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끝도 도심 속 글로벌 수행 놀이터 꿈꾼다

‘시심마’ 화두서 따온 ‘저스트비’
사찰 브랜딩의 핵심은 ‘경험’
다양한 프로그램 방문객 저격
도심 속 명상 게스트하우스로
청년·외국인에 성지 등극 목표
“교류·평등·친절해야 포교 가능”

저스티비 홍대선원은 이름과 공간, 콘텐츠 3박자를 고루 갖춘 사찰 브랜딩의 교본으로 손꼽힌다. 시심마에서 따온 이름과 홍대라는 공간,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함으로써 일상 속 수행이 될 수 있게 구성됐다.
저스티비 홍대선원은 이름과 공간, 콘텐츠 3박자를 고루 갖춘 사찰 브랜딩의 교본으로 손꼽힌다. 시심마에서 따온 이름과 홍대라는 공간,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함으로써 일상 속 수행이 될 수 있게 구성됐다.

저스트비(JustBe) 홍대선원. 선원이라고 하는걸 보니 사찰이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면 “어랏? 여기 뭐지?”. 머리카락 깎고 승복 입은 스님이 차를 내려주며 예약을 받고 있다. 한쪽에서는 드로잉 수업이 한창이다. 이곳은 게스트하우스인가, 카페인가, 아님 문화센터인가?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저스트비 홍대선원(주지 준한 스님)은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다. 저스트비 홍대선원은 최근 1년 사이 불교계에서 가장 힙(Hip)한 공간이자 힙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저스티비 홍대선원은 이름과 공간, 콘텐츠 3박자를 고루 갖춘 사찰 브랜딩의 교본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만큼 정교하게 브랜딩됐다.

홍대선원은 시작부터 ‘선불교 참선도량’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저스트(Just)’는 선원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공안(公案)을 이르는 시심마(是甚)의 ‘시(是)’에서 따왔다. 처음부터 포커스가 외국인과 청년에 잡혔기에,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영어로 작명됐다.

‘저스트(Just)’는 ‘이게 무엇이나’라는 ‘시(是)’의 화두이자 질문이기에 ‘비(Be)’ 이후에 오는 모든 것은 이에 대한 대답이다. 오직 지금 이순간. 때문에 ‘저스트비(JustBe)’라는 문구 뒤에 무엇이 오든 답이 된다. ‘~할 뿐’인 것이다. ‘是’는 홍대선원의 로고이기도 하다.

이렇게 홍대선원은 시심마의 화두를 활용해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에게 상징적인 곳인 홍대를 브랜드화시켰다.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홍대하면 떠올리는 클럽이 난무한 쾌락의 장소가 아닌, 그곳이 명상의 성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름을 브랜드화하면서 공간도 브랜드화하고자 한 것. 청년들과 외국인들의 로망과도 같은 게스트하우스를 탄생시켰다. 도심 속 명상 게스트하우스다. 당연히 절이지만 겉모습은 게스트하우스다.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브랜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다양한 콘텐츠를 넣었다. 흔히들 사찰하면 보수적이고, 근엄한 큰스님들이 계신 곳을 떠올린다. 그러나 일상생활, 삶 자체가 선이고 무엇이든 수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기본적인 좌선과 절, 다도뿐만이 아니다. 명상 댄스나 드로잉, 요가, 태극권, 채식 등 다양한 문화를 활용해 청년들과 외국인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수행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모양이나 방법이 고정돼 있지 않은 선불교의 핵심 교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홍대선원은 벌써부터 청년 포교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2년 10월 문을 열었으니 이제 개원 1년 3개월. 그 사이 전세계에서 6000명이 홍대선원을 다녀갔다. 주말에는 모든 방이 꽉 찰 정도로 높은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처음에는 게스트하우스로 알고 온 청년들도 이제는 불교를 알아가고 싶어 매일 드나드는 국제포교도량이 됐다. 홍대 거리문화의 일부로 스며들며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공동체의 탄생이다. 

‘저스트비’라는 이름과 ‘홍대’라는 공간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가 ‘글로벌 수행 놀이터’라는 목표 속에 통일된 방향성을 가지고 굴러가고 있는 홍대선원의 앞으로의 행보에 불교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교류, 평등, 친절함이 포교 이끌 포인트”
저스트비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

홍대선원 주지 준한 스님은 저스트비 홍대선원의 목표는 처음부터 뚜렷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행 놀이터’가 되기까지 그 중심에는 바로 청년이 있다.

“사찰 구성원인 사부대중과 같은 50여 명의 크루(활동가)가 모였으니 승가의 모습을 똑 닮았죠. 함께 살면서 만들어가는 도량이기에 홍대선원은 평등한 운영방식에 따라 주체적으로 움직입니다. 어느 선방에나 각자의 소임이 있듯이, 청소와 빨래는 물론이고 차담과 예약 상담, 프로그램 진행 등 각자 자리에서 주어진 소임에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대선원의 주인은 청년들이라는 기본 운영방침에 따른 것이죠.”

준한 스님은 이 시대에 맞춰 포교하려면 시대의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의 흐름은 바로 ‘교류, 평등 그리고 친절’이다. 스님은 “교류, 평등, 친절함 이 세 단어에 홍대선원이 지향하는 가치가 담겨 있다”면서 “청년들의 놀이터인 홍대선원에서 스님은 나침반이자 서포터”라고 설명했다. 

준한 스님의 하나의 브랜드로 안착한 홍대선원을 기반으로 다양한 포교활동을 구상 중이다. 2~3호 개원에 대한 계획도 있고 순례와 명상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도 있다. 얼마 전부터는 사찰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자 불교공부 강좌도 개설했다. 숭산 스님 법문집인 ‘선의 나침반’을 교재로 한 교리 강의다. 처음에는 가볍게 방문했지만, 불교를 알아가며 심도있는 불교 공부를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최근에는 ‘저스트비 후원회’를 시작했다. 후원회에 가입하면 후원자이자 회원이 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준한 스님은 “고령의 불자들도 자식이나 손주들을 위한 도량이 활발하게 운영된다면 기쁘지 않겠느냐”면서 청년들을 위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홍대선원에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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