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학생들에게 미소를 선물하다…“한국문화로 전한 자비의 희망”

다나, 스리랑카 웰리파탄울라 초교 봉사활동
1월 3~10일, 한국문화 교류·체험 프로그램
초등학생부터 청년까지 다양…총 14명 동참
켈리니아 대학생 등 7명도 통역·봉사 함께
320여 명 대상 한복 입고 사진 찍기 ‘인기’
켈레니아 사원 참배로 스리랑카 화합 기원

다나 청년봉사단이 1월 3~10일 웰리파탄울라 초등학교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펼쳤다.
다나 청년봉사단이 1월 3~10일 웰리파탄울라 초등학교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펼쳤다.

“What's your name(이름이 무엇이니)?”
“How old are you(몇 살이니)?”

(사)다나 청년봉사단이 웰리파탄울라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딛자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얼굴 생김새도 말하는 언어도 다른 이방인들의 방문이 내심 기분 좋은 모양이다. 호기심 많은 스리랑카 아이들과 어색한 첫 만남도 잠시, 한국문화를 중심으로 마음을 나누며 하나 된 청년봉사단과 스리랑카 아이들. 덥고 습한 날씨에도 얼굴엔 환한 미소만이 번져 있었다.

사단법인 다나(대표 탄경 스님) 1월 3일부터 10일까지 스리랑카 함반도타 노나가마(Nonagama) 농촌 마을의 웰리파탄울라(Welipatanwula) 초등학교에서 ‘지구촌 평화기행-아유보완 얄루웨! 안녕 친구야!’ 해외봉사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로 4년 만에 재개된 다나의 해외봉사활동은 한국문화교류로 스리랑카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됐다.

해마 스님, 탄경 스님, 마힌다 스님.
해마 스님, 탄경 스님, 마힌다 스님.
탄경 스님이 스리랑카 아이들과 쉬고 있다.
탄경 스님이 스리랑카 아이들과 쉬고 있다.

다나 청년봉사단의 활동 총괄은 (사)다나 대표 탄경 스님이 맡았으며, 마힌다 스님(스리랑카)과 해마 스님(다르마라자 주지)이 현지 운영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강재선 (사)다나 이사와 홍수민 봉사단장 등 초등학생부터 청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14명의 봉사단원은 궂은일도 솔선수범하며 자비행을 실천했다. 특히 스리랑카 켈리니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운 재학생·졸업생 7명이 통역·봉사 등 전 일정을 함께해 스리랑카와 한국 간 교류·소통에 의미를 더했다.

이들은 봉사기간 동안 스리랑카 어린이 320여 명을 대상으로 한복 입고 사진 찍기, 5가지 부스 활동, 가족사진, 한국영화 상영, 단체 게임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봉사단원들이 웰리파탄울라 초등학교에 들어서자 학생과 선생님들은 태극기와 스리랑카 국기를 연신 흔들며 춤과 노래로 환영했다.
봉사단원들이 웰리파탄울라 초등학교에 들어서자 학생과 선생님들은 태극기와 스리랑카 국기를 연신 흔들며 춤과 노래로 환영했다.
태극기를 흔드는 스리랑카 아이들.

탄경 스님은 “풍요 속에서 부족함 없이 생활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다나 청년봉사단원들)이 스리랑카라는 낯선 나라에서 불편함마저 감내하며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용기를 냈다”며 “세상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어려운 지구촌 이웃을 위한 자비심을 배워가길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1월 3일, 스리랑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봉사단원들은 장시간 비행에도 지친 기색 없이 설렘과 기대로 가득했다. 8시간 30분의 비행 후 콜롬보 공항을 나서자 탄경 스님의 사제인 마힌다 스님과 켈레니아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들 가장 먼저 이들을 반겼다. 마힌다 스님은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고생길을 선택한 여러분들이 기특하다”며 “이 길에 함께 해줘 고맙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활동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산두니(켈레니아대 4학년) 학생도 “한국 학생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에 기대를 많이 하고 왔다”며 “번역과 봉사, 2가지 일을 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 청년봉사단 ‘완전체’로 거듭난 이들은 가벼운 인사와 봉사활동의 원만 회향을 다짐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다시 차로 3시간을 더 이동, 봉사활동 지역인 스리랑카 남부 함반도타 노나가마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노나가마 마을은 2004년 스리랑카 남부 지역을 덮친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이 산간 지역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이 가꾼 마을 중 하나다.

부처님께 육법공양을 올리며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부처님께 육법공양을 올리며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한복 입은 스리랑카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한복 입은 스리랑카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체험을 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노란색 다나 조끼를 입은 봉사단원들이 웰리파탄울라 초등학교에 들어서자 학생과 선생님들은 태극기와 스리랑카 국기를 연신 흔들며 춤과 노래로 환영했다. 학생들을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 모셔진 부처님께 다다랐다. 봉사단은 부처님께 향과 꽃, 과일, 쌀, 등, 차 등 육법공양을 올리며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첫 프로그램으로는 아이들에게 한복을 입혀 사진을 찍어 주는 ‘다나 사진관’이 운영됐다. 한복은 남·여 크기별로 총 40여 벌이 준비됐다. 한복의 화려한 색에 매료된 아이들이 길게 줄을 이었고, 봉사단은 2명씩 조를 짜 학생들의 한복 입고 벗기를 도왔다. 사진을 담당한 봉사단원은 한복을 입고 다소곳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과 지역주민들까지 큰 관심을 보여 활동은 늦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봉사 활동이 끝난 후에도 숙소로 돌아와 나머지 작업을 하는 다나 청년봉사단.
봉사 활동이 끝난 후에도 숙소로 돌아와 나머지 작업을 하는 다나 청년봉사단.

