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광림사 일요법회서
법산 스님 점자 시집 낭송회 개최
“무관심‧제작비 등 어려움 있지만
경전-문학 등 점자 불서 계속 제작”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 / 귀를 막아도 들리는 것 / 보아도 안 보이는 것 / 들어도 알 수 없는 것 / 밤새 걸어도 발은 그대로 / 종일 들어도 아는 것 없네 / 모두가 환상인 것을 / 착상 분별 버리지 못하네.” -법산 스님의 시 ‘보이는 것’ 중에서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점자를 짚으며 나지막이 낭송하는 시(詩)가 법당을 가득 채운다.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이사장 해성 스님, 광림사 주지)이 매달 한차례 봉행하는 수어법회가 9월 14일에는 시 낭송회로 진행됐다. 연화원 법사 법산 스님(전 조계종 법계위원장)이 최근 펴낸 시집 <나는 어디로 가나>의 점자판과 오디오북 발간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다.
지난 20여 년간 연화원의 노력 덕분에 점자 불교 법요집은 마련됐만, 여전히 점자도서 중 불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작다. 일반 도서와 달리 판형이 크고 두꺼워 제작비가 일반 도서의 2배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해성 스님은 “흔히 시각장애인에게는 오디오북만 있으면 된다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은 원하는 때 언제든, 자신만의 속도에 따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매체”라며 “불서뿐만 아니라 문학책에 대한 수요도 높다. 지난해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점자책으로 제작한 데 이어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비용 문제로 선뜻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는 어디로 가나>는 시집이라 점자 제작과 낭송 녹음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게 해성 스님의 설명이다.
법산 스님은 2011년부터 연화원 장애인 법회에 참석해 법문하고 점자 불서 발간을 후원하는 등 장애인 불자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연화원은 지난 2020년 법산 스님의 첫 시집 <나는 누구인가>의 점자책도 출간한 바 있다.
시 낭송회에 앞서 강태봉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장은 “서점에는 수없이 많은 불서가 있지만, 누가 읽어주거나 점자화하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그런데 법산 스님께서 써주신 좋은 시를 해성 스님께서 점자판으로 만들어 주셔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강태봉 회장이 ‘낙엽’, 김재형 불자가 ‘나도 할 수 있어요’, 김종수 불자가 ‘보이는 것’, 박인수 불자가 ‘딱새’, 이은영 불자가 ‘청산유수’, 조주영 불자가 ‘나는 어디로 가자’, 유정숙 불자가 ‘제비꽃’을 점자책을 짚거나 암송해 정성껏 낭송했다.
시 낭송 후 법문에 나선 법산 스님은 “설법은 여러분들이 다 하셨다. 여러분의 시력이나 청력은 잠시 멈춰 있지만 인식은 밝게 빛나 시 한 편으로도 다양한 감정과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 감미롭고 감동적인 시 낭송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전법을 위해 애쓰는 해성 스님은 정말 위대한 일을 하고 계신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모여 불법과 마음을 나누는 이 자리가 곧 극락세계”라고 격려했다.
법회 후 점자 시집 출간을 축하하는 케이크 커팅식이 진행됐고, 법산 스님은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