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비연애 전문 승단, 1인 가구 노하우 MZ에 전할수 있어
기도 수행 대해 체계적·과학적·논리적으로 알려줄 수 있어야

‘MBTI 명상게임’ 선방 아닌 메타버스 세상 명상 센터 어울려
MZ세대의 욕구·문화 초점 맞춘 재가 포교사 양성에도 관심을

‘죽고 싶은데 왜 떡볶이를 먹고 싶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2018년 낯선 제목의 베스트셀러가 등장했습니다. MZ세대의 끝자락에 걸쳐 있는 필자도 이해되지 않는데 X세대, 베이비붐 세대가 이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1년에 한 번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한국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됩니다. 동양인, 동서양 반반인 그리고 서양인 사람들이 섞여서 서로를 불편해하는 모습입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자란 노인 세대는 동양인의 세계관을 가졌습니다. 농촌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도시에서 산업화를 겪고 자란 부모 세대는 동서양이 반반 섞인 세계관을 가졌고 철저하게 서양식 교육을 받고 자라난 손자 세대는 서양인의 세계관을 가졌습니다. 분명 한핏줄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모였으니 공감보다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한국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절에 동양인 스님과 동서양 반반인 스님, 그리고 서양인 스님들이 함께 모여 삽니다. 다만 재가에 비해 갈등이 덜 표출되는 이유는 동양의 세계관을 가진 어른들의 세계관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 스님들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전원일기를 시청하며 자라난 어른 세대들이 무한도전을 보며 자라난 MZ세대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MZ세대 스님들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의 승단이 과연 청년들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MZ세대가 받은 고통의 유산

청년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88만 원 세대, N포 세대’ ‘MZ세대’라는 용어가 쓰이기 전 청년 세대를 표현하는 용어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들의 평균 월수입이 88만 원이라는 점을 꼬집어 말하는 표현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해야 한다는 3포, 정규직 취업과 내 집 마련도 포기해야 한다는 5포, 건강과 외모 관리도 포기해야 한다는 7포, 인간관계와 희망도 포기해야 한다는 9포, 앞의 9가지를 포기했으니 마지막으로 삶까지도 포기해야 한다는 10포의 다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N포 세대입니다. 혹시 이러한 포기가 개인의 근성없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세대 자체의 문제도 아닙니다. 그저 기성세대에게 물려받은 유산일 뿐입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면 MZ세대는 자립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음)들은 ‘지금 아니면 평생 아파트를 사지 못할 것이다!’라는 공포심으로 대출을 통해 무리한 투자를 강행하였는데, 대출이자가 갑자기 높아진 상황이되어 경제적 자립은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MZ세대가 주류로 나설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구 환경의 관점에서 본다면 MZ세대는 역사상 처음으로 산소를 사서 마시는 세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곧 편의점에서 청정 지역의 상표가 붙어 있는 산소통을 구입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정도로 환경 파괴는 심각해졌습니다. 틱낫한(Thich Nhat Hanh, 1926- 2022) 스님은 생애 마지막 저서인 〈지구별 여행을 마치며〉를 통해 기성세대의 잘못을 고백하고 있 습니다.

“우리 세대는 셀 수 없이 많은 잘못을 범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잠시 빌린 지구에 온갖 해악과 파괴를 일삼았습니다. 이제 젊은 세대에게 지구를 돌려줄 때가 되니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청년들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을까?

‘비혼’이라는 용어는 X세대와 함께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MZ세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비혼’이 아니라 ‘비연애’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비혼과 비연애는 자유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혈연과 학연 그리고 경제 활동을 하며 직면하게 되는 피할 수 없는 관계들 속에서는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취존(취향 존중)’을 외치며 버티지만, 피할 수 있는 관계는 굳이 스트레스받으며 유지할 이유가 없습니다. 갈등보다는 자유를 선택하는 심리가 비연애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음이 유지되고 호기심이 많은 10대에서 30대까지,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는 40대까지는 굳이 관계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즐거움이 많습니다. 즐거움의 영역을 말 그대로 ‘개취(개인의 취향)’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는 시기가 지난 뒤 중년으로 접어들면 외로움이라는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청년층의 1인 가구가 자유라면 중년층의 1인 가구는 외로움입니다.

필연적으로 독거(獨居) 그리고 독고(獨孤) 가구로 살아가야 할 MZ세대가 맞닥뜨릴 외로움에 대해 한국불교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승단은 비혼과 비연애의 전문가들입니다. 2700년 가까운 세월동안 비혼으로 살아가며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외로움을 견딘 이들입니다.

