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국민들 불심이 미얀마 이끄는 힘

1. 연재를 시작하며

▶ 최재희 양곤대 박사지난해 ‘비긴어게인 미얀마’를 통해 미얀마 불교문화를 소개한 최재희씨가 올해는 인물을 통해 미얀마 국민들의 마음 깊숙이 자리한 불교를 이야기한다. 필자는 동국대 불교학과 학부와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양곤대 오리엔탈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이다

기독교의 적극적인 선교 많은
한국과는 다른 불교적 분위기
모든 직업군·계층이 불자들
큰스님·정부·사회지도자 등
인물로 미얀마 문화 소개한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우주 만물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사람이 모여 집단을 이뤄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곳을 우리는 사회라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불자로써 당황스러운 일을 겪을 때가 있다. 미얀마에 유학을 가기 전,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고 불려지는 위치에 계신 어른들의 봉사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미얀마에서 열리는 대학생 경전 암송 대회. 미얀마는 일상 곳곳에서 불교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다.
미얀마에서 열리는 대학생 경전 암송 대회. 미얀마는 일상 곳곳에서 불교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다.

유독 학생티가 나는 나에게 모 대학의 교수님께서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미래의 꿈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재희씨는 앞으로 미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아무런 경계심 없이 “저는 미얀마에 가서 박사과정을 하려고 준비 중이예요!”라며 해맑게 대답했다. “전공이 뭐예요?”라는 물음에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부에서 학·석사를 하고, 현재 미얀마 양곤대학교 오리엔탈학과에 지원 준비중이예요”라고 답했다. 그에 대한 답은 놀라웠다.

“그럼, 우리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요! 내가 재희씨를 잘 챙겨 주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하나님을 공부해 볼 생각이 없나요? 아직 하나님을 제대로 접해보지 못 해서 재희씨가 기독교를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워요.”

이러한 경우 이외에도, ‘미얀마 유학생활 전액 장학금 및 생활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개종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도 많이 받았다. 워낙 우리나라 사회에서 청년 불자가 적을 뿐더러 기독교 신자가 우리나라에 워낙 사회 곳곳에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사업하시는 분들도 ‘교회’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시는 분들이 많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기독교신자’라면 다수의 모임이 형성된다. ‘불자’는 가끔 1~2명만 마주쳐도 반가울 정도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알 수 없는 고독에 시달렸다. 하지만, 미얀마 유학생활을 하면서 한국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게 되었다.

공항에서부터 진하게 느껴지던 불교의 향기
유학을 떠나기 전에도 일년에 한 두번은 방학때마다 미얀마에 방문했다. 인천에서 미얀마에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미얀마 사람들이 앉으면 부처님 경전을 꺼내 읽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을 마주 할 때마다 알 수 없는 감동을 받았다.

그 이후부터 나도 경전을 들고 비행기에 탑승하여, 떠나기 전 모두의 안전을 바라는 기도를 한다. 양곤 국제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를 하기 위해, 미얀마 입국 심사대에 가면 어김없이 그들의 책상에 놓인 부처님 경전을 볼 수 있다.

양곤대 복사가게에 봉안돼 있는 불상과 불단.
양곤대 복사가게에 봉안돼 있는 불상과 불단.

제일 놀랐던 점은 택시를 타거나, 미얀마 지인들의 차를 탔을 때였다. 차에는 반드시 부처님 스티커, 염주, 미얀마 고승 스님의 사진 중 하나는 붙어 있었다. 만약에 불교와 관련된 흔적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으면 타 종교를 믿는 미얀마 사람들이었다. 불심이 정말 깊은 택시 운전사의 경우에는 불교 경전 CD를 차에 틀어 놓는다. 간혹 양곤 도로를 달리다 보면 위험한 순간들이 많지만,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지 않는 것이 부처님의 힘이라고 미얀마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번뜩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식당에 가도 계산대 옆에 작은 불상과 물 공양, 꽃 공양, 촛불 공양을 올려놓은 모습을 어디를 가도 발견할 수 있다. 길을 걷다 가도 큰 나무 옆을 보면 어김없이 불상을 발견할 수 있다. 생활 곳곳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도록 미얀마 사람들은 불상을 모셔 놓는다.

