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원 70명 특별법 2안 발의
단발 종교행사에 역대급 지원해
정부지원위에 국무위원까지 배치
행사 시설 2037년까지 국비 지원
헌법 상 ‘정교분리’ 원칙 무시해
“사실상 가톨릭 위한 지원특별법
전 종교인이 나서 상정 막아야”
천주교 대표 국제 행사인 ‘세계청년대회’ 지원을 골자로 국회에 특별법이 발의돼 “노골적인 종교편향 행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청년대회의 명칭 자체에선 전 세계 청년들을 위한 대회처럼 보이지만 대회 전반에서 고해성사, 미사 등이 진행돼 실상은 천주교식 예배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회가 나서 특정 종교행사를 지원하는 것은 다종교 사회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며, 특정 종교 특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세계청년대회 특별법’은 국회 여야 의원 총 70여 명의 주도로 11월 7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발의됐다. 두 법안에서는 세금 감면, 시설 사업비 지원 등 법적·물적 공공자산이 세계청년대회에 투입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등 의원 59명이 11월 7일 제출한 특별법안에는 △하천법·도로법·수도법 등 부담금 감면(제9조) △채권 등 매입의무 면제(제10조) △장관급으로 구성된 국무총리 소속 지원위원회 구성(제18조) △국가·지자체의 대회 관련 시설 개축·보수 사업비 지원(제19조) 등이 명시돼 있다. 발의된 법안은 세금 감면, 매입의무 면제, 사업비 지원 등 대회 운영의 편의를 위한 조항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18조(정부지원위원회)는 국가장관급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정교분리 원칙에서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항에는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외교부장관,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장관 16명을 명단에 포함했다. 국가고위 공직자를 끌어들여 대회의 공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비판이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단발성 종교행사를 위한 지원위원회에 국무총리를 포함한 정부 1급 공무원들을 대거 배치한 것은 정치와 종교의 경계를 흐린다”면서 “앞선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한 국가들에서도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한 선례가 없어 정교분리 헌법 위반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1월 19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 의원 11명이 발의한 특별법안 제26조(후속사업)에는 세계청년대회 이후 조성될 국제순례지의 시설(체험장, 전시관, 시설 진입도로, 응급의료시설, 전기·전자·통신·가스 시설)에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한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또한 부칙에 해당 법안은 2037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갖는다고 서술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부와 지자체는 종교 행사에서 파생된 시설 측의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대회를 전적으로 지원하는 법안 발의에 앞서 대회 조직위원회는 ‘재단법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를 설립해 법안 효력의 항구성을 노렸다. 19일 발의된 법안의 부칙에는 ‘법은 조직위원회가 해산할 때까지 효력을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회 종료 후 조직위원회인 재단법인이 해체되지 않는다면 법안의 효력이 계속 이어져 천주교 시설 일체에 대한 지원이 이어지게 된다.
조계종 종회의원 만당 스님은 “2차로 발의된 법안의 부칙에는 특별법이 ‘조직위원회가 해산할 때까지 효력을 갖는다’고 명시했는데, 이것은 조직위원회인 재단법인이 유지되는 한 천주교 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어진다고 못 박는 사항”이라며 “종교 행사인 세계청년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현행 법령으로도 지원이 가능한데 항구성을 보장하는 부칙까지 포함한 특별법으로 지원하겠다는 건 천주교 선교 목적이 뚜렷하며 정치와 종교를 일치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실제 세계청년대회는 한국 개최가 확정된 준비 단계부터 천주교 교리 전파 성격이 강했다. 7월 28일에 개최된 세계청년대회 발대식에서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은 “세계 젊은이들이 대회에 모여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아래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얻어가길 바란다”고 취지를 밝혔다. 정지훈 청년대표도 “이번 대회를 통해 전 세계 젊은이들과 하느님의 사랑과 평화를 실천하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겠다”고 종교적 의도를 드러냈다. 세계청년대회에 대한 공공의 지원이 곧 특정 종교 지원과 일치된다는 점을 방증한다.
심지어 가톨릭신문 등에서는 다종교 사회에서 모든 종교를 아우르기 위해 “조직위원회 법인 이사진에 조계종 스님, 기독교 목사 등이 포함돼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역시 자칫 모든 종교계가 세계청년대회의 취지와 관련 법안 발의 등 전반을 찬성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가 높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향문 스님은 “만약 처음부터 행사의 공공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면 위원회 구성원들을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선임했어야 한다”며 “법인에 타 종교인들이 포함됐다고 해서 특정 종교 행사가 공공성을 가진 보편적인 행사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향후 불교계는 공공재의 종교적 사용과 헌법 수호를 위해 전 종교계가 나서 특별법을 제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이자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 선광 스님은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지원 가능한 종교행사를 위해 세금 감면 등의 사항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특정 종교 우대로 비춰져 다종교 사회인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한국의 전 종교계가 나서서 성명을 내고 법안을 제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김가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