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2년1개월 만에 전격 해제돼
갑작스런 일상 변화 이어져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한 방역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4월 18일부로 전면 해제됐다. 코로나 사태가 확산된 지 2년 1개월 만이다. 정부당국은 이어 5월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까지 추가로 해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급속히 시작됐던 것처럼, 해제 조치 역시 갑작스레 닥쳤기에 또 다른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서로 거리를 두지 않아도 되고, 심지어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채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사회에서 다시금 살게 됐다. 2년 전 갑작스레 닥친 대면 체제의 공백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빠르게 변화해야 했던 것처럼, ‘일상 회복’ 또한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돌고 돌아 다시 찾아온 ‘일상’, 불교계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지 짚어본다.<편집자주> 

지난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사회 전반에서 많은 것을 바꿨다. 외출조차 쉽지 않았고 함께하는 일상 자체가 멈췄다. 자연스레 대면의 일상은 비대면 일상으로 조금씩, 또는 빠르게 전환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장 큰 변화를 맞은 분야 중 하나가 종교계다. 특히 전통종교인 불교는 대면 신행을 기반으로 오랜세월 이어져 온 모든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가장 큰 변화는 사찰의 문턱이다.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전국 사찰들이 산문 폐쇄를 결단했고, 사찰에는 대중스님과 종무원을 제외한 신도들의 발길이 끊겼다. 오랜 세월 사찰을 찾아 스님의 법문을 듣고 기도 등 신행생활을 하거나 불교를 배우며 도반들과 함께 순례했던 일상이 갑작스레 얼어붙은 셈이다. 

이로 인한 여파는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 신행, 수행, 포교, 사찰 재정 문제까지 총체적인 위기론이 불교계를 불안으로 빠뜨렸다. 전통사찰과 문화재보유사찰의 경우 참배객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보수·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 마련조차 어려움을 겪는 등 고충이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처음으로 확인된 예가 2년전 2020년 5월 부처님오신날이다. 당시 우리는 연등도 없고 꽃비도 내리지 않는, 조용하고 어색한 부처님오신날을 보냈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민·세계인들의 축제로 펼쳐졌던 환희의 법석인 연등회가 전격 취소됐기 때문이다. 이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계엄령으로 행렬이 진행되지 못한 이후 40년 만의 일이며, 자발적 취소는 사상 최초다. 

당시 한국종단협의회와 연등회 보존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에서 심사숙고 끝에 국민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를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윤사월로 한차례 연기했고 주요사찰의 산문폐쇄 결단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불교계가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연등회를 전격 취소키로 함에 따라 불자들은 극심한 변화를 체감했다. 5월 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한 달 후인 윤사월 기준으로 봉행됐지만, 대폭 축소된 까닭에 예년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과거 손에 손을 잡고 거리로 나가 밤하늘에 연등의 물결을 수놓았던, 사찰을 참배하고 등을 걸어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소원을 빌었던, 스님의 법문을 듣고 비빔밥을 공양하던 부처님오신날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다. 

물론 당시 불교계의 대승적인 결단을 향한 국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불교계가 입은 상처와 고민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옳은 판단임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대면시스템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방안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불교계가 애써 외면해 왔거나 무관심했던 4차 산업혁명시대가 급격하게 도래하면서, 외부로부터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불교계는 비대면 문화로의 전환을 가속화했다. 

이후 불교계에는 많은 변화가 일었다. 2021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가 최소한의 대면행사와 사상 최초의 ‘언택트 연등회’로 진행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사태 1년이 지나가면서 각 사찰의 주요법회와 행사들 역시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신도들의 신행 또한 SNS 등을 기반으로 소폭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급격한 발전을 일궈낸 면이 있는 반면, 퇴보하거나 위축된 면도 존재한다. 지역간, 사찰간 격차도 눈에 띈다. 종합적으로 장단점을 섣불리 예단하고 분석할 수 없을 만큼 사례별 격차가 크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그리고 코로나 기간 중 우리에게 일어난 변화를 제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이 유독 힘든 이유다.

그리고 지금, 다시 ‘리오프닝’이 화두다. 다시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 절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일상의 단절이 갑작스러웠던 만큼, 일상으로의 회복 역시 갑작스럽다. 그럼에도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코로나 기간 중 비대면 시스템의 확산에도, 전통적인 형태의 대면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었던 공백들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부처님오신날 연등회가 그 변화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다. 다소 낯설지만 2년의 공백은 적었다. 서울 도심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중심지를 가득 메운 수많은 인파, 그리고 환하게 빛을 밝힌 연등의 물결들 덕분이다.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이미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도들의 발길이 ‘다시 절로’ 이어지고 현장에서 스님과 눈을 마주하며 법문을 듣거나 불교교양대학을 찾아 강의를 듣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코로나 기간 동안 중단됐던 국내외 성지순례도 활기를 되찾고 있으며, 전국 사찰도 산문을 활짝 열고 주요법회 및 행사, 축제들을 속속 기획하고 홍보를 시작하고 있다. 불교계 복지관도 재가동을 시작하고 분주한 모습이며 이와 함께 봉사·해외구호 분야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행과 신행, 포교 분야에서도 그동안 축소됐던 대면활동을 재개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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