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인문학의 눈으로 주인공 관법을 조명하다

대행선연구원 정기학술대회 등
대행선사 사상 수행 연구 활발
이평래 “너 안의 한마음=붓다”

“대행선, 시대에 맞춰서 주창한
선사만의 독자적 수행법” 평가

주인공 관법 수행자 뇌파 측정
측두두정엽 ‘알파파’ 비율 증가

전문가들이 말하다

수행 분야

 

63년 동안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대행 선사는 생전 수행·포교·불사 분야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선사의 원적 이후 전문 학자들은 선사의 행적과 사상 등을 조명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대행 선사의 사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대행선연구원의 학술대회 등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선사의 업적과 학술적 평가들을 정리했다. 정리=신성민 기자

올해 2월 국제 환경보건 저널인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IJERPH)’에는 묘공당 대행 선사(1927~2012)가 주창했던 ‘한마음 주인공 관법’에 관한 연구논문이 실렸다.

바로 한마음과학원 의학팀(김주현·김미지·장미란·이준엽, 이하 과학원 의학팀)이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신도를 대상으로 하안거 기간 중 뇌파를 측정·분석한 ‘주인공 관법이 측두두정엽과 전전두엽 뇌파의 세타파·알파파 비율에 미치는 영향(The Effect of Juingong Meditation on the Theta to Alpha Ratio in the Temporoparietal and Anterior Frontal EEG Recordings)’이다.

뇌파 측정 결과 주인공 관법 수행 시 알파파가 세타파보다 상대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측두두정엽에서 많이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신도들은 안거 참석 횟수가 많을수록 이 같은 변화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2019년 한마음선원 본원에 봉립된 대행선사 동상
2019년 한마음선원 본원에 봉립된 대행선사 동상

한마음과학원 의학팀은 “집중할 때 나타나는 알파파가 주인공 관법 수행 시 즉각적으로 나타났으며, 안거 수행을 많이 경험할수록 알파파가 더 많이 증대했다”면서 “주인공 관법 수행을 하면 뇌의 기능적 부분을 자기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내셔널 SCI급 저널이자 임팩트 팩터(Impact factor, 피인용지수) 역시 높은 편에 속하는 <IJERPH>에 주인공 관법 수행의 효과에 관련한 연구 논문이 수록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여타 명상과의 차별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행 선사가 주창했던 ‘한마음 주인공 관법’과 사상은 선사의 원적 이후 과학·역사·불교학·여성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명되고 있다.

특히 이를 주도하는 곳은 지난 2016년 8월 개원한 대행선연구원이다. 대행선연구원은대행선사의선풍(禪風)과사상,수행등을‘대행선’으로 체계화하고 정립하기위해 설립됐고, 정기학술대회·계절발표회·<한마음연구> 발간 등의 학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제1회 학술대회에서 ‘한마음을 요체로 한 대행선에 관하여’를 주제로 기조발제한 이평래 초대 대행선연구원장은 “본디중생의바탕이붓다이므로밖에서붓다를찾을것이아니라,자신이붓다임을굳게믿고,자신의내면을관하라는대행선의가르침도이와같은흐름으로볼수있는것”이라며“대행선사의가르침은붓다를찾으러떠돌아다니지말고네안에서붓다를찾으라는것이다.네안의한마음,바로그것이네가찾는붓다라는것이며,이것이바로대행선”이라고강조했다.

김호귀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교수는‘대행선 형성의 사상적 배경(2017)’을 통해 조사선을바탕으로한‘본래성불’사상이대행선사상의근간을이루고있다고주장했다.

김 HK연구교수는 “대행선사의법어에는근원적한마음의원리가설명돼있는가하면,때로는본래적주인공의관법으로수행되고있으며,때로는평등적오공의공동체의식으로실현된다”면서“대행선에서본래성불사상이야말로이들상호간의유기적인구조일뿐만아니라중생자신이본래부처였음을확신토록하는수행법의근거”라고강조했다.

