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사설] AI시대, 불교의 길을 묻는다

창간 31주년 ‘AI’ 특집호
지혜·자비 담는 언론될 것

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과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 현대불교신문은 창간 31주년을 맞아 ‘AI와 미래불교’를 주제로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기술 담론을 넘어, 불교계가 이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묻고자 함이다.

이미 불교계 곳곳에는 AI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법회와 의식 준비를 보조할 뿐만 아니라 직접 예불을 준비하고 집전하는가 하면, 신도들의 신행‧인생 상담을 맡고, 명상 등 수행을 지도하는 등 그 활용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편의성 이면에는 기술 의존이 초래하는 윤리적 문제와 수행자 역할의 약화, 공동체 붕괴 등의 그늘이 자리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특집호에서는 불교적 가치와 시대적 과제를 연결하고자 했다.

첫째, 불교계 현황을 점검했다. 이미 많은 사찰‧단체가 행사 준비와 번역, 콘텐츠 제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활용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고 법적‧윤리적 기준 또한 불분명하다. 인터넷에 AI로 손쉽게 만든 비불교적상업적 콘텐츠가 범람하는 점도 지적했다.

둘째, 이웃 종교의 사례는 거울로 삼고자 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AI 윤리선언을 발표하며 기술 발전이 인간 존엄을 침해하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불교계에 주는 함의를 살폈다.

셋째, ‘AI와 미래불교’ 좌담회에서는 학계와 현장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우리가 AI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미래불교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불교계 역시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의 가르침을 담은 ‘불교 AI 윤리선언’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넷째, 불교계 최초로 AI그림 공모전을 개최해 불자와 대중이 직접 AI를 경험하고, 불교와 디지털 예술의 융합 가능성을 보였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만난 결론은 분명하다.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AI시대에 불교는 어떤 가치를 지켜 내고 드러낼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마음가짐과 제도가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불교계는 더 늦기 전에 AI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윤리적 논의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무조건적인 효율과 속도를 좇는 시대에, 자비와 생명존중, 인간 존엄이라는 불교의 가치를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 

현대불교신문은 창간 이래 31년 동안 시대의 변화 속에서 불교의 길을 묻는 언론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 이제 AI시대라는 전환기를 맞아, 우리는 시대의 흐름을 바르게 읽고, 불교계의 AI 논의와 윤리 기준 마련에 함께하며, 불교의 지혜가 사회를 밝히는 길잡이가 되도록 앞장설 것이다. 그것이 곧 현대불교신문의 창간 사시인 불교의 생활화‧현대화‧세계화를 이루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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