숙소에 돌아온 봉사단원들에겐 달콤한 휴식 대신 또 다른 추가 활동이 기다리고 있었다. 낮에 찍은 한복 사진을 프린터로 인쇄하고 종이 액자에 넣는 작업이다. 아이들에게 줄 칫솔 치약 포장도 함께했다. 선물을 받고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시금 힘을 냈다.

체험활동이 열리는 5일. 학생들에게 오전 9시까지 학교로 오라고 공지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운동장엔 아이들로 북적였다. 기다리는 아이들에 마음이 조급해진 봉사단은 빠르게 부스를 설치하고 물품을 정리했다. 부스는 심폐소생술과 구강 교육, 젓가락으로 콩 옮기기, 뱃지 만들기, 카드 뒤집기 게임, 가족사진관 등 5개가 꾸려졌다. 10명씩 팀을 꾸린 학생들은 차례대로 부스를 돌며 각각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구강 교육은 스리랑카 마둘켈(Madulkelle) 병원의 수술전문의가 맡았다. 의사 깃(30) 씨는 “아이들이 어떻게 이를 닦고 관리해야 하는지 실습을 통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우리나라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서 신경 써 줘 고맙고, 이런 활동에 참여해 미력하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구강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구강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뱃지 만들기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뱃지를 보여주고 있다.
뱃지 만들기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뱃지를 보여주고 있다.

뱃지 만들기는 단연 아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부처님, 태극기 등을 그린 몇몇 학생들이 수준 높은 그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사신디(12) 학생은 “태극기를 처음 보고 색이 너무 예뻐서 따라 그려봤다”며 “학교에서 행사가 열린 것도, 외국인을 만난 것도 처음인 데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돼 신난다”고 전했다. 5가지 부스 체험을 모두 마친 학생들에게는 합장주가 선물로 전달됐다.

이날 저녁에는 지역주민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상영했다. 학생들에게는 미리 싱할라어(스리랑카 제 1언어)로 영화 내용을 공유해 이해의 폭을 넓혔다. 무쇠솥에 갓 튀긴 팝콘도 간식으로 제공됐다.

6일에는 청홍 2팀으로 나눠 단체 ‘큰 공 굴리기’ 체육대회를 열었다. 각 팀 4명씩 줄을 서 몸집보다 큰 공을 굴렸고, 청팀의 공이 결승선에 들어오자 곳곳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이긴 팀에겐 막대 사탕이 주어졌다. 2차전은 줄다리기로 실력을 겨뤘다. 남성부와 여성부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다나 청년봉사단원들이 각 팀에 흡수돼 힘을 보탰고, 신발까지 벗어 던지고 결의를 다진 홍팀이 통쾌한 역전승을 거뒀다. 승패를 떠나 함께 땀 흘리고 서로를 격려하며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첫날 찍은 사진을 배분했다. 한복을 입고 있는 자신의 사진을 찾으며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켈레니아 사원을 참배하며 탄경 스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켈레니아 사원을 참배하며 탄경 스님의 설명을 듣고 있다.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스리랑카 문화를 배우는 기회도 있었다. 다나 청년봉사단원들은 1월 7일 다르마라자 사원에 모여 스리랑카 전통음식인 달커리와 삼볼을 직접 만들고, 손으로 식사해 보면서 어울림의 장을 펼쳤다. 다음날엔 얄라국립공원(Yala National Pa가)을 찾아 사파리 투어를 하며 스리랑카의 자연환경을 배웠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 스리랑카 불교에서 중요한 성지 중 한 곳인 켈레니아 사원을 참배했다. 켈레니아 사원은 부처님께서 스리랑카를 방문해 설법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봉사단은 맨발로 사원을 걸으며 스리랑카 불교의 현황, 특징 등을 설명하는 탄경 스님의 설명에 귀 기울였다. 보리수나무, 탑, 와불상 앞에 꽃을 공양하며 스리랑카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6박 8일의 대장정은 마무리됐다.

김지우(14) 다나 청년봉사단원은 “사촌 누나를 따라 처음 봉사활동을 왔는데 스리랑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어 뿌듯했다. 색다른 환경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니 우리 문화에 대해 더욱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서희(20) 단원도 “막연하게 봉사의 관심을 갖고 탄경 스님을 따라 스리랑카 봉사활동에 참여한 지 2번째다. 갈 때마다 나눔의 가치를 익히며 스스로 발전하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카드 뒤집기 놀이 중인 스리랑카 아이들.
카드 뒤집기 놀이 중인 스리랑카 아이들.
한복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며 흐뭇해 하는 아이들.
한복 입고 찍은 사진을 보며 흐뭇해 하는 아이들.
영화가 상영될 스크린을 설치하고 있다.
영화가 상영될 스크린을 설치하고 있다.
스리랑카 전통음식인 달커리와 삼볼을 만들고 있다.
스리랑카 전통음식인 달커리와 삼볼을 만들고 있다.
줄다리기에 참여한 다나 청년봉사단.
줄다리기에 참여한 다나 청년봉사단.
환호하고 있는 스리랑카 아이들.
환호하고 있는 스리랑카 아이들.
큰 공 굴리기 체험 중인 아이들.

스리랑카=김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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