또한 김 HK연구교수는 ‘대행선과 묵조선 수행의 심리적 성격 고찰(2021)’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에서 대행선과 묵조선 수행의 구조를 비교하고, 두 수행 간의 접점을 찾았다. 그는 대행선 수행 심리가 불이(不二) 구조의 바탕서 구현되며 이는 묵조선의 수증관과도 맞닿는다고 주장했다.김 HK연구교수는 “대행선과 묵조선의 수행의 근원은 불이의 이치를 파악하는 것으로 가능한데, 그것이 대사일번(大死一番)으로 거듭나는 길로 나아가는 방법”이라며 “불이 구조를 바탕으로 한 대행선의 심리구조는 묵조선 수행에서 수증불이의 수증관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한국선학회장을 역임한 김방룡 충남대 교수는 ‘한국 선종사에 있어서 대행선의 위상과 의의(2019)’를 통해 대행 선사의 주인공 관법이 ‘주인공(主人空)’을 중심으로 새 영역을 구축한 독자적 선수행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행 선사의 주인공 관법은 위빠사나를 비롯해 천태의 지관이나 대혜의 간화와도 다른 독특한 관법이다. 철저한 믿음을 바탕으로 놓고 또 지켜보면서 이뤄지는 이 관법은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심관이 성숙한 이후에는 무심관으로 들어가라고 제시하고 있다”며 “조사선이나 간화선과 구체적인 방법론은 다르지만 결국 본래면목을 깨닫도록 하는 데 같은 길을 제시한다. 주인공 관법은 대행 선사가 철저한 두타행을 통해 깨달음 이후 자신만의 독자적인 선수행법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과 여래장, 그리고 주인공(2021)’을 발표한 차상엽 경북대 동서사상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불교가 단일하고 변화하지 않는 사상 체계가 아님을 강조하며 ‘대행선’이라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했다.

차 연구원은 “대행 선사는 ‘주인공’이야말로 ‘영원하고 진정한 벗’이며 그 주인공이 머무는 자리가 가고 옴으로 한정할 수 없는 자리라고 설한다”면서 “이러한 주인공이 바로 한마음이며, 주인공과 한마음을 밝힌다는 것은 그 어떠한 경계에도 집착할 바 없는 도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 연구원은 “대행 선사의 주인공과 한마음 법문의 장점은 여느 선사들과 달리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쉬운 언어로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가르침을 펼쳤다”면서 “이 같은 점이 ‘대중 불교’와 ‘생활 불교’라는 당시의 시대적 화두와 맞물려서 수많은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교학뿐만 아니라 인접학문 영역에서도 선사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특히 여성학적 관점에서 대행 선사를 조명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박소진 신한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대행 선사의 젠더적/젠더초월적 특성과 젠더 관련 법문(2019)’ 연구 논문에서 대행 선사의 법문을 여성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불성불론’, ‘변성성불론’에 근거한 질문과 언설에 대해 대행 선사는 깨달음에는 남자와 여자가 없고, 그러한 상(像)에 집착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비구와 비구니 사이의 차별적 위계 관계에 대해서 부처님 당시 인도의 상황 속에서 이뤄진 ‘시대적 방편’이었고 시대가 변하면 방편도 변해야 한다고도 설했다.

박 교수는 “독자적으로 깊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대중교화에 힘쓴 대행 선사는 비구 중심의 가부장적 계보 속의 선사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행 선사가 보여주는 젠더/젠더초월적 특성은 새로운 선사의 모델”이라며 “비구-비구니의 엄격한 분리 전통을 넘어서 비구·비구니를 아우르는 독특한 수행공동체를 형성한 점도 새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 만난 이들에게 마음의 꽃을 전달하는 스님
병원에서 만난 이들에게 마음의 꽃을 전달하는 스님

진리와 자비, 혁신과 개혁의 선구자

전문가들이 말하다

포교·불사 분야

 

한마음 주인공 관법을 통해 마음의 이치를 전하고 역동적인 전법포교의 행화를 펼쳤던 묘공당 대행 선사(1927~2012)는 불교계에서도 보기 드문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대행 선사의 전법 행화는 ‘한국불교 최초’, ‘선두’의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었다.

