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현불논단] 삼재팔난 시대 불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불살생계 바탕 전쟁·폭력 반대 분명히 
생명 존중·평화 추구 활동 전개 역할 주도 
시대 선도 대승 보살 육성하고 활동 지원

세간에서 회자되는 삼재(三災)는 자연재해인 화재, 수재, 풍재를 말한다. 재난 중 국가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들은 ‘대삼재’라고 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발생하는 것들은 ‘소삼재’라고 한다. 소삼재에는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기근재’,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확산되는 ‘질역재’, 그리고 극렬한 갈등이나 전쟁이 발발하는 ‘도병재(刀兵災)’ 등이 있다. 이러한 재난으로 발생하는 고통에는 천재지변으로 일어나는 ‘의천고’, 사회 구성원이나 지도자의 문제로 발생되는 ‘의외고’, 내적인 정신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의내고’ 등도 있다. 

최근 지구촌은 다양한 재난들로 고통이 확산되고 있으며, 급기야는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인도와 파키스탄 전쟁, 미얀마 내전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갈등과 ‘도병재’가 횡행하면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도 급증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으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는 빠르게 위축되고 경제적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금부터 약 100여 년 전에도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러한 세계적인 전쟁은 패권 국가의 국력이 약화되면서 국제질서를 지키려는 세력과 변화시키려는 세력들이 국가 차원에서 충돌할 때 발생한다. 2025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전쟁들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및 주변 국가들과의 갈등 양상이다. 1991년 구소련의 붕괴 후 미국의 정치적·경제적 영향력 아래 유지된 세계 평화, 즉 팍스아메리카나가 끝나면서 빠르게 세계적인 전쟁 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갈등과 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불교는 불살생계를 바탕으로 전쟁과 폭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생명 존중과 평화를 추구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세계 평화가 특정 종교단체의 활동만으로 성취되기는 어렵지만, 세계인들의 인식이 전환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불교는 사람들의 분노와 증오의 마음을 다스리면서 마음의 평화와 사회적 평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불교가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이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대승 보살들을 육성·활동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불자들이 연합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이웃 종교인들과 연대하면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삼재팔난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그 앞에서 주저앉기보다는 지혜롭게 대응하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대승 보살이 해야 할 일이다. 초발심 보살의 공덕이 삼계를 정화하고, 한량없는 사람들을 성불의 길로 이끌어 주는 무량한 공덕이 있다는 〈화엄경〉의 가르침을 의지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 줘야 할 때다. 

한 생각의 변화가 무량겁의 변화를 이끌 수 있으며, 한 사람의 지혜가 무량중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대승 보살의 신념이 필요한 때다. 우리 모두가 대승 보살의 길을 발원한다면 삼재팔난의 고통이 가중된다 해도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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