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K불교 글로벌 포교사] 반가사유상을 장엄하다-장줄리앙 푸스

“반가사유상 Aura에 매료됐죠”

‘사유의 방’ 미디어 아트 제작
물의 순환 통한 ‘연기 표현해
승려장인 특별전에 작품 선봬
경주 신선암 마애불 인상 깊어
“불교 주제 작품 만들고 싶어”

장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2017년 제주도 해녀 관련 다큐멘터리 '울림'과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영상 '세한의 시간'을 제작한 바 있다. 최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미디어 아트 작품인 ‘순환’과 ‘등대’를 선보였다. 사진=박재완 기자
장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2017년 제주도 해녀 관련 다큐멘터리 '울림'과 2020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영상 '세한의 시간'을 제작한 바 있다. 최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미디어 아트 작품인 ‘순환’과 ‘등대’를 선보였다. 사진=박재완 기자

지난해 11월 12일 개관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암전된 전시실을 따라가면 초입에 대형 미디어 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순환’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물이 얼고 기화하는 이미지들을 통해 공(空)과 연기(緣起)를 표현해 냈다. 전시 공간에 만나는 두 반가사유상의 온화한 미소를 만나기 전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도록 스스로를 침잠시킨다. 

궁금했다. 이 같은 사유의 작품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가. 알게 돼서는 놀랐다. 작품을 만든 작가가 푸른 눈의 외국인 감독이어서.

그는 ‘사유의 방’ 입구의 ‘순환’뿐만 아니라 출구의 ‘등대’, 승려 장인 특별전 ‘손으로부터(From the Hands)’이라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사유의 방’ 출구의 ‘등대’는 깊은 사유로서 진리를 전하는 반가사유상이 주는 위안을 표현했고, ‘손으로부터’는 끝없이 반복되는 작업을 하는 조각승의 손을 통해 작품으로 수행을 했던 조선 승려장인들을 구현했다.

수준 높은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인 주인공은 프랑스 다큐멘터리 감독 장줄리앙 푸스(Jean-julien Pous, 38)이다. 그의 작품으로 불교 전시인 ‘사유의 방’과 ‘조선의 승려 장인’ 특별전은 그 의미를 더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저런 작품을 만들게 됐냐”고. 그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단 콘셉트를 잡기가 어려웠다”고 술회했다. 

“실험적 시도를 많이 했어요. ‘순환’은 모든 게 촬영입니다. 물이 기화하는 모습들까지. 실험적인 촬영을 하다 보니 ‘실패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많이 했죠.”

불교를 접하지 않았던 서구인이 공과 연기 같은 불교 사상을 이미지화 해 작품을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지만, 푸스 감독은 명상 등에 관심이 높았다. 최근 그가 탐독한 책은 에마뉘엘 카레르의 수필집 <요가>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명상은 심각하거나 신성한 것이 아닌 평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임을 알았다”고 했다. 

푸스 감독은 ‘사유의 방’ 미디어 아트 작품을 의뢰받고서는 친구에게 불교학자를 소개받아 자문을 구했고, <반야심경>도 찾아 읽었다. 

“ <반야심경>은 공(空)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물이 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영원히 이어지는 실체란 없다는 것을 말하죠. 그래서 이번 영상 작업에서 물질 너머의 공을, 그리고 무(無)를 사유해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두 반가사유상을 만나보시면 알게 되지만, 우리는 두 불상을 통해 세상 너머를 명상하고 세속의 고민을 덜어내게 됩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부드러운 빛을 받는 반가사유상을 볼 때 ‘신성(神聖)’을 느꼈다고 했다.  반가사유상에서 느꼈던 신성과 위안은 출구 작품인 ‘등대’에 투영된다. 깊은 사유로서 진리를 전하는 반가사유상이 주는 위안을 표현한 ‘등대’에 대해 그는 “저 바다에서 길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등대는 나아갈 길을 전한다. 반가사유상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은 등대와도 같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푸스 감독은 시종일관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작품 내용을 전했다. 이내 그의 한국과의 인연이 궁금해졌다. 푸스 감독은 “부인 덕분”이라고 답했다. 푸스 감독의 부인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민성아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하지만 푸스 감독의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아시아권 문화가 익숙할 법하다. 그의 부모님은 프랑스어와 중국어 교사로, 그 역시 중국 우한(武漢)에서 태어나 6세까지 자랐다. 홍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프랑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며 만든 졸업작품이 부천국제학생영화제에 출품한 것을 계기로 한국을 오갔다. 그러던 중 만난 민성아 감독과 만나 2013년에 결혼했다. 

그는 한국에서 여러 사찰을 다녔다고 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을 꼽아달라고 하자, 경주 남산의 절벽 불상을 이야기했다. 곧바로 보물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이냐고 말하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촬영하기 위해 경주 남산을 밤에 올랐어요. 야간 산행이니 많이 어려웠는데 신선암 마애불을 만나고 감동했죠. 너무 경외로웠어요.” 

한국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푸스 감독은 12월 9일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에게 향후 계획에 물었다. 그는 한동안 부인 작품의 후반 작업을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교 주제 작품도 계속 하고 싶다는 의향도 내비쳤다. 

그는 종교가 가진 아우라(Aura)를 사랑하는 사람인 듯 했다. 작품 역시 사유와 위안을 전한다. 그의 작가 노트엔 이렇게 적혀 있다.    

“영상과 사진을 통해 두 반가사유상이 품은 온화한 위안이 전해지길 소망한다. 차디찬 세상에 퍼지는 미소의 따스함처럼, 어둠 속의 빛처럼, 외로운 세상에서도 곁에 있는 벗처럼, 무정한 세상에 다정한 영혼처럼, 길 잃은 이들의 등대처럼, 거칠기만 한 곳에 깃든 세심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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