전문 학자들은 대행 선사의 전법·포교행을 ‘혁신·개혁불교’로 높이 평가했다. 근현대 고승 연구 전문가인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대행 선사의 행적에 나타난 혁신불교의 성격(2017)’에서 “대행 선사가 생애 전반에서 보여준 수행과 포교는 기존 한국불교계가 보여주지 못한 혁신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스님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약 30년의 기간을 세 단계로 나눠 분석했다.

첫 번째 단계는 1971년부터 대한불교회관을 한마음선원으로 개칭하기 이전 단계로 원주 상원사 불사(1960년대)를 마감하고, 안양으로 이전해 기반을 조성한 시기다.

두 번째 단계는 1982년 한마음선원으로 전환하고 조계종에 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종단 중심부로 진입한 시기이다. 이 기간은 스님의 포교 활동과 한마음선원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단계로 국내지원, 국외지원의 설립이 진행됐다. 특히 선법가 활동, 영탑공원의 가시화는 여타 사찰·단체에서 볼 수 없는 특이성이었다.

세 번째 단계는 1994년 〈현대불교〉의 창간부터 입적했던 2012년까지다. 이 단계에서는 스님의 가르침과 한마음선원이 불교계 중심부에 완전히 진입해 정상에 섰던 기간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그 어떤 사찰과 단체도 행하지 못하였던 불교계의 신문사를 설립, 경영한 주체는 누구였는가. 더욱이 비구니 스님이 신문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그 당시는 놀라움 그 자체”라며 “스님이 추진한 거사법회, 청년법회, 불교방송국 등은 불교계에서는 감히 시도할 생각을 할 수 없었던 신선한 불사였다. 소외자, 방관자였던 거사와 청년을 주체로 법회를 한 것은 CEO인 마인드라 아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행 선사의 불교혁신은 기복 및 경전 중심에서 참선 중심의 포교, 소외자 중심의 포교, 선법가로 지칭된 음악 포교, 서적 및 미디어를 활용하는 적극적인 포교, 일원상(一圓相) 수용, 참선의 독창성 등을 거론할 수 있다”며 “혁신적·파격적·특별한 시도는 그 자체가 혁신불교였다. 시대의 변화를 예견하고, 대중의 심성을 고려한 불법 생활화의 구현”이라고 주장했다.

박재현 동명대 교수는 ‘한국 근대 선불교의 개혁 노선과 깨침의 사회화(2019)’를 통해 근대 한국불교의 선지식인 만해 스님과 한암 스님의 불교개혁 방향을 정리하고, 대행 스님의 생애도 불교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음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행 스님이 1980년대부터 기존의 한국불교와 다른 방식으로 법을 펼치고, 포교활동을 전개한 것은 만해·한암 스님의 활동처럼 한국불교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만해 스님과 한암 스님이 근대기 한국불교가 모색했던 개혁방향을 대표적으로 제시했다면, 대행 스님은 현대와 미래의 한국불교 개혁을 위한 하나의 몸짓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 전국비구니회관 준공식에서 설법하시는 모습
2003년 전국비구니회관 준공식에서 설법하시는 모습

문화포교의 새 장을 열었던 ‘선법가(禪法歌)’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윤소희 위덕대 교수는 ‘한마음선원의 음악운용 실태와 미래방향(2020)’에서 한마음선원의 독창적인 선법가 구조를 분석했다.

윤 교수는 “선법가의 음악적 기량은 2011년 열린 한마음음악제에서 서양 관현악과 국악 관현악단, 피아노와 하모니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음악 재료가 총동원된 것에서 드러난다. 여기에 국내와 해외 지부서 다양한 국적의 참여자와 승가, 시각장애인 연주 등이 이뤄져 음악의 수행 및 사회활동으로의 전환도 시사했다”며 “음악이 지닌 정서 순화 치유 등 갖가지 효능 외에도 ‘같은 목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매우 크다. 음악 포교의 선두에 나선 대행 스님과 창작 및 지도에 참여해 온 재가자들은 시대를 앞서 창의적 역량을 발휘해 온 선구자로 평가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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