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 불교계 관심가질 것은?

코로나로 위축된 불교계 활동
새로운 도약위한 준비에 박차
​​​​​​​‘치유·공감·공공’ 새 키워드

2019년 5월 서울 봉은사에 운집한 불자들의 모습. 앞으로 활발발한 불교계 모습이 기대된다.
2019년 5월 서울 봉은사에 운집한 불자들의 모습. 앞으로 활발발한 불교계 모습이 기대된다.

2019년 12월경 중국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몇 개월 만에 지구촌 전체로 확산되는 팬데믹 현상이 되었다. 이후 다양한 변종이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되었으며, 약 6백2십여만 명이 희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까지 약 2천만 명 가까이 감염되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감염의 불안과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면서 갖가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들도 증가하였다. 대면적 접촉으로 이루어지던 종교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냉담자와 무종교인이 급증하는 현상도 이어졌다. 불교계에서도 정기적인 법회들을 중단하고, 일반인들의 사찰 출입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전국의 사찰들은 비대면이 일상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유튜브 방송국의 개설과 함께 이를 통해 법회를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교육이나 신도교육이 취소되었고, 사찰과 복지기관에서 시행하던 봉사활동도 중단되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방역조치들이 완화되고 사적 모임이나 종교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사찰들은 신도들을 다시 절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각종 법회를 정상화하며 와해되었던 신도조직을 재건하고, 신도교육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코로나19가 토착화된 전염병으로 전환된다는 전제하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사람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다소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이미 불교계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종교계는 무종교인 증가로 인한 신앙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2015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무종교인의 비율은 전체 국민의 60%에 도달하였다. 미국에서도 무종교인이 증가하고는 있으나 25%에 그치고 있으며, 유럽 지역에서도 무종교인의 비율은 30%를 넘지 않는다. 반면에 유독 우리나라에서의 무종교인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은 종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감이 약화되고, 종교계 내부의 불협화음과 모순들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불교계는 출가자 감소와 불자들의 소극적인 신행활동, 경쟁이 치열한 다종교 사회에서 포교역량 저하 등의 여러 요인들이 겹치면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2022년도 들어서면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들의 독성이 약화되고, 치명률도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년여 동안 크게 위축되었던 불교계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신도들은 법회와 설법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으며 사찰을 방문하는 불자들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전통사찰 주변을 공원으로 생각하는 지역주민들이 늘어나면서 방문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지역 사찰들도 급증하고 있다. 이는 사찰이 갖추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과 자연환경이 우울과 불안, 공포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건강 증진과 치유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를 넘어서 지역주민들이 쉽게 사찰을 방문하고, 불자들의 신행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첫째, 코로나19로 인하여 고통에 직면하고, 슬픔과 우울, 그리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치유와 공감, 그리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병의 위험에서는 벗어났으나 일정기간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따라서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기점으로 하여 1년 동안 모든 사찰에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치유와 새로운 정진을 위한 기도법회”를 봉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진법회를 조금 더 발전시켜 치유명상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불교계가 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치유명상법을 개발하고 이를 스마트폰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치유명상의 대중화도 쉽게 이룰 수 있다.

둘째, 각 사찰마다 핵심신도 양성을 위한 신도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사찰이 가장 어려울 때 이를 외호하는 사람들은 신심과 원력을 가진 신도들이다. 각 사찰들은 신도회를 구성하고 신도들의 사찰 운영 참여의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사찰 신도회의 대다수는 임원진 몇 사람만 활동하는 반면에 대다수의 일반 신도와 불자들은 관심이 없는 편이다. 사찰이 지역주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포교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교교리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받은 신도들이 많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교육과 연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또한 출가자 감소로 인해서 소임자 스님들을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각 사찰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려면 사찰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불자들이 많아야 한다.

셋째, 사찰은 고립된 종교의 섬이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공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전통사찰들은 개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드나들 수 있다. 또한 국립공원 등에 위치한 전통사찰들은 많은 국가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불교의 사찰들 중 다수는 문화재보호법상의 지원을 받으며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운영되는 공찰들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유형문화 자산을 지역사회 주민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들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축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받았으며, 강화 전등사의 삼랑성 축제와 같이 사찰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지역축제로 운영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사찰행사들은 연 1회의 음악 공연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지역의 거점 사찰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행사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문화단체를 결성하여 함께 장단기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템플스테이와 연계된 사찰의 순례길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전국각지에서 순례길을 조성하여 많은 사람들을 모았으나 현재는 대중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계에서도 관음도량 성지순례를 제시하고 인증해주는 책자도 발간하였으나 대중의 호응은 크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을 챙기면서 치유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여 전국의 템플스테이 사찰을 점검하고,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 인력 배치가 요구된다.

템플스테이가 가능한 사찰들은 재방문자가 증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참여자들이 불교를 이해하고 신행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안내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 층에서 템플스테이 참여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청년층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걷기 순례명상 프로그램의 수요가 많아질 수 있다. 최근 상월선원 만행결사 자비순례단 순례길에 많은 사부대중이 참여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매월 교구본사 등 주요사찰의 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순례 과정에서 순례길을 개발하고 각 사찰에서는 지방자치단체들과 함께 편의시설을 보완한다면 순례와 템플스테이를 동시에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교육기관 인증을 통해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팬데믹 이후 각 사찰들은 불교 사회복지 및 봉사와 후원 활동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봉사활동은 복지시설에 국한하기 보다는 환경, 인권, 문화, 반전 및 반핵운동, 국제구호 등 여러 가지 영역을 다양하게 개발해야만 불자들의 다양한 봉사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초기경전인 〈맛지마니까야〉의 ‘에쑤까리의 경’에서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봉사의 의미가 잘 나타나 있다. 봉사는 신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자발적으로 신심과 지계, 보시와 배움, 그리고 지혜가 향상되도록 실천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각 사찰에서는 불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적절한 봉사처를 발굴하고, 봉사 매뉴얼 제작과 더불어 전문적인 봉사를 위한 자원봉사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자원봉사는 지역 행정기관에 소속된 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하여 활동하고, 다른 여러 봉사단체와의 적극적인 교류활동도 필요하다.

불교를 공부하고 신행활동을 한다는 것은 삼보에 귀의하여 계행을 실천하고, 올바로 믿고, 마음속의 인색한 때를 제거하여 베풀고,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지혜를 갖추기 위함이다. 지혜로운 불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리석음을 있는 그대로 알고 벗어나기 위해서 참회하고 정진한다는 의미이다. 지혜로운 불자라면 코로나19에 대하여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 변화를 예측해 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올바른 일을 찾아 묵묵히 실천하는 것에 게으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움츠렸던 가슴을 펴면서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야 될 때가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전국의 각 사찰의 스님들과 불자들은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준비하여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익과 향상, 행복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에게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리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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