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건강 365] 49. 허리 수술

신경 손상 예방 위한 마지막 단계 

허리 수술, 요통 환자의 5~10% 불과
​​​​​​​증상 양상·일상 불편 정도 따라 판단

“디스크가 터졌대요. 이제 수술해야 하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MRI에서 ‘디스크 탈출’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술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허리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요통 환자의 5~10%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생활습관 교정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수술 목적은 통증 제거가 아닙니다

허리 디스크가 있다고 해서 모두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수술의 목적은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경 손상을 예방하고 기능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술은 언제나 마지막 단계의 치료로 고려됩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다리의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
2. 소변 또는 대변 조절이 어렵거나 이상이 생긴 경우(마미증후군)
3. 6주 이상 통증이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
4. 약물·주사치료에도 호전이 없는 심한 방사통(다리로 내려가는 통증)이 있는 경우

이런 상황에서는 시간을 끄는 것이 오히려 신경 기능 회복을 늦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한 요통이거나 통증이 점차 좋아지는 경우라면,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합니다.

MRI만 보고 수술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MRI에서 디스크가 돌출된 것을 보면 누구나 놀랍니다. 하지만 영상에서 보이는 병변의 크기와 실제 증상의 정도는 꼭 일치하지 않습니다. 작은 디스크라도 위치가 나쁘면 신경을 강하게 압박해 통증이 심할 수 있고, 반대로 큰 디스크라도 증상이 거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여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MRI가 아니라 증상의 양상과 일상생활의 불편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엉덩이에서 다리로 뻗어 내려가는 방사통이 심하거나, 다리에 힘이 빠져 계단 오르기가 어려운 경우는 신경 압박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단순히 허리만 아프고 움직임에 따라 증상이 변하는 경우는 근육·인대 손상이나 자세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즉, ‘영상이 아니라 증상’이 진료의 핵심입니다.

수술은 끝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입니다

많은 분들이 수술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수술은 단지 통증을 줄이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수술 후에는 반드시 허리 주변 근육 강화, 올바른 자세 유지, 체중 조절, 규칙적인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통증이 다시 생기거나, 다른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허리 수술 후 회복기에 장시간 앉아 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면 수술 부위 주변의 부담이 다시 커집니다.

따라서 수술 이후에는 걷기 운동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재활을 시작하고, 허리의 안정성을 지탱하는 코어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의 성패는 수술실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 속에서 결정됩니다.

통증 방치 말고 과도하게 두려워하지도 마세요

‘수술은 무섭다’는 두려움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신경이 지속적으로 눌리면 손상된 감각이나 근력이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MRI에만 의존해 조급하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허리 수술의 핵심은 ‘언제 하느냐’입니다. 너무 일찍 해도, 너무 늦게 해도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현재 신경 압박의 정도와 기능 손상 여부를 정확히 판단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나에게 맞는 치료, 그게 정답입니다

허리 통증의 원인과 양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나이, 체중, 직업, 평소의 자세와 운동 습관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료에도 ‘절대적인 정답’은 없습니다. 지인의 조언이나 인터넷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개인화된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이 가능하다면 그 길이 가장 안전하며, 수술이 꼭 필요하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지욱 거인병원 척추클리닉 과장
이지욱 거인병원 척추클리닉 과장

허리 수술은 피해야 할 것도, 무조건 해야 할 것도 아닙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필요 없을 때는 침착하게. 이 균형이 척추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길입니다.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태도입니다. 허리 통증이 생겼다면 불안함보다 이해와 실천이 먼저입니다.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만이 통증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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