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약탈문화재 관련 국제 규약 무시한 판결
‘비상식적 판례’로 향후 환수운동 악영향 예상
 정부·사법부 스스로 ‘역사의 죄인’임 인지하길

결국 서산 부석사의 관세음보살님은 부석사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현해탄을 건너게 됐다. 대법원 1부는 10월 26일 서산 부석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금동관음보살좌상 인도 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6년부터 관음상을 놓고 이어진 7년 간의 법정 공방은 부석사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서산 부석사 관음상은 1330년 부석사 불상을 조성했다는 복장 결연문을 토대로, 고려 말기 왜구들의 약탈에 대마도로 옮겨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한국인 5명이 대마도 사찰에 침입해 관음상 등을 훔쳤고, 이후 인터폴 요청을 받은 한국 경찰이 절도범 일당을 검거했다. 

원소유주가 부석사임이 확인되며 서산 부석사는 2013년 ‘부석사 금동관음보살 제자리봉안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원에 불상 반환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는 곧바로 받아들여졌다. 2015년 7월 소유자 주장이 없던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만 일본으로 돌아갔고, 부석사 관음상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남았다.

이후 서산 부석사는 2016년 정부를 상대로 관음상 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1월 26일 대전지법은 “정부 보유 관음상을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며, 인도 집행 정지 신청을 낸다. 이후 대전지법은 검찰의 집행 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며 다시 논란이 됐다.

대법원은 2심에서 문제가 됐던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동일한 권리 주체임은 인정했지만, 소유에 대한 준거법은 일본 민법에 적용된다고 봤다. 대마도 관음사가 1953년 관음상의 소유권을 취득하고 20년이 지난 1973년 일본의 민법에 따라 불상의 소유권이 인정됐기 때문에 서산 부석사의 소유권이 상실됐다는 게 대법원의 주된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에 불교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서산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패륜적 판결”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조계종은 대변인 우봉 스님 명의의 입장문에서 대법원 판결을 “반역사적 최악의 판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불교계의 성토는 근거가 충분하다. 1995년 채택된 ‘도난 또는 불법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에 관한 사법통일국제연구소 협약’ 5조에는 “협약 국가 간에 취득시효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반출 문화재의 반환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유네스코에서 1970년에 채택한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 7조에도 불법 반·출입 문화재의 회수 및 적절한 반환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난 및 약탈문화재에 대해서 여러 국제 규약에는 반환의 당위성과 원소유자의 당연한 권리를 명시했지만, 대한민국의 대법원은 이를 무시한 판결을 내려 관세음보살님을 다시 약탈의 주체인 일본으로 보내버렸다. 이는 불자와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상처를 주는 일이다. 나아가 약탈 문화재 환수에 있어서 국제 정서에 반하는 비상식적이고, 몰역사적인 선례를 남긴 역사의 죄인이 됐음을 정부와 사법부는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대법원의 판결로 환지본처는 좌절됐지만,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는 서산 부석사 관음상의 환지본처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길 바란다. 또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도난·약탈 성보의 환수에 힘써주길 기대한다.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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