하는 모습.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정관계인사와 유력 대선 후보군이 참석했다. 이낙연 의원의 헌화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불교계에 재차 깊은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연등회를 취소, 축소하고 법요식도 최소규모로 봉행한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고귀한 용단을 내려주신 불교계의 희생과 양보에 존경을 표한다. 방역을 위하여 법회와 행사를 중단하면서도, 스님들은 산문을 활짝 열어 지친 국민들을 품어주셨다”고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고 이롭게 해주는 이타행과 생명존중 사상은 불교의 오랜 지혜인 만큼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과 자비의 마음이 더 넓고 크게 나눠질 수 있도록 불교계가 축원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마음을 모아 밝혀주시는 ‘희망과 치유의 연등’은 하나 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희망과 치유의 빛’이고 ‘화합과 평등의 빛’”이라며 “부처님의 마음이 이 땅에 새로운 도약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부처님의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고 발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봉축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봉축메시지를 대독하고 있다.

이날 법요식에는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당대표, 정의당 여영국 당대표, 이원욱 정각회장, 주호영 정각회 명예회장, 이낙연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법요식에서는 '불기2565(2021)년도 불자대상' 수상자인 (사)한국차인연합회 박권흠 회장과 역사학자 한금순 씨,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사진=박재완 기자·영상=노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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