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개관식… 12일 정식 개관
실록·의궤 110년 만에 오대산 품으로
월정사 의궤博 기부, 국립박물관 변모
왕조실록·의궤 전시되는 유일 박물관
실록 연구·지역문화 중심 역할 기대돼

조선왕조실록, 왕실의궤 오대산사고본 환지본처와 함께  새롭게 문을 연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경.
조선왕조실록, 왕실의궤 오대산사고본 환지본처와 함께 새롭게 문을 연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경.

강원도 평창 월정사가 수호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110년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환지본처된 오대산 사고본은 새롭게 조성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문화재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직무대리 노명구)119일 강원도 평창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이하 실록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오대산 사고본 원본을 원 소장처였던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으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실록과 의궤를 보관·전시하는 실록박물관을 설립해 1112일 정식 개관한다고 밝혔다.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관 모습. 실록과 의궤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관 모습. 실록과 의궤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일제 반출불교계 중심돼 환수운동
조선시대 지방 외사고 중 하나인 오대산사고에 보관 중이던 실록과 의궤는 당대 기록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월정사는 오대산사고의 수호사찰로서 주지가 수호총섭을 맡고 승병 20명이 주둔하며 실록을 지켰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3년 오대산사고 실록 전량과 의궤 일부가 일본으로 반출됐고, 줄곧 일본에 수장돼 있었다. 2006년 불교계를 중심으로 조선왕조실록, 의궤 환수위원회가 출범해 환수운동을 펼쳤고, 결국 일본 도쿄대가 서울대에 오대산사고본 실록 47권을 기증했다.

2011년에는 모든 오대산사고본을 되찾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왕실의궤 제자리찾기 추진위원회가 창립됐고, 그해에 의궤 4481책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오대산 사고본 실록들 은 2017년에 환수됐으며, 이에 따라 현재 오대산 사고본 실록은 75, 환수된 의궤는 82책이 전해진다.

환수된 실록과 의궤는 줄곧 서울 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왔지만, 월정사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범도민환수위원회가 창립되며 본래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22년에는 오대산사고본 환지본처에 대한 국회 결의안이 본회의 통과하고, 월정사가 실록과 의궤 영인본을 전시하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국가에 기증하며 실록박물관 개관이 급물살을 탔다. 이후, 실록박물관은 리모델링 작업 등을 거쳐 개관이 이뤄지게 됐다.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관 모습. 실록과 의궤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관 모습. 실록과 의궤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실록, 의궤 원본 전시 유일 박물관
12일 공식 개관하는 실록박물관은 무엇보다 실록의 원본을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박물관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실록과 함께 오대산 사고본 의궤 원본도 전시된다. 박물관은 총 면적은 3,537, 지상 2층 규모로, 관련 유물 1207여 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기획전시실·실감형 영상관 등 다양한 공간들로 구성됐다.

이번에 우선 개관하는 공간은 상설전시실이다. 3부로 구성돼 있으며, 오대산 사고에 보관했던 실록과 의궤의 편찬과 일제강점기인 1913년에 반출된 후 110년 만에 본래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면서, 국외 반출 문화유산 환수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전시로 꾸며졌다.

특히, 기록의 나라였던 조선왕실의 실록과 의궤의 역사적 의미와 내용, 오대산 사고본의 특징, 사고 수호 사찰들의 역할 등을 세세하게 정리해 조명하고 있다.

특히, 오대산 사고본만이 특징인 교정쇄본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오대산사고 실록 중 <성종실록> 9책과 <중종실록> 50책은 다른 사고본 실록과 달리 교정을 보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원래 실록은 몇 차례 원고를 인쇄해 교정을 본 뒤 새롭게 인쇄해 정본을 만들고 교정쇄본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임진왜란 이후 유일하게 남은 전주사고본을 기준으로 실록을 다시 편찬하는 과정에서 물자가 부족해 교정쇄본을 남겨 오대산사고에 봉안했다.

실록박물관은 오대산 사고본 실록은 교정지의 가장자리를 잘라 제본하였기 때문에 다른 실록에 비해 책의 크기가 작고, 글자를 교정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오대산 사고본 <성종실록><중종실록>은 최종 교정쇄본을 정본 대신 봉안한 유일한 사례이며, 실록의 제작 과정과 조선시대의 교정 체제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관 모습. 실록과 의궤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조선왕조실록박물관 전시관 모습. 실록과 의궤 원본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국립박물관이다. 

문화분권시대를 여는 박물관으로
문화재청은 실록박물관을 실록 상설 전시와 더불어 실록과 의궤를 통합 연구하는 기관이자 지역 문화 향유 중심지로 발돋움시킨다는 계획이다.

노명구 국립고궁박물관장 직무대리는 실록박물관이 여러 곳에 나눠 소장되어 있는 실록과 의궤의 통합 연구의 중심 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실록, 의궤의 체계적 보존 및 관리와 조사 연구, 전시 및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세계기록유산의 가치 확산, 환수 문화유산 관련한 국제 교류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념 스님이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정념 스님이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노명구 국립고궁박물관장 직무대리가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노명구 국립고궁박물관장 직무대리가 추진 경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일본에 있던 오대산 사고본 실록과 의궤를 환지본처시키고, 다시 오대산으로 모시기까지 많은 부침이 있었지만, 비로소 제자리에 모실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이는 월정사를 비롯한 불교계와 강원도민의 염원이 한데 모여 이뤄질 수 있었다면서 이제는 문화분권의 시대다. 제자리를 찾은 문화유산이 생명력을 갖게 되면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록박물관의 입장료는 무료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관일이다. 11~4월에는 오전 930분부터 오후 450분까지 운영하며, 내년 5~10월부터는 관람시간을 오후 530분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또한 실록박물관은 1110일에는 실록과 의궤를 오대산으로 옮기는 이운행렬 재연행사와 축하 공연을 진행하며, 개관식이 열리는 11일에는 고유제 등 풍성한 행사가 펼쳐진다. 개관일인 12일에는 실록박물관을 방문하는 관람객 100명에게 선착순으로 소정의 기념품도 증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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