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해도 본질 그대로…불교 본연 콘텐츠에 방점을 

사찰 브랜딩의 교본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정교하게 브랜딩된 ‘저스트비 홍대선원’의 5층 법당 모습. 법당에서는 명상, 절 수행뿐 아니라 요가와 태극권, 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사찰 브랜딩의 교본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정교하게 브랜딩된 ‘저스트비 홍대선원’의 5층 법당 모습. 법당에서는 명상, 절 수행뿐 아니라 요가와 태극권, 댄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불교, 사찰의 브랜드 전략 필요성  

불교 포교, 사찰 운영에 ‘브랜드를 활용해야 한다. (또는 할 수 있다)’는 논의는 오래되었고,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실천과 시도가 있었다. 사찰 운영에도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는 전제는 사실 ‘사찰’에 있지 않고, ‘이용자’에 그 방점이 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 ‘본질’이 아닌 ‘허구 된 인식’에 가까운 브랜드를 논하고 활용한다는 것이 맞지 않는다 볼 수 있지만, 사찰의 이용자나 잠재적 대중들이 사찰을 찾고 신도가 되어가는 활동은 인간의 인지행동학적 특성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불교계의 브랜드 전략을 불교식으로 표현해 보자면 “잠재 이용자들에게 ‘허구’적일 수도 있는 인식을 제공하여 불교를 접하게 한 후, ‘본질’을 탐구하는 경험을 제공하자는 전략” 정도이겠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탈종교의 시대가 도래하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소멸이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 역시 신도 이탈, 신규 신도 유입 감소라는 냉정한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본래 종교 기능의 강화, 새로운 수행 체계 마련, 종단의 개혁 등 여러 해결책이 필요하겠지만 사찰 내부에서는 ‘우리 절이 대중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사람들(특히 젊은 계층)이 찾아올까?’라는 고민에 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절을 찾고, 수행 생활을 시작하고, 신도가 되는 이유와 과정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다. 대중이 특정 절과 인연을 맺는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변인이 작동하는데, 심리적 필요, 접근성, 추천인, 이미지, 경험(독서 등), 접촉 콘텐츠 등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일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 불교를 알고, 어떻게 사찰을 찾고, 어떤 이유로 사찰을 찾을까, 그리고 누구는 왜 신도가 되고, 어떤 이는 중단하고 무슨 이유로 이탈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들의 답을 찾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신규 신도의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사찰 브랜딩의 개념

사찰 브랜딩은 사찰의 고유한 특성과 장점, 자산을 토대로 형성된 ‘자기다움’과 이용자, 이해관계자들이 인정하는 ‘00스러움’의 혼합 인식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어느 사찰 하면 ‘아! 거기! 0000 한 곳이잖아’의 ‘0000 한 곳’이 바로 브랜드가 구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찰이 외부인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사찰을 ‘활용’할 수 있는지, 사찰에 어떤 ‘편익’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지에 대한 개념이랄 수 있으므로 결국 사찰들이 가지는 특성을 잘 정리하여 이를 외부인에게 공개하고, 이를 각인시켜 가는 작업 자체가 ‘브랜딩’ 작업이라고 할 것이다. 사찰 입장에서는 사찰의 활성화에 가장 도움이 되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이해관계자에게 전달하여 그들에게 해당 사찰의 개성과 특성을 각인시켜 궁극적으로는 해당 사찰에 대해 목표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참여(포교, 구매, 이용, 방문 등)를 증진하는 모든 과정을 브랜딩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모든 사찰이 브랜딩 작업을 해야 하거나, 모든 브랜드 요소를 개발할 필요는 없으나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는 사찰의 ‘브랜드(정체성)’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사찰의 이용 또는 무관심의 결정을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을 사찰 관계자들이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브랜드를 말할 때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다”, “브랜딩은 디자인(환경 미화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찰 브랜딩 작업은 로고와 디자인에 머무른다. 이유가 뭘까. 이는 상당한 조사와 정교한 기획이 필요한 ‘사찰 정체성 구축 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찰 브랜드 작업의 성과 확보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사찰 운영자들의 변경과 변심 때문일 것이다. 어떤 스님의 고민으로 시작된 브랜딩 작업이지만 의사결정권자(주지스님 등)가 바뀌면 전부 다시 하거나, 이전의 내용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사찰 브랜드를 ‘스님 브랜드’ 위주로 작업해 놓을 경우 해당 스님이 사찰을 떠나거나 입적하신다면 이 브랜드 역시 그 효용을 다한다. 이런 모든 변수를 고려해야 하므로 사찰 브랜딩 작업은 녹록지 않다. 

사찰 브랜드는 ‘그 사찰 하면 딱 떠오르는 무엇’이며, 이는 이용자들에게 사찰을 방문하거나 신도가 되고 싶어 하거나 사찰을 이용하는 ‘인식, 태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어야 한다. 사찰이 가장 잘하는 것이자 대중이 인정해주는 것의 교집합이 바로 브랜딩을 위한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고, 이를 대중이 잘 인식하고 이용(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것이 바로 사찰의 브랜딩 전략이다.  <표1 참조>

이전 사찰의 주요 브랜딩 요소가 ‘특정 스님’이나 ‘자산(절, 탑, 문화재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찰의 사업이나 역할 혹은 기능(수행프로그램, 복지/환경 등 지역사업, 지역사회 영향력 등)이 브랜딩 요소로 추가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특정 사찰=특정 스님’이라는 브랜딩 전략은 여전히 일부 유효하지만 이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에 사찰 운영을 시스템화하여 ‘핵심 스님’의 브랜드를 ‘사찰’의 브랜드로 전환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찰 브랜딩의 추진 

사찰의 브랜드를 만들 때의 기본적인 구조는 사찰이 가지는 자원과 자산을 조사/분석하고, 이해관계자들이 기존에 사찰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를 확인하며, 이를 토대로 사찰이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에 ‘적합하고 바람직한’ 이미지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브랜드는 한 번 만들고 끝나는 단선적 작업이 아니다. 방향성이 설정되면 그 방향성에 맞게 콘텐츠와 속성들을 보완, 강화해가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사찰에서 브랜드 전략을 추진할 때 관리 계획을 세워 지속적인 수정과 보완, 강화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브랜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사찰의 목표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는데 충분한 명분과 올바른 전략 선택이 중요할 것이다. 다만, 잦은 변경은 이용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브랜드가 인식되는 최소한의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없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여도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즉, 불교가 원래 가진 콘텐츠와 지향에 충실한다면 사찰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며, 부처님 이래 수많은 역사에서 검증된 깨달음과 중생 교화의 방법론 역시 시대의 변화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전례없이 환경이 변하고, 사람들이 변하고, 그들의 생활이 변하는 당대의 시점에서 적어도 방편은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 현실적인 지혜일 것이다. 사찰의 브랜드 전략 역시 그 중의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다.  

※ 본 기고문은 대한불교조계종 미래본부에서 기획, 발간한 〈지역사찰 활성화 연구 및 운영 매뉴얼〉(김재춘 저, 2023년 10월)을 토대로 작성하였음.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

정토회 단기 행자 출신으로 보리수선원 위빠사나 수행자다. 조계종 승려연수 과정 강사, 월간 해인에 불교 모연과 수익사업 관련 기고 등 포교활동에 대한 강연과 컨설팅을 진행한다. 대학,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등에서 자원봉사, 모금 및 자원개발, 사회적 경제, 브랜드 전략 등과 관련해 연간 300여회 강의 및 코칭,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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