미얀마 사람들의 집에 놀러 갈 때 마다 놀라운 점은 부처님을 모셔 놓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소득차이에 따라 불단의 크기가 작거나, 커지는 차이는 있지만 부처님을 예경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코로나19로 잠시 귀국해 한국 집에서 지내는 동안 제일 먼저 한 것이 미얀마 사람들처럼 집에도 불상을 모셔 놓는 일이었다.

미얀마 사람들이 삼보(三寶:불·법·승)에 대한 존경심을 일상생활에서 직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점은 스님들을 대할 때이다. 우리나라와 제일 달랐던 점은 교통수단을 탈 때였다. 버스에서도 스님이 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스님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미얀마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도 예외가 없다.

불자가 아닌 한국의 지인분이 어느 날 양곤(예전 미얀마 수도, 현재 미얀마 경제도시)에서 네피도(현재 미얀마 수도)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일찍 티켓팅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2번째로 앞좌석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스님 몇 명이 타자 옆자리에 있던 미얀마 고위간부가 벌떡 일어나 스님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것을 보고 ‘미얀마의 불교 문화’라고 이해했다는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주셨다.

미얀마인들의 최고의 자부심, 양곤대학교에서도 불교는 여전히 중심
미얀마 사람들이 양곤대학교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남다르다. 우리나라 대학과 비교하자면, 미얀마의 서울대학교와 같은 곳이다. 군부독재이전 시절 미얀마의 최고의 브레인들, 민주화 운동을 이끈 리더들은 대부분 양곤대학교 출신이다.

양곤대학교에서는 한국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 졸업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양곤대학교의 유명한 건물 앞에서는 학사모를 쓰고 졸업사진을 찍는 수많은 사람을 구경할 수 있다.

처음엔 ‘졸업을 매달 하나?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졸업사진을 찍지?’라고 생각했다. 친구에게 물어보니, 미얀마 각 대학교 졸업생들이 양곤대학교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얀마 국민들이 양곤대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양곤대학교는 2020년도에 개교 100주년을 맺었다. 아웅산수찌 국가고문을 비롯하여 많은 미얀마 정부 고위간부들, 양곤주지사 등은 양곤대학교에 개교 10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놀랐던 점은, 양곤대학교는 동국대학교처럼 종립학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여 법회를 한 점이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여 줌(Ζoom)으로 진행되었다. 이 날 행사에는 교육부 장관님도 참여하셨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오신 담마싸미(Ven.Dhammasami)스님께서 법문을 해 주셨다. 스님께서 “법문에 시간 제한이 있나요?”라고 묻자, 교육부 장관님은 양손을 합장한 후 “스님께서 끝내고 싶으실 때 마치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하는 모습에 미얀마 사람들의 불심을 느낄 수 있었다. 종립학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교 100주년 행사에 기념 법회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미얀마 사람들의 삶에 불교가 얼마나 가까운지 느낄 수 있다.

미얀마 친구의 집에도 불단이 있다. 가정에 불단이 있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미얀마 친구의 집에도 불단이 있다. 가정에 불단이 있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미얀마 사람들이 불자라고 해서 외국인에게도 엄격히 불교의 잣대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의 문화와 가치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과 하나인 불교를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미얀마 사회를 구성하는 스님과 정부 관계자, 정치인, 경제인, 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조망하여 미얀마 현재 사회의 불교적 가치관이 담긴 ‘인적 인드라망의 그물’을 드러내 보고자 한다.

2021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면서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미얀마 교수님이 내가 위축될 때 마다 해주셨던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두려움은 두려움을 두려워할 때만 너에게 의미가 있다”라는 말이 나에게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미얀마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 불자들의 삶을 마주하며 우리 불자들의 삶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양곤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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