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보초 함께하는 게 군포교 노하우”

진해기지사령부 해안사 ‘꽃스님’
장병에 형이자 친구 같은 존재
“군대, 포교에 가장 좋은 터전”

인생 가장 힘든 시기 부대끼며
관계 맺기로 행복 주는게 포교
SNS 통한 일상공유 인기몰이

범정 스님은 장병들에게 형이자 친구 같은 존재로 시선을 맞춰 나간다.
범정 스님은 장병들에게 형이자 친구 같은 존재로 시선을 맞춰 나간다.

경남 창원 진해기지사령부 해안사(海安寺)에는 ‘꽃스님’이라 불리는 스님이 있다. 부대 내 군법당에서 법회를 주관하고,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지도하며 정신력 함양 및 사기를 돕는 역할을 하는 군종장교 범종 스님이다.

15살이었던 2008년, 막냇동생과 구례 화엄사로 들어와 절 생활을 시작한 범정 스님은 우석 스님을 은사로 2012년 사미계를 받았다. 구족계를 받은 2017년 현역으로 입대,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 했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문화재를 전공하던 스님은 “군대야말로 젊은 청년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고 포교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터전이다. 어린 나이에 큰 경험치가 될 것”이라는 은사 스님의 조언으로 제대 3년 만인 2021년 군종장교로 자원입대했다. 두 번째 군 생활을 한 지 2년째, 스님은 지금 군인이자 스님, 두 가지 소임을 해내고 있다.

신병들을 위한 법회가 있는 날이면 군복을 차려입고 법회를 진행하는 범정 스님은 장병들에게 형이자 친구 같은 존재다. ‘빡센’ 군 생활을 이미 해본 경험 때문일까. 시선을 맞춰 다가가는 스님의 온화한 소통 방식은 장병들의 군 생활 에 더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공감대 형성이 제일 중요하죠. 복지 혜택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하지만, 지금 젊은 장병들은 예전을 알지 못하죠. 새벽 보초가 힘들다는 걸 알기에 저도 새벽에 나가곤 해요. 간식을 한 번씩 건네주는 것도 노하우 중 하나죠.”

인생에 있어 가장 힘겨운 시기인 군 복무 중 몸을 부대끼며 만나는 스님에게서 감로수 같은 부처님 가르침만큼이나 더 없는 위안과 힘을 받는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범정 스님은 “장병들에게 포교해야지 하는 마음은 애초에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머리를 깎은 스님이 때로는 군복을, 때로는 승복을 입고 일상을 공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포교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매일 정해진 시간, 누가 오지 않더라도 가사장삼 수하고 예불을 드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무신에 흰 색 양말을 항상 깨끗이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SNS도 마찬가지다. 현재 4000여 명의 팔로워를 가진 스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군 생활뿐 아니라 행자시절, 요가, 차담, 포행, 도반들과의 이야기 등 일상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근저에는 부처님 말씀이 녹아져 있다.

범정 스님은 “장병들에게 불교를 그저 가르치고 주입시킨다고 해서 포교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그보다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님 은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그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포교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군에서 장병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들이 너무 많기에 제대에 대한 생각도 잠시 접어뒀다는 스님은 “꽃 같은 수행 자가 되고 싶다”는 말했다. “기약 없는 누군가에서 제가 품은 향 을 맡게 해주는 꽃다운 수행자. 그래서 저는 꽃이 되고자 합니다.” 

범정 스님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kkochs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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