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세간과 출세간] 클릭을 넘어 관계로 

이용자 클릭할 만한 정보 선제시 
‘보여 주는 뉴스’ 소비하는 시대로
독자 소통 창구 제공에 신뢰·몰입 

K-POP의 글로벌 인기가 더 이상 음악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있다. 최근 개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같은 작품은 단순한 아이돌 서사를 넘어, 팬덤과 판타지 세계를 접목한 확장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아이돌은 현실 속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지만, 웹툰 속에서는 초월적 존재와 싸우는 헌터로 다시 태어난다. 음악 산업과 스토리텔링의 결합이 어떻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웹툰 산업이 세계적으로 각광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한 웹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캐릭터의 강렬한 정체성이다. K-POP 아이돌이 무대에서 각자 콘셉트를 가지고 팬들과 관계를 맺듯, 웹툰 속 주인공도 독자에게 나만의 이야기를 각인시킨다. 둘째, 연속적 서사 구조다. 매주 업데이트 되는 웹툰은 팬들이 기다림을 즐기게 만들고, 지속적 몰입을 가능케 한다. 셋째, 참여형 소비 문화다. 독자는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댓글, 팬아트, 2차 창작을 통해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한다.

뿐만 아니라 웹툰은 모바일 친화성이라는 강점을 지닌다. 한 손가락으로 스크롤만 하면 이야기가 펼쳐지고, 짧은 시간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일상 속 빈틈을 파고들어 가는 친근한 형식은 대중의 이탈을 막는 힘이 된다. 결국 웹툰은 한 번 클릭한 독자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독자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언론이 주목해야 할 현상이 ‘제로 클릭(Zero Click)’이다. 검색 엔진이 이용자의 맥락을 예측해 클릭할 만한 정보를 먼저 제시함으로써 독자는 더 이상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할 필요가 없다. 이용자들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제공한 요약 정보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한다. 뉴스 사이트에도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

과거에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통해 기사를 클릭해 읽는 비중이 높았다면, 제로 클릭 시대에는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서 짧은 클립으로 뉴스를 접하는 방식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검색에서 ‘탐색하는 독자’가 주도권을 쥐던 시대에서, 알고리즘이 ‘보여 주는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로 옮겨 간 것이다.

이는 마치 웹툰이 본문보다 ‘짤’, 명장면, 캐릭터 ‘밈’을 통해 확산되는 것과 닮아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SNS에서 ‘밈’으로 소비되며 인지도를 넓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클릭을 유도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관계를 확장했는가’다. 

전통 미디어가 웹툰과 K-POP의 성공을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은 명확하다. 독자를 단순한 조회 수로 계산하는 순간, 관계는 끊긴다. 반대로 웹툰처럼 캐릭터를 매개로 세계관을 열어 주고, K-POP처럼 팬덤과 소통하는 창구를 제공할 때 비로소 신뢰와 몰입이 쌓인다. 제로 클릭 시대의 저널리즘은 클릭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게 관건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