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0일, 본사주지협 입장문 발표
"염려 끼쳐 안타까움-공정한 법집행 동의"
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회장 등운 스님, 이하 협의회)가 11월 7일 진행된 경찰의 금산사·은적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존엄한 역사·문화 가치와 국민의 정신적 토대를 훼손한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협의회는 11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먼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고 사법적 판결이 완전히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불미스러운 일로 법적 논쟁과 언론에 올라 국민과 불자들에게 염려를 끼친 점은 안타깝다”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는 데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압수수색이 집행된 데는 깊은 유감을 표했다. 협의회는 “(금산사·은적사에) 압수수색이라는 수단이 동원된 것은 참담함을 넘어 모멸감을 갖게 하는 처사로, 너무나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지금까지 해당 사찰들은 당국의 수사 등에 충분히 성실하게 임할 준비가 되어 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국민과 함께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앙영역에 과도하고 무차별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법적 조치는 더 크고 더 소중한 가치를 잃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협의회는 두 사찰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국민의 신앙적 토대이자, 17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보고”임을 강조하며 법집행에만 천착해 이러한 가치를 간과한 점을 강하게 규탄했다.
협의회는 “우리는 단순히 ‘종교적 성역이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등 철저히 불법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자세와 상투적인 몰염치의 태도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다”며 “그러나 이번 조치가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신문화의 기반까지 허물어 버린다면 자칫 법집행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종교탄압이라는 모양새로 변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의회는 끝으로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사려 깊은 법집행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행정당국에 거듭 유감을 표했다.
앞서 조계종과 금산사 승가회도 11월 7일과 10일 각각 성명을 발표하고 경찰의 압수수색 조치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김내영 기자
이하 입장문 전문.
존엄한 역사•문화가치와 국민의 정신적 토대를 훼손한
압수수색 조치에 대한 입장문
지난 11월7일 김제 금산사와 군산 은적사에 압수수색을 집행하였습니다. 이에 저희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는 참담함과 동시에 모멸감을 느낍니다.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고 사법적 판결이 완전히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저희 또한 불미스런 일로 법적논쟁과 언론에 오르게 된 점은 국민들과 불자들에게 염려를 끼치게 한 점만으로도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는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는데 있어서는 적극 동의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당 사찰들은 당국의 수사 등에 충분히 성실하게 임할 준비가 되었던 것으로 압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압수수색이라는 수단이 동원된 것은 너무나도 참담함을 넘어 모멸감을 갖게하는 처사로 너무나도 과도했습니다.
한반도의 국민과 함께 17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앙 영역에 과도하고 무차별적이고 신중하지 못한 법적 조치는 더 크고 더 소중한 가치를 잃게 하였습니다.
저희도 단순히 ‘종교적 성역이다’.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등등의 철저히 불법적 자기방어적인 자세와 상투적인 몰염치의 태도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심하고 고심하는 주안점은 앞선 두 사찰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닌 국민의 신앙적 토대이며 1700년의 역사와 문화의 보고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법집행에만 천착하여 진행한 점에 대단한 유감을 표합니다.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정신문화의 기반까지 허물어 버린다면 금번 조치는 자칫 법집행의 취지는 무색해지고 종교탄압이라는 모양새로 변질되어 보일 겁니다.
이에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사려깊은 법집행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또한 행정당국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불기2569(2025)년 11월10일
대한불교조계종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