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스·독’ 비구니 스님 독립운동사
교성곡 ‘용성’ 용성 스님의 삶과 사상 조명
백초월 스님 기리는 공연과 ‘진관아리랑’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에 헌신한 스님들의 삶과 정신이 무대 위에서 다시 피어오른다. 춤과 음악,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콘텐츠를 통해 불교계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 용성 스님의 삶과 정신을 음악으로 승화한 교성곡 ‘용성’, 백초월 스님의 독립운동과 ‘진관사 태극기’의 의미를 새기는 공연들, 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을 다룬 뮤지컬 ‘비스독’ 등이 대표적이다.
백용성 스님 삶과 정신, 음악으로 승화
교성곡 ‘용성’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한 독립운동가이자 불교 근대화에 앞장선 선지식 백용성 스님(1864~1940)의 삶을 음악으로 되살린 창작곡이다. 용성 스님은 찬불가를 최초로 작곡한 민족음악가다.
교성곡 ‘용성’은 조계종 명예원로의원 도문 스님의 원작을 바탕으로 故목정배 교수가 작사하고, 조계종 불교음악원장 박범훈 교수(동국대 한국음악과 석좌교수)가 작곡했다. 2012년 초연 이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조계종 불교음악원과 평택시립국악관현악단이 공동 주최한 ‘광복 80주년 기념 봉축음악회’ 무대에 다시 올려졌다. 탄생부터 유년 시절, 출가와 시련, 31운동에서 대각운동까지 이어지는 스님의 파란만장한 삶의 굴절을 국악관현악 반주와 합창, 독창 등으로 전달한다. 스님의 독립운동가로서의 면모와 불교 개혁자로서의 철학을 담아낸 수작이자, 교성곡이라는 장르를 통해 전통과 현대, 종교와 예술이 만나는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다.
춤·국극·합창으로 되새기는 백초월 스님
불교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백초월 스님(1878~1944)의 삶은 춤과 노래, 국극 등 다채로운 문화콘텐츠로 되살아나고 있다.
백초월 스님의 독립운동 거점 사찰인 서울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는 지난해 2월 ‘백초월 스님 선양회’를 공식 발족하고 추모공연 ‘새벽빗 비쵤제’를 무대에 올렸다. 이날 공연에서는 진관사수륙재보존회와 서울경기춤연구회가 헌정무 ‘나비승무’와 헌정가 ‘태극기’를 선보였다.
올해 6월에는 백초월 스님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고 ‘진관사 태극기’에 담긴 애국정신을 예술로 승화한 ‘2025 백초월길 예술축제 진관아리랑’을 개최했다. 축제에서는 ‘백초월 스님의 조국과 태극기 사랑’을 주제로 한 여성소리국극과 정명자 살품이춤 이수자의 ‘진관 살풀이춤’이 펼쳐져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이날 축제에서는 합창곡 ‘진관아리랑’이 초연돼 의미를 더했다. 김연갑 아리랑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작사하고 박범훈 교수가 작곡한 ‘진관아리랑’은 진관사의 역사와 백초월 스님의 정신을 흥겨운 멜로디로 표현한 합창곡이다. 사찰명이 사용된 최초의 ‘아리랑’이기도 하다.
뮤지컬로 만나는 비구니 스님 독립운동
올해 2월 처음 막을 올린 뮤지컬 ‘비스독-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구니 스님들의 항일운동을 조명한 창작 뮤지컬이다. 전구비구니회(회장 광용 스님) 주최,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소장 심원 스님) 주관, 뮤지컬 극단 야성이 제작했다.
1막에서는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옥수동 미타사의 40여 명 비구니 스님, 유관순 열사 친구로 31운동에서 활약했던 보각 스님, 독립자금 조달과 연락책을 맡고 안창호 선생의 옥바라지를 했던 옥봉 스님 이야기가 그려진다.
2막에서는 제주불교의 중흥과 독립운동에 힘쓴 봉려관 스님과 상좌 성해 스님,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한 상근 스님의 행적을 담았다. 다큐멘터리적인 서사와 경쾌한 창작 음악, 무대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으로 초연 직후 호평이 이어졌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신념을 예술로 기리는 이 같은 ‘문화 독립운동’은 불교계의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역사를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는 뜻깊은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