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은 실록… 지역 문화 활성화 기대”

오대산 사고본 환수운동 산증인
의궤博 기증으로 환지본처 견인
“문화재는 제자리에서 가장 빛나
오대산사고본 환수, 영혼의 회복”

“오대산 사고에 있던 조선왕조실록·왕실의궤 원본이 아닌 영인본이 있는 박물관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영혼이 없는 박물관은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종단과 상의해 월정사 실록·의궤박물관을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으로 새 단장해 운영하는 것을 조건으로요.”

11월 9일 만난 조계종 제4교구본사 주지 정념 스님<사진>은 오대산 사고본 환지본처의 결정적 계기가 된 월정사 실록·의궤 박물관의 국가 기증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정념 스님은 2006년 시작된 조선왕조실록·왕실의궤 오대산 사고본 환수운동의 산증인이다. 2006년 3월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출범한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에서 정념 스님은 철안 스님(당시 봉선사 주지)과 공동의장을 맡아 실록 환수를 주도했다.

이후 이어진 의궤 환수에도, 오대산 환지본처를 위한 범도민 운동에도 그 중심에는 항상 정념 스님이 있었다. 이는 월정사가 역사적으로 오대산 사고를 지켰던 수호사찰이었고, 현재 그 정신을 이어가는 후학으로서의 책임감에서 이뤄진 것이다.

“월정사는 1606년 조성된 오대산 사고의 수호 사찰이었습니다. 당시 월정사 주지는 수호총섭이었고, 승병 20여 명이 주둔하며 사고를 지켰죠. 사고를 지키는 수호신장의 책임은 지금도 월정사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으로부터 실록과 의궤를 찾아오고, 오대산으로 환지본처시키는 일은 월정사의 의무였습니다.”

그런 만큼 110년만에 오대산을 다시 찾은 실록과 의궤를 바라보는 정념 스님의 소회는 남달랐다.

“환지본처는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고향에 돌아왔을 때 편안함을 느끼지 않습니까. 문화유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화유산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납니다. 실록과 의궤는 본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옴으로서 그 영혼과 역사가 회복된 것입니다. 이 같은 성과에는 무엇보다 불교계의 원력과 강원도민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대산 사고 수호총섭으로서 책임을 마무리한 정념 스님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이제는 개관하는 실록박물관이 지역 문화 중심지로 활용·발전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실록박물관에 수장된 실록과 의궤는 굉장히 큰 문화 자산입니다. 이를 박물관과 지역이 함께 교육프로그램,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관광·경제 등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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