승단은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노하우를 MZ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습니다.

“기도하고 수행하면 외로움이 극복된다!”

이런 뜬구름 잡는 듯한 윽박지름이 아니라 어떻게 기도하고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기도하고 수행할 때 더욱 자유로워지고, 왜 외로움이 극복되는지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 도반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관계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혈연과 결혼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인정(人情)이 아닌 도정(道情)을 원동력으로 형성된 관계를 통해 청년들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습니다.

간화선에서 MBTI로, 선방에서 메타버스로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MZ세대는 출가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 세대에서 비혼과 비연애를 추구하는 비율이 높습니다. 둘째, 현실에 대한 염리심이 있습니다. 셋째, 자아 탐구에 대한 욕구가 높습니다. 만약 한국 불교가 MZ세대의 성향과 욕구에 걸맞은 콘텐츠를 그들의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다면 오히려 청년 불자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MZ세대는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의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 유형 검사)를 공유한다고 합니다. 일상의 대화는 물론, 공적인 업무를 볼 때도 MBTI를 자주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그들은 왜 MBTI를 좋아하는 것 일까요?

청년들은 MBTI를 통해서 나 그리고 너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자아와 존재를 탐구하는 방법의 일종입니다. 이전 세대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삶에 대해 알고 싶을 때는 점을 치러 갔습니다. 청년 세대들은 이전 세대가 선택한 명리학이 아닌 MBTI를 선택한 것입니다. 또한 MBTI 결과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자기의 단점을 찾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명상’에 관한 앱을 설치하고 5분, 10분 동안 수식관과 마음챙김 수행을 마치 게임처럼 합니다.

좁디좁은 고시원 방에 외롭게 갇혀 살며 미래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세대가 공유한 문화를 통해 자아 탐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대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에 열중합니다. 더불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일상에서 올바른 습관과 루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MZ세대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이 절실합니다. 다만, 불교에서 MZ세대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와 플랫폼을 제공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디지털 원주민)라고도 불리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간화선’이 아닌 ‘MBTI 명상 게임’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명상센터는 버스도 다니지 않는 산속 선방이 아니라 메타버스(Metaverse) 세상 속 명상 센터가 어울립니다. 단언컨대 부처님의 설법 방식인 비유설법을 현대적으로 적절히 활용한다면, MZ세대는 불교에 열광할 것입니다.

MZ세대 포교사 양성의 길

MZ세대들에게 불교를 전달하기 적합한 주체는 또래 스님들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승단 구성 원 비율로 볼 때 현실적으로 이것은 매우 어렵습 니다. 때문에 MZ세대 재가 포교사 양성이 함께 가야합니다. 청년 불자가 적은 것이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극소수의 청년 불자를 대상으로 MZ 포교사 교육을 실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종단 차원의 포교사 교육과정이 있지만, 이는 MZ세대 포교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MZ 포교사교육은 철저하게 MZ세대의 욕구와 문화에 초점을 맞춰야만 그 효능을 발휘할 것입니다. 청소년은 청소년에게, 청년은 청년에게 그들의 문화 로 콘텐츠를 공유할 때 적절한 비유설법이 가능합니다.

세대별 포교는 사실 전 연령대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10대, 20대, 30대, 40대.... 또는 70년대, 80년대, 90년대, 00년대와 같이 세대를 세분화하여 각자의 연령대에 어울리는 추천 경전들을 선정하고 눈높이를 맞춘 포교 방법과 그들의 문화로 재탄생한 콘텐츠를 갖추어 잠재적 또래 불자들을 맞이할 수 있는 맞춤 전략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불교가 청년 세대를 위한 포교 전략과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교단이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MZ세대 포교에서 활로를 찾아야 합니다. 둘째, 위기에 빠진 MZ세대는 불교의 가르침을 필요로 하기에, 적절한 콘텐츠로 불교를 재해석하여 MZ세대 포교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셋째, MZ세대 스님과 함께 MZ세대 재가 포교사를 적극적으로 양성해 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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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 스님은 2005년 해인사서 출가, 중앙승가대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행복문화연구소 소장, 산청 송덕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유튜브 방송 ‘원빈스님의 행 복문화연구소’, ‘붓다스쿨’ 채널 운영한다. 주요저서로 《불교인문학 극락추천서》, 《나를 더 나답게》, 《굿바이, 분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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