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송마나의  시절인연] 우리의 대 스승, 부처님

그림=최주현
그림=최주현

오월은 부처님오신날이 있고, 어린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들어 있다. 영국 철학자 조지 버클리(1685~1753)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다. 어른이 어린아이에게서 순수함과 창의성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은 우리의 대 스승이 아닌가.

오늘날에는 스승보다 선생이란 단어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명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지식을 속성으로 가르쳐 주는 선생, 예능 실력을 높이기 위해 기교를 알려주는 선생은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돈 없는 학생들은 감히 그런 선생을 만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또한 자신의 아이를 나무랐다고 선생님을 때리는 학부모가 있다는 보도를 접하기도 한다. 선생님의 그림자는 밟지도 않는다는 옛 시절이 그립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더욱이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큰 선생님을 붙잡아야 한다. 젊은 시절, 나는 정역(正易)에 매료되어 청주에 기거하시는 선생님을 찾아갔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찾아온 여성을 반기겠는가. 나는 서울에서 청주까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세 차례를 더 찾아간 후에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인간은 진여(眞如)를 찾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자신의 오욕칠정(五慾七情)을 잘라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 중국 당나라 때, 위산 영우(쓳山靈祐) 선사에게는 영운(靈雲)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영운은 영우 스님에게 진리를 가르쳐 달라고 보챘다. 영우 선사는 진리를 가르쳐 주면 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가르쳐 주지 않았다. 영운은 스승에게 계속해서 떼를 썼으나 그는 진리를 쉽게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만 영운은 혼자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어느 봄날, 복숭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마음이 열렸다. 그때의 기쁨을 시로 지어 나타냈다.

검객을 찾아온 지 삼십 년이 흘렀으니, 낙엽 지고 새싹 돋기 몇 번이던가, 문득 복숭아꽃 피어난 것 보고, 곧장 여래 속으로 들어와 보니 일체 어둠이 사라졌구나.(三十年來尋劍客 幾回葉落又抽枝 自從一見桃花後 直旨如今更不疑) 

영운 스님은 진리를 찾기 위해 30년을 지나왔다.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독을 잘라줄 선생님을 찾아, 영우 스승 밑에서 30년을 보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선생님 말씀을 듣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얼마나 많이 생각하며 공부했겠는가. 그렇게 가을이 가고 봄이 오기를 반평생, 드디어 복숭아꽃이 핀 것을 보고 연각(緣覺)을 하게 되었다. 

영우 선사는 영운 스님에게 말했다. “너는 복숭아꽃이라는 인연을 따라 진리의 세계로 들어섰다. 다시는 부처를 놓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스승 없이 홀로 진리를 깨닫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에게는 대 스승 부처님이 함께 하고 계시지 않은가. 그보다 큰 인연이 어디 있을까. 부처님이 태어나신 오월의 하늘이 한층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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