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관음상, 대마博 봉안 예정
韓법원 ‘약탈’ 인정, 문제 소지多
신의 부합할 민관단체 발족 필요
지난 3월 25일 일본 대마도에 다녀왔다. 일정 중에 눈에 띄는 기념석이 대마도박물관에 있었다. ‘성신지교린(誠信之交隣)’, 외교는 신의를 기본으로 성심성의를 가지고 이웃과 같이 서로 교류하는 것으로 시냇물이 바닷물을 이루는 것같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마도 유학자인 아메노모리 호슈(1668∼1755)가 <교린제성(交隣提醒)>이라는 책 속에서 강조했다.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 소위 7년 전쟁으로 조선과 왜국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틈에 끼인 대마도는 그야말로 살길이 막막했다. 대마도 번주는 조선과의 화친을 위해 국왕 문서를 위조할 정도로 다급했고, 다행히 집권한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과의 화평을 희망했다. 왜국은 대마도 번주는 조선에 사신을 보냈고 1604년 사명 대사가 왜국에 사신으로 왔다. 그 이후 ‘성신지교린’ 정신으로 양국은 평화의 시대를 열었다. 1876년 강화도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270년이 넘게 유지된 외교 정신이다.
서산 부석사 불상 봉안 운동을 계기로 대마도에 많은 한국의 유산이 있다는 사실이 조명되고 있다. ‘대마의 미술’에는 ‘조선의 불상’ 87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다구두혼 신사에 있는 고려 청동반자(쇠북)는 1245년 5월 진양공 최이가 강화도 선원사 창건 기념으로 제작한 것이다.
사실, 대마도나 규슈 등 서일본지역의 문화유산은 개인이나 신사, 사찰의 소유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전수조사가 대단히 어렵고 지금도 사장(死藏)되어 있거나 밀거래되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암거래를 방지하고 공개·공유할 방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실제로 부석사 불상 도난 사건 외에 문화유산 절도 사건은 그 이전에도 10여 회에 이른다. 그럼에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책임은 일본에 있다. 2022년 개관한 ‘시립 대마박물관’은 부석사 불상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대책이다.
박물관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의 윤리강령을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출처와 내력 조사를 철저히 하고 소장품의 불법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또한 유산이 유래한 기원국과 협력하고 반환에 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 법원이 왜구 약탈의 상당성을 인정한 부석사 불상을 대마박물관이 보관 전시할 수 있는가?
우리는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부석사 불상만의 해결이 아닌 대마도에 있는 전체 유산과 유적에 대한 조사와 가치 확산 방안, 고령화된 대마도의 사정으로 무인 상태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화유산과 방치되는 유적지 그리고 연간 3~40만명에 이르는 한국인 방문객 등 객관적인 상황에 부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신의에 부합하고 성심성의를 다해 교류 협력할 현지에서의 주체가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하고 다른 영역으로 확장성이 있어야 하고 계승할 수 있어야 중장기적이고 종합적
인 방안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15년 대마도에 명예영사제도를 활용한 ‘한국문화원’의 개원을 국회에 제안했고 여러 방안을 모색했다. 마침 한국인 사찰로 처음 개원한 ‘황룡사’가 최적지란 뜻을 모았다. 민관협력 사업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