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장성 백양사서
정관 스님 사찰음식 체험 등
남녀 12쌍 중 커플 7쌍 탄생
‘현커 기원 금일봉’ 수여식도
12월 총동창회 공주 연수원서
청춘남녀 사찰 만남의 장 ‘나는 절로, 백양사 편’에서 총 7쌍의 커플이 탄생하며 참가자 과반이 인연을 찾았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묘장 스님, 이하 복지재단)이 보건복지부와 주최한 ‘나는 절로’가 11월 2~3일 단풍철을 맞아 오색빛깔로 뒤덮인 장성 백양사(주지 무공 스님)에서 개최됐다. 이번 ‘나는 절로, 백양사’에서는 참가자 긴급 증원까지 이뤄져 시작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초 계획은 남녀 참가자 각 10명, 총 20명을 모집하는 것이었지만 신청 기간이 지나고도 몰려드는 참가신청에 협의를 거쳐 총 인원 24명으로 증원했다.
이번 나는 절로는 한국형 히어로의 대표, 홍길동의 고향 전라남도 장성에서 개최되는 만큼 참가자들의 별명이 길동, 길순으로 통일됐다. 다양한 성씨로 구분된 길동과 길순은 각자의 성씨를 눈에 익히고 자신과 같은 성씨를 가진 이성을 찾아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백양사 교육관에 모인 참가자들은 ‘나는 절로’의 시작을 알리는 입재식에 참여했다. 백양사 성보박물관장 동찬 스님이 환영사를 통해 “흔히 행복을 거창하고 얻기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행복은 작고 소소한 것에서 비롯된다”면서 “여러분도 인연이 작고 소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것을 믿고 매 순간 행복해질 수 있는 인연 맺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도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묘장 스님은 “옛말에 참나무와 삼나무는 한 그늘에 살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서로 함께하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한다는 뜻”이라며 “각자가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자는 마음만 있다면 나의 인연을 찾고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인연 찾길 기원하는 청실·홍실 단주를 전달받은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연령, 직업, 취미 등을 밝힌 참가자들은 저마다 다른 이상형을 설명했다.
‘나는 절로’로 사행시를 지어 참가자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송길동 씨는 “어릴 때부터 어차피 긴 인생 늦게 결혼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35살이 되니 갑자기 서두르고 싶어져 지원했다”면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왔는데 돌아갈 땐 확신으로 가득차서 돌아가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친가, 외가 모두 불교도로 사찰과 인연이 깊은 고길순 씨는 결혼해 아이가 셋인 다복가정 꾸리기를 바랬다. 고길순 씨는 “회사와 집, 운동만을 오가는 바쁜 일상에서는 좋은 인연을 만날 기회가 적어 안전한 만남이 가능할 것 같은 ‘나는 절로’에 참여하게 됐다”며 “육아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이가 많은 집을 보고 부러웠는데, 좋은 인연을 만나면 다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기대했다.
참가자들은 자기소개에 이어 이성과 돌아가며 10분간 대화할 수 있는 1:1로테이션 차담을 위해 우화루로 이동했다. 나는 절로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와 아쉬움을 남기는 프로그램으로 여기서 참가자들은 최대한 많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인연시그널을 주고받는다.
차담에서 마음에 드는 길동과 대화한 임길순 씨는 “10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은 서로의 포인트에 집중해 이야기할 수 있어 중요한 시간이었다”며 “말하는 방식과 취미, 생각이 비슷한 것을 느껴 더 깊이 있게 알아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나는 절로, 백양사 편의 하이라이트는 사찰음식의 명장 정관 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음식 체험이었다. 국내외에 한국의 사찰음식을 알리고 ‘셰프들의 셰프’라고 불리는 정관 스님이 이번 '나는 절로'에서 인연에 목마른 청춘남녀를 위해 인연법사로 나선 것이다.
