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하는 마음돌봄’ 직접 체험해보니
동국대 종학연구소 주최
번아웃·스트레스 등 AI 진단
기자에게 “스트레스 관리” 조언
동국대 개발 명상솔루션 제공
뇌파 측정해 두뇌 컨디션 확인
미디어아트 작품 ‘인간의 거울’
AI가 감정·상태 관찰한 ‘나’
정도 스님 “명상교육 선도를”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는 모습이 정보의 틈새를 찾는 딱지벌레처럼 보여요. 아마 뭔가 엄청 복잡한 것을 탐색하는 것 같아요.”
인공지능(AI)이 기자를 관찰·평가하고 이야기 해준 내용 중 일부다. 추상적인 표현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만, AI가 인간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시대가 눈앞에 왔음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 기자가 체험한 AI는 동국대 종학연구소가 개최한 ‘AI와 함께 하는 마음돌봄 체험’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작품 ‘인간의 거울’(2025)이다.
현장에서 만난 김원화 작가(대구가톨릭대 인터미디어아트과 교수)는 “동화 ‘백설공주’에서 왕비가 거울에게 자신을 물어보는 것처럼 인간은 유사체에게 자신을 투영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경향을 AI를 통한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것이 ‘인간의 거울’이다. AI가 전하는 답을 스스로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AI 심리상담, 생각보다 ‘혹’한다
11월 14일 동국대 중앙도서관 IF존에 마련된 ‘AI와 함께하는 마음돌봄 체험’은 총 3가지로 나뉜다. A존은 AI심리상담, B존은 디지털 마음진단, C존은 ‘인간의 거울’ 작품으로 구성됐다. 이날 모든 구역이 마음상담을 받기 위한 동국대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기자는 4가지의 AI상담과 디지털 진단 검사를 받았다.
A존에 설치된 대화형 AI 심리상담 체험 ‘AI로 만나는 내 마음’은 키오스크 기반 시스템으로, 키오스크에 자신의 고민과 감정을 입력하거나 진단해보고 싶은 테스트를 선택해 설문을 하면 AI가 이를 진단해 결과를 제공한다.
기자는 ‘AI마음건강 진단’과 ‘AI 고민상담’을 진행했다. 특히 ‘AI마음건강 진단’을 통해 ‘번아웃증후군’ 검사와 ‘지각된 스트레스’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는 생각 이상이었다.
AI는 “‘번아웃증후군’의 위험도는 낮지만, ‘업무 이후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은 현재 업무환경이나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무환경 조정이나 적절한 업무 분배가 필요하며 주변 동료나 상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상당히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규칙적 운동 △충분한 휴식과 수면 △명상 등을 제안했다.
진단 결과는 현장에서 직접 프린트해 받아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결과지에 있는 QR코드로 동국대 종학연구소가 개발한 '5분 명상'을 솔루션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는 명상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주요한 장치로 평가된다.
내 두뇌·신체 컨디션 시각화 ‘눈길’
B존 ‘디지털 마음진단’은 옴니핏마인드 케어, 유비오맥파, 마음결베이직 등 첨단 장비로 뇌파와 맥파를 측정해 스트레스·집중도·감정상태를 데이터로 시각화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기자는 옴니핏마인드 케어에 참여했다. 머리와 귀에 헤드셋 측정기를 착용한 뒤 눈을 감고 1분여 간 검사를 받으면 뇌파와 맥파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 및 두뇌 건강 데이터를 시각화해 제공한다.
심태형 옴니핏 국내사업팀 대리는 “뇌파는 주파수가 가장 느린 세타파부터 가장 빠른 감마파까지 측정한다. 만약 세타파가 우세하게 나타난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인 것”이라며 “맥파에 나타나는 교감신경, 부교감신경 활성화 정도로는 피로감이나 신진대사 지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의 결과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했다. 이에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두뇌 및 신체 컨디션이 양호한 편이다. 다만 뇌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뇌파의 고유리듬PF와 맥파에서 측정된 누적피로도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과로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신의 두뇌와 신체 상태를 첨단장비로 시각화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강점이었으며, 학교나 직장 등에서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갖게 됐다.
이 같은 AI·디지털 마음돌봄 체험은 동국대 학생들에게도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거울’을 체험한 정민교(자율전공학부) 씨는 “AI가 저를 관찰해 측정하는 내용이 정확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명상 관련된 부분은 잘 캐치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마음진단에 참여한 문석빈(산업시스템공학과) 씨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의 결과가 제 생활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다가올 것 같다”고 말했다.
오승리(사학과) 씨도 “자율신경 측정 결과 나이보다 어리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면서 “나의 정신건강 척도를 확인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열린 개막식에서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은 “<원각경>에는 ‘일심이 청정하면 일신이 청정하고 일신이 청정하면 다심이 청정하고 다심이 청정하면 시방삼세가 청정하다’고 했다”면서 “세상은 살기 편해졌지만 마음은 도리어 복잡해졌다. 이런 시기에 동국대가 앞장서 AI를 활용해 마음돌봄 체험행사를 진행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체험행사가 부처님의 지혜와 가르침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종학연구소장 정도 스님은 “명상 관련 인프라는 동국대에 이미 다 갖춰져 있었다.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힐링할 수 있는 명상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학교를 도약시키는 것이 목표”라면서 “동국대가 명상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25년 서울시 지원 사업인 ‘종교계와 함께하는 문화행사’ 일환으로 열린 이번 체험 행사는 앞서 11월 2일 한국프레스센터 서울마당 B구역에서 시민 대상으로 진행돼 큰 호응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