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된 브랜딩, 사찰뿐 아니라 지역까지 살린다

잘 구축된 장소 브랜딩은
인식 속 긍정적 이미지로
사람 끌어당기는 촉매제

탈종교 지역소멸 위기서
지속 가능한 사찰 되려면
수행 전법 기능 중심 두고
사회 소통하는 실천 필요

삽화=김상규
삽화=김상규

동네의 작은 상점부터 시작해 거리, 도시, 국가에 이르기까지 장소에 있어서도 브랜딩은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좋은 인식이 형성된 국가나 도시로 사람들은 여행을 가고 싶고, 살고 싶고, 사업하고 싶어 한다. 1975년 석유파동으로 시작된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실시한 아이러브뉴욕(I♥NY) 브랜드 캠페인으로 뉴욕의 부흥기가 찾아오고 구글과 아마존이 탄생한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 스타트업의 성지가 되었듯이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장소 브랜딩이라고 한다면 서울시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2015년부터 최근까지 사용된 ‘I.SEOUL.U’가 그것이다. 올해 여름 발표된 ‘SEOUL MY SOUL’은 시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서울만의 다양한 매력과 서울의 정체성 ‘서울다움’을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각 도시들은 세계적으로 어필하는 일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한국의 수도인 서울 또한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했다. 시민의 참여로 탄생한 서울 브랜드는 현재 서울 곳곳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를 가리지 않고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한 번 브랜딩에 성공하면 해당 장소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장소는 살고 싶고,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가치가 상승하는 반면 사람들이 외면하는 장소는 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쇠퇴의 길을 걷는다. 지금 잘나가는 도시들의 미래 모습은 현재를 어떻게 진단하고 브랜드화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장소를 ‘사찰’로 좁혀보자. 

한국불교는 전례없는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신도 노화와 젊은 신도 유입 감소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탈종교 현상과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감소, 지역소멸 위기는 불교만이 아닌 모든 종교에 커다란 해결과제로 등장했다. 그간 많은 이들이 불교와 사찰의 앞날을 걱정하고 이에 대해 해법을 내놓으려 노력해왔으나 현실적 상황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달라진 지역 환경 아래 사찰들이 신도 이탈을 줄이고 새로운 신도들을 모집하며 특정 신도, 예를 들면 젊은 계층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방법이 필요한 때다. ‘지역사찰의 지속가능성 방안’을 보다 면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불교계 내에서 사찰 활성화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각 사찰 활성화 연구들은 일정부분 한계를 가졌다. 문화, 경관적 유산을 가지고 ‘전통사찰’ 활성화만을 논했다던지 자치단체들의 주요 정책이었던 ‘지역공동체’ 측면만 부각해 다룬 경향이 주를 이뤘다. 

중요한 것은 전통사찰이라는 불교의 중요한 자산을 활용, 지역 및 대중과 소통하며 사찰의 지속가능성과 영향력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각 사찰별 소유한 자원과 역량을 고려해 사찰만의 차별화된 핵심 전략을 구사하고, 이에 따라 ‘사찰 브랜딩’이 가능할 수 있도록 구상하는 것. 또 성공적인 사찰 브랜딩 사례를 적극 밴치마킹해 향후 유사한 모델이 확대·재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브랜드의 존재 이유는 항상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구축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특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브랜드는 곧 정체성이고 브랜드는 정체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현대 브랜드 경영 전략〉(2009, 교보문고, 김성제)에서는 “브랜드는 정체성이다. 정체성이 뚜렷해야 좋은 브랜드가 된다. 좋은 브랜드는 기업과 국가에 부를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잘된 사찰 브랜딩은 사찰뿐 아니라 지역까지, 넓게는 불교를 살릴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수행과 전법이라는 종교적 기능을 다하는 사찰 본연의 역할에 중심을 두되 개별적인 정체성을 부각시키는 사찰 브랜딩을 적극적으로 나서 사회 및 대중과 소통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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