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 12월 9일 회의
특정 종교 행사에 국무총리가 지원 위원장
“10년간 정부·지자체 예산 지원은 편법”
법률검토·대응조직 구성 추진 적극 나서야
2027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개최되는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에서 행사 주체인 가톨릭을 장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위원장에 국무총리 부위원장에 장관이 이름이 명시돼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회(위원장 심우 스님)는 12월 9일 ‘불기2568년도 중앙종회 총무분과위원회 제10차 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이 제정될 경우 다종교 사회에서 타 종교와의 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대한 대책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세계청년대회는 가톨릭 교회가 1986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세계 젊은이의 날’의 국제행사로 2~3년 마다 교황이 지정한 교구에서 대규모 국제 종교행사를 개최한다. 2023년 8월 포르투칼 리스본 테주공원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 폐막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7년 차기 대회 개최지로 한국을 발표하면서 행사 준비가 급물살을 탔다. 국내 가톨릭은 대회에 약 80만명에서 1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언급된 문제의 특별법안은 11월 7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등 59인이 제출한 ‘2027년 제41차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원 특별법안’이다.
특별법안에 따르면 세계청년대회 관련 주요 정책 심의·조정을 위해 국무총리 소속 정부지원위원회가 구성된다. 위원장에 국무총리, 부위원장에 기획재정부장관·교육부장관·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위원에 국무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또 조직위원회는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법인·단체 등에 행정·재정적 협조 및 지원과 편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최대한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계 청년들에게 청년활동 관련 프로그램 제공을 위한 관련 시설을 신축 및 개축·보수하는 경우 이에 필요한 사업비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내용도 명시돼있다. 국제행사인만큼 참가자들의 보건 안전과 외국인 출입국 심사 협조도 언급했다. 이 법안 발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11월 8일 심사 회부된 상태다.
이와 함께 11월 19일에는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 11인은 같은 제목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계청년대회 이후 국제순례지에서 국민의 종교문화와 여가활동 활성화 및 국제 친선활동을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관계 행정기관의 장이 시설을 지원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11월 20일 심사에 회부됐다.
이날 총무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총무분과위원 선광 스님은 “제출된 법안은 특정 종교 대회를 위해 만든 특별법으로, 발상 자체가 종교 편향”이라면서 “법안을 제지하는 일부터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만당 스님은 법률안을 조목조목 따졌다. 스님은 “법률안 제19조에 세계청년대회 관련 시설 시설 신축 개보수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가 사업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나와있는데, 이는 운영비를 포함한 모든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면서 “특정종교 행사지원을 넘어 향후 10년에 걸쳐 운영비까지 지원하게 되는 것으로 종단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 제18조에서 규정한 정부지원위원회 구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위원장 심우 스님은 “국무총리를 포함한 주요 장관들이 특정종교 행사를 위한 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명백히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우 스님은 “세계청년대회를 대비해 일부 광역자치단체 및 지자체 등에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천주교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들이 확인되고 있다”면서 “한국사회에서 특정종교만을 위한 사업과 그에 따른 막대한 보조금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은 다종교사회인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차별과 편향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예상됨에 따라 종단차원의 대응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위원들은 대회에 대한 다양한 우려를 드러냈다. 정범 스님은 "다른 나라에서 행사 규모를 살피고, 실제 참석 인원을 면밀히 조사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무 스님도 "이 대회의 정식 명칭은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라며 "이를 세계청년대회로 둔갑된 것을 알리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해 스님은 이번 대회 조직위원회에 조계종 스님이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종단 차원에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총무분과위원회는 총무원 총무부와 기획실, 사회부에 꾸준한 모니터링과 함께 법안의 위헌성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또 법안 통과 저지와 폐기를 위한 대응조직 구성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음회의는 12월 16일 오후 3시 조계종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선광 스님)과 연석회의로 열린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