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현불논단] 수계 서원, 포살 통해 지속되길

수계는 과거 정리·새 삶 의지 표현
출가 의지 다지며 업장 녹이는 연비
포살, 계 점검·불자의 길 실천 다짐 

9월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동국대 ‘2025 영캠프(Young Camp)’ 수계식 참가신청 접수가 시작 단 2분 만에 매진됐다고 한다. 올해가 2회째인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계를 받는 행위는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수계식에서는 대체로 계목(戒目)을 설하고, 계를 받는 이가 계를 잘 지니고 지키겠다고 서원하는 다짐의 징표로 연비(燃臂)를 한다. 오늘날 연비는 대개 줄기 향에 불을 붙여 팔에 대는 정도지만, 예전 스님들의 연비는 밀초 액체에 담가 응고한 삼베 가닥을 ‘ㄴ’자 형으로 꺾어 세운 심지에 불을 붙여 살을 태웠다. 출가 의지를 다지는 징표로 작동했다. 연비를 통해 몸의 업장을 녹인다는 의미이자, 수계 의지를 다지는 중요한 과정의 하나이다.

그렇지만 수계의 핵심은 계를 받는 계사의 초청과 계의 항목이라고 할 수 있다. 화상아사리가 계목을 일러 주고, 계행의 실천을 일러 주는 교수아사리와 갈마아사리 스님을 비롯해 일곱 분의 증명 법사의 참석으로 계단이 완성된다. 

속담에 ‘중[스님]이 혼자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는 것은 삼사칠증의 스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사칠증은 붓다 당시 최소한의 승가 구성원의 숫자에서 나온다. 열 명의 스님이 있는 승가 집단만이 계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변방에서 열 명의 수행자가 되지 못해 수계가 어렵다는 말씀을 듣고 붓다께서는 다섯 명이 수행하는 계에서도 수계를 해도 좋다고 허락하시게 된다. 수계식의 최소 조건은 이렇게 수계단이 꾸려지면서 시작된다.

다음은 계목이다. 먼저 삼귀계를 받는다. 첫째는 붓다를 믿고 의지처로 삼고 따르겠다는 것으로, 붓다 외의 다른 삿된 스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을 서원한다. 

둘째는 붓다의 가르침을 가치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것을 서원한다. 붓다의 가르침은 일체는 무상하고 일체에 ‘나’라는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일체는 고통이라는 세 가지 법인이나 일체는 고통 속에 있고, 그 고통은 다 원인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며, 고통이 사라진 세계가 있고, 그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여덟 가지 바르게 길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스러운 붓다의 제자인 상가(스님)를 믿고 따르겠다고 서원한다. 이렇게 삼귀계를 받은 다음 바람직한 삶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을 괴롭히지 않고, 남의 것을 갖지 않으며, 삿된 이성 관계를 맺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술 등을 마시지 않겠다는 것 등 오계를 받아 지닌다.
 

사실 수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을 매월 초하루 보름의 포살이라고 할 수 있다. 포살은 계를 잘 지켰는지를 점검하는 날인데, 오늘날은 포살하는 법회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사찰이나 단체 단위로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해서 포살하는 신행이 활발히 펼쳐지면 좋겠다. 

공양을 올리고 계사와 수계자가 계목을 선후창으로 제창하며 불자의 길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포살을 통해 수계의 서원이 지속되면 바르게 불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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