정관 스님은 백양사 천진암에 방문한 길동과 길순에게 특별한 선택의 시간을 선사했다. 공양간의 각자 자리에 앉은 길동들 앞에 놓인 호박, 가지, 마늘 등 갖은 채소들. 길순들은 자신이 마음에 둔 길동 앞에 놓인 채소를 재빠르게 살피고 채소바구니에서 동일한 채소를 집어가야 했다. 1분여간 서로 눈치만 보던 길순들은 같은 채소를 잡고 서로 놀라하거나, 급해서 채소를 잘못 잡았다며 아쉬운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채소로 짝이 된 길동과 길순은 정관 스님과 함께 저녁공양 반찬이 될 사찰음식을 만들었다. 이들은 조별로 각각 △감말랭이고추장무침 △애호박두부찜 △솎음열무무침 △생표고버섯조청조림을 만들어냈다. 길동과 길순은 요리를 하며 서로 소매를 걷어주거나 역할을 바꿔 요리하는 등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사찰음식 체험 프로그램의 기획 전반에 참여한 정관 스님은 많은 젊은 세대가 ‘나는 절로’에 참여하길 발원했다. 스님은 “인연의 성사는 편안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데 그런 마음은 자신의 들뜬 에너지를 방하착(放下着)하는 순간 만들어진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나는 절로’를 단순한 소개팅의 장소가 아니라 고즈넉한 사찰에서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더불어 인연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더욱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접 만든 사찰음식으로 가진 저녁공양 시간에 이어 ‘나는 절로 레크레이션’이 시작됐다. 개인별, 조별로 진행된 레크레이션에서 길동과 길순은 관심있는 이성에게 “애창곡이 뭐예요?” “매운 음식 어디까지 드실 수 있으세요?” 등 세밀한 취향을 묻는 질문들을 쏟아냈다. 또한 프로그램 시작부터 서로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여 공식 커플처럼 여겨진 권권커플(권길동·권길순)에게는 “두 분은 서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라는 직접적인 질문이 주어져 장내가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서로의 마음과 호감도를 확인한 레크레이션에서는 ‘선택하라, 길동’의 시간이 있었다. 호명된 길동들이 주어진 길순의 사진을 보고 야간 데이트를 함께 할 사람을 고르는 것. 어둑해진 시간 길순들은 자신을 부른 길동과 함께 사찰 야간데이트에 함께했다.
야간데이트는 나는 절로 참가자들이 꼽는 마지막 마음 확인의 시간이다. 김길동 씨는 “로테이션 차담 시간이 있지만 이야기가 깊어질 즈음 아쉽게 끝났다”며 “야간데이트를 통해 조용하고 아름다운 사찰 경내를 둘러보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반드시 원하는 분과 대화하고 싶었다”고 심정을 밝혔다.
첫날 야간데이트까지 모든 활동을 마친 참가자들은 이튿날 해가 밝자마자 최종 선택을 위해 고심했다. 참가자들은 “저는 좋은데 그 사람은 아니면 어떡해요?” “그냥 번호 땄다가 나중에 연락해 봐도 될까요?” “어젯밤에 따로 불러서 마음을 확인해볼걸 그랬어요” 등 근심과 후회 섞인 고민을 늘어놓다가 주최 측에 문자로 자신의 결정을 전송했다.
이로써 ‘나는 절로, 백양사’에서는 총 7쌍의 커플이 성사됐다. 참가자 증원까지 이뤄졌음에도 과반 이상의 커플이 맺어졌다. 이중 첫날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샀던 ‘권권커플’도 맺어져 뭇사람의 축하를 받았다.
최종 커플로 성사된 유한커플(유길순·한길동)은 “처음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 호감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내내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어서 안절부절했다”면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레크레이션 시간 때 직접 ‘저한테 관심있으세요?’라고 물어봐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백양사 주지 무공 스님은 성사된 7쌍의 커플들을 축하하며 ‘현커(현실커플) 기원 금일봉’을 전달했다. 무공 스님은 “선남선녀들이 좋은 인연을 맺는 자리를 백양사에서 개최하게 돼 기쁘고 영광스럽다”면서 “이어졌든, 이어지지 못했든, 지금과 미래의 인연 모두를 소중하게 여기고 길게 이어가길 바란다”고 축원했다.
길동과 길순들은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틀간 만든 인연 모두를 소중하게 여겨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묘장 스님은 ‘나는 절로’가 높은 성사율을 이어가는 이유를 사찰이 가진 복합문화적 공간 성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님은 “한국의 사찰은 마음의 평안을 주는 공간이자 소원을 이뤄주는 곳, 여행지, 체험의 공간 등 여러 의미와 역할이 함축돼 사찰 방문에 설렘을 준다”며 “이런 문화 공간에 인연 만남의 기회가 열리면 여행의 설렘, 인연 만남의 설렘 모두를 느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재단은 올해 12월과 2025년에 이어질 ‘나는 절로’ 활동을 예고했다. 올해 전반에 걸쳐 진행된 ‘나는 절로’에서 미성사 된 참가자들은 12월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리는 ‘나는 절로 총동창회’에 다시 모인다. 또한, 2025년 봄에는 벚꽃이 아름다운 하동 쌍계사에서 새로운 참가자들을 다시 모집할 예정이다.
전남 장성=김가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