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언택트 연등회’ 성공위한 고군분투

[현장]  온라인 연등회 만든 사람들

‘ZOOM’ 이용한 첫 연등회
온라인 연등행렬 동참 당부
조작 미숙 단체위해 파견도
“향후 온오프 조화 연등회로”

연등회보존위원회는 5월 11일 연등회 참가단체 실무자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홍선영 행정관이 스님과 일선 실무자들에게 줌 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등회보존위원회는 5월 11일 연등회 참가단체 실무자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홍선영 행정관이 스님과 일선 실무자들에게 줌 사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는 현대 한국불교사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사상 최초로 ‘언택트 연등회’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연등회도 변화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언택트 연등회’는 연등회보존위원회부터 일선 사찰, 종립학교, 포교·신도단체들의 노력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현장이 5월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공연장에서 진행된 ‘연등회 참가단체 실무자 전체회의’였다.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전체회의는 종단, 사찰, 종립학교, 승가교육기관 등 연등회 참여단체 실무자 60여 명이 참석해 ‘언택트 연등회’를 미리 리허설을 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난한 여인의 등불과 같이 지극한 정성으로 만든 등이 의미가 있음을 알고 정성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우리가 밝히는 등불로 중생을 위해 오신 부처님 뜻을 알리고 우리의 화합된 모습으로 세계가 한 생명임을 일깨워주신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겠습니다.”

회의의 시작은 연등회 참가자 발원문 낭독이 알렸다. 비록 온라인이지만, 중생을 위해 세상에 오신 부처님의 오신 뜻을 찬탄하기 위한 연등회를 제대로 준비해 진행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연등회보존위원회 부집행위원장 문화부장 오심 스님은 ‘언택트 연등회’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일선 실무자들을 격려했다. 

구룡사 총무 성륜 스님이 줌 화면을 조정하고 있다.
구룡사 총무 성륜 스님이 줌 화면을 조정하고 있다.

오심 스님은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이 올해까지도 진정되지 않아 온라인으로 연등회를 봉행하게 됐다. 연등법회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기념식은 줌(ZOOM)으로 진행한다”면서 “오늘 모이신 실무진들은 언택트·온라인 연등회라는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한국불교의 무형 자산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잘 발전시키는 것이 불자들의 의무”라면서 “언택트 연등회를 통해 연등회가 세계적 축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5월 15일 진행된 연등회 연등법회·등재 기념식·제등행렬에 대한 전체 상황에 대한 설명과 줌 사용방식에 대한 안내 등이 이뤄졌다. 특히 행사 성패를 좌우하는 줌 사용방식 숙지를 위한 사부대중의 고군분투가 이어졌다. 

“줌 주소는 일반인에게 가르쳐주시면 안 됩니다. 사찰, 단체 참가자들만 들어오셔야 해요. 일반인 참여는 유튜브로 독려해주세요. 개인 참가자로 이름이 올라오면 안 됩니다. 단체 이름으로 변경하세요.”

상대적으로 중앙승가대, 구룡사 등 비대면 강의, 법회가 일상인 사찰과 단체는 줌을 능숙하게 다룬 반면, 중소사찰이나 외국인 법당 참여자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왕좌왕하는 참가단체 실무자에게는 연등회보존위원회 직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1:1로 가르쳐줬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낯선 사찰과 단체에는 연등회 당일 연등회보존위원회에서 직원 파견을 지원키로 했다.

단체 실무자가 줌 사용 방법을 숙지하는 모습.
단체 실무자가 줌 사용 방법을 숙지하는 모습.

줌 사용법 숙지가 끝나자 본격적인 연등법회 리허설이 시작됐다. 시작에 앞서 유의사항이 공지됐다. 

“줌 카메라가 꺼지기 때문에 카톡은 사용 금지입니다. 전화는 사용할 수 있지만 되도록 삼가주십시오. 음성은 소거할 예정이고, 대화는 줌 채팅창을 활용할 예정입니다.”

화면 편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메인 줌 화면은 98개 화면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참여 인원에 한계가 있어서다. 

“사찰·단체당 화면 2개입니다. 비율은 가로화면이고요. 줌 카메라 응시 방향은 중앙으로 해주세요! 1번 화면은 스님, 2번 화면은 신도입니다. 한 화면 당 3인을 기준으로 하되 신도들이 나오는 화면은 사찰·단체 화면에 맞춰 대중이 모여 구성이 가능합니다. 단, 방역지침은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조계종 총무국장 원묵 스님의 사회로 시작된 리허설은 실제와 같이 진행됐다. 참여 대중들은 스님에 사회에 따라 지급된 카드 섹션과 연등을 흔들며 예비 언택트 연등회를 즐겼다.  

‘온라인 연등행렬’에 대한 참가 독려도 이뤄졌다. ‘온라인 연등행렬’은 연등회보존위원회가 코로나19시대 맞춰 선보인 것으로 도심을 오색 연등으로 수놓는 대규모 연등행렬을 연등회 홈페이지(www.LLF.or.kr)를 통해 구현했다. 장엄등과 연등행렬은 2D 일러스트로 재현됐으며, 흥겨운 연등행렬곡도 함께 들을 수 있다. 

박상희 연등회보존위원회 연구위원은 “(5월 11일 현재) 9000여 명이 온라인 연등행렬에 동참했다. 매일 평균 500명 가량이 참여하고 있는데, 사찰과 단체에서는 예년 연등회 참여 인원이 온라인 행렬에 동참하도록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연등회 홈페이지에 처음 구현된 온라인 연등행렬.
연등회 홈페이지에 처음 구현된 온라인 연등행렬.

리허설을 마친 참여 대중들은 ‘언택트 연등회’의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구룡사 총무 성륜 스님은 “평소 강의와 법회를 언택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면서 “오늘 리허설을 하며 호흡을 맞춰보니 첫 ‘언택트 연등회’가 문제없이 진행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중앙승가대 참여자인 승우 스님은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다보니 낯설지는 않다”면서 “지난해 연등회가 취소돼 너무 아쉬웠다. 이전 같이 대면진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등회에 참여할 수 있어 신심과 환희심이 난다”고 기대했다.

대길행 호압사 연등회 단장은 “평소 인터넷 기술에 관심이 없었으나 교육을 받아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온라인에서 연등회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다시 와도 연등회를 전승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돼도 ‘온라인 연등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온·오프라인 연등회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의미다. 

연등회보존위원회 사무국장 선효 스님은 “5월 19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끝나면 6월부터 내년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한다”면서 “올해 온라인 연등회라는 새로운 모습을 통해 불자와 국민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거리에서 연등행렬을 할 수 있게 돼도 온라인·디지털 연등회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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