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쉼 없이 재가자 공부 이끈 생활불교 30년

마산반야불교학당 경전 강의 현장

일반 재가자 위한 심도 깊은 강의
지안 스님 재가자 교화 원력 43년
마산 및 경남 재가 지성들의 전당
​​​​​​​“생활속 불교실천 이끄는 것 보람”

1991년 마산 정법사 안심요에서 시작된 마산 반야불교학당은 현재 매주 화요일에 〈법화경〉과 〈화엄경〉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1991년 마산 정법사 안심요에서 시작된 마산 반야불교학당은 현재 매주 화요일에 〈법화경〉과 〈화엄경〉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무수제불자 문세존분별(無數諸佛子 聞世尊分別) 설득법리자 환희충변신(說得法利者 歡喜充뤝身)…세존이 법을 설명하는 것을 들은 사람의 온몸에 기쁨이 넘쳤다는 뜻입니다”

지안 스님의 강의가 시작되자 불자들은 스님의 말씀을 공책에 빼곡하게 받아 적기 시작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열정이 강의실을 채웠고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흔들리지 않는 눈빛만이 오롯이 지안 스님을 향했다. 오직 정법을 향한 열정으로 30년 동안 운영된 마산 반야불교학당의 수업 현장 모습이다.

5월 3일 창원시 마산 합포구에 위치한 마산 반야불교학당을 방문했다. 학당 안으로 들어서자 책상과 의자가 나란히 정리되어 있었고 뒤편 책장에는 〈대승기신론 강해〉, 〈백일법문〉,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 등 경전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저희는 승가대학 운영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형춘 고문은 반야불교학당의 수업 방향을 설명했다. 책장에는 승가대학에서 배우는 불교경전 뿐 아니라 성철 스님의 〈백일법문〉, 〈불조삼경〉, 원효 스님이 〈열반경〉을 집약하고 핵심요지를 설명한 〈열반경 종요〉 등 다양한 교재들이 눈에 들어왔다.

지안 스님의 경전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
지안 스님의 경전 강의를 듣고 있는 수강생.

“사실 승가대학 학사 커리큘럼보다 과목은 더 많았습니다. 〈육조단경〉, 〈임제록〉, 노자 〈도덕경〉까지 공부했습니다. 과목이 많습니다. 한 곳에서 여러 과목을 오랜 세월 동안 이어온 공부모임은 반야불교학당이 대표적일 겁니다. 현재는 〈법화경〉을 주간에 〈화엄경〉은 오후에 수업하고 있습니다. 〈화엄경〉과 〈법화경〉은 고급반에 속하는데 오랜 기간 동안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왔기에 가능한 것이며 앞으로도 큰 복이 될 것입니다”

마산 반야불교학당은 현재 매주 화요일에 〈법화경〉과 〈화엄경〉 공부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100여 명의 불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반야불교학당은 1991년 마산 정법사 안심요에서 시작했다. 매주 월요일 경전 강의를 진행했다. 지안 스님이 1988년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 주지로 오신 후 일반 법문 외 불교경전을 심도 있게 전할 방법을 고심했고, 1991년 7월 17일 〈대승기신론〉을 시작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는 법회에서 설하는 법문 외 재가자를 위한 깊이 있는 경전 강의는 전무한 상황이었다. 어려운 한자 원문을 보며 깊이 있는 해석을 경험하게 된 불자들은 하나둘 입소문으로 늘어났고 일반 불자들 뿐 아니라 당시 교사와 교수 등 지식인들의 전당이 되었다.

이후 〈금강경오가해〉, 〈능엄경〉, 〈원각경〉 등 심도 깊은 강의를 이어 가던 중 1997년 지안 스님이 정법사를 떠나 통도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반야불교학당은 강의가 중단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법화경〉을 강의하는 지안 스님.
〈법화경〉을 강의하는 지안 스님.

불자들은 강의실을 따로 마련해서라도 강의를 이어가길 바랐고 자발적인 십시일반 동참금 모금을 진행했다. 그리고 불자들은 마침내 통도사를 찾아 지안 스님께 강의를 요청했으며 현재 수업 중인 삼원빌딩 5층(약 70평)을 계약해 3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김형춘 고문은 당시를 회상하며 “십시일반 모금에도 금액이 많이 부족했는데 지안 큰스님께서 성금을 보태주셔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 할 수 있었다”며 “또 통도사에서 이곳에 오시려면 교통수단이 좋지 않아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셔야 했다. 왕복 5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에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일체 강의료도 받지 않으시고 빠짐없이 강의를 해주시는 스님의 원력은 저희 대중을 향한 자비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지안 스님의 재가자 교화 원력은 43년 전인 1978년부터 시작됐다.

스님 외에는 심도 깊은 경전 공부를 접할 수 없었던 당시, 부산 남부민동에 위치했던 대법사에서 최초로 재가자를 상대로 경전 강의를 진행했던 것이다. 무비 스님의 제안으로 함께 시작하면서 사집과 이교 가운데 과목을 선정해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에 나눠 진행했다.

지안 스님은 오랫동안 절에 다녔지만 불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보살들을 만났을 때 현재 불교의 과제가 무엇인지 절감했고 불교의 지성화와 생활화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절에 다니신 보살님이 ‘자신은 불교에 대해 전혀 아는 내용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겸손하게 하신 말씀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오랫동안 통도사서 지내며 승가교육을 담당했습니다. 마침 김형춘 교수님을 중심으로 경전모임을 하자는 제의가 있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절에 교사불자회, 공무원불자회도 조직되고 경전 공부하는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지안 스님은 경전 강의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불자들의 ‘변화’라고 했다. 스님은 30년 동안 함께해준 불자님들이 생활 가운데에서 불자답게 겸손하고 보살도를 행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불자들은 그런 스님의 원력 앞에서 게을러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언제나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조명연 불자(진혜월ㆍ72)는 “스님께서는 시작 당시부터 강의 시간을 빼 먹은 적이 없으셨다. 저는 정작 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한 것 같은데, 그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와 주시고 송구하게도 법사비도 드리지 못했다”며 “우리들의 빛이고 스승이시다.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손숙 불자(혜공화ㆍ71)는 “큰스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자 노력하지만 한없이 부족하다”며 “배운 바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스님의 원력을 따라 잊지 않고 학당에 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복이다”고 말했다.

한정희 불자(원광화ㆍ71)는 “30년부터 꾸준히 동참하고 공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스님과의 공부 인연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고 도반들을 만났다. 이 큰 보물들을 얻게 해주신 큰 스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안 스님의 재가자를 위한 경전 강의는 현재 마산, 서울, 통도사에서 진행되고 있다. 마산 반야불교학당은 매주 월요일 오후 2시, 오후 8시 창원시 합포구 오동동 삼원빌딩 5층에서 열린다. 지안 스님의 또 다른 재가자 공부모임인 반야암 불교경전교실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반야암 대웅전에서, 서울 패엽회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두산위브 836호에서 각각 진행된다. 재가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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