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정신 수호가 진정한 종교화해 이끌 것”
종교편향·불교왜곡 대응 종헌특위 위원장 선광 스님

선광 스님
선광 스님

“국민이라는 명칭 뒤에 숨어 개인의 종교적 신념으로 종교차별·종교편향을 조장하고 불교를 폄훼·비하해 온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합니다. 헌법에 규정된 종교자유와 종교로 인한 차별금지의 정신이 명확하게 지켜질 때 우리사회에 진정한 종교화합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중앙종회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장이자 조계종 범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선광 스님은 “부처님 자비사상을 따르는 불제자라고 해서 포용하고 용서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스님은 우리나라 종교차별은 짧게는 이승만 정권이 출범한 75년전부터, 길게는 억불의 시기였던 조선시대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 기나긴 역사 속에서 불교계는 포용과 자비, 인내와 희생으로 이를 감내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선광 스님은 “오랜세월 편향되고 편파적인 정책과 불교·스님들을 비하하고 비아냥거리는 문화 속에서 불교계는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생겨도 몇 마디 말로써 지적하고 사과를 하면 관대하게 넘어갔다”며 “그랬기에 오히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종교편향과 종교차별, 불교왜곡과 폄훼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랜세월 반복된 차별·비하
사회화합 해치는 수준 달해
자비·포용 더이상 해답아냐
승려대회는 근절 위한 결집
“불자들 참여·협력” 당부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 역시 그 연장선으로 봤다. 스님은 “그동안 문화재관람료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고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 대부분은 불교에 대한 정서가 좋지 않거나 다른 종교인을 중심으로 모인 경우였다”며 “사실을 왜곡한 채 사찰이 ‘통행세’를 받는다고 매도한 정 의원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우리 스님들은 단순한 폄하가 아니라 굉장히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발언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스님은 “정치인이 국민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반영한 목소리를 내선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는 불교계가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관련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자, 재차 국정감사에 나와 “댓글을 보니 국민들은 내 말이 맞다고 한다”며 국민정서를 운운해 불교계를 재차 분노케 한 것을 꼬집은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캠페인’ 역시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진행됐던 편향정책 중 하나였다. 

선광 스님은 “우리 불교계는 이런 식으로 국민의 뒤에 숨어 편향적 정책을 하고 불교를 비하했던 사안들을 무수히 많이 접해 왔다”며 “올해 추진 중인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는 불교계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잔존해 온 편향적이고 차별적인 의식들을 완전히 뿌리 뽑으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공교롭게도 올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불교계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불교계가 지금 나선 것은 이미 오랜세월 응축됐던 불편함이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적 신념이나 방향성과 관계없이 더 이상 이런 문화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모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스님은 불자들에게도 관심과 협력을 당부했다. 스님은 “헌법정신이 지켜지고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 다른종교인을 향한 배려가 있을 때 진정한 종교화합과 종교화해가 가능하다”며 “불교의 정법이 미래까지 면면히 이어질 수 있도록 불자들도 원력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불교계 결집, 종교감수성 제고 법석돼야”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는 오랜세월 쌓여온 종교편향·차별 행보에 대한 불교계의 자연스러운 저항운동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불교계 결집이 개별 사안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보다 큰 틀에서 우리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합니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이번 불교계 결집과 관련해 “종교감수성 제고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고 이번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캠페인’ 등 구체적인 사례로 표출됐다면,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가 이를 근절시킬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제언이다. 

유승무 교수는 불교계가 반드시 요구해야 할 방안으로 종교감수성 교육 및 제도화 방안을 짚었다. 유 교수는 “종교 감수성은 종교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감수성”이라며 “이는 내가 선택함으로 인해 배제되는 영역이 발생하고 또한 속하게 되는 영역이 있기에, 선택과 배제가 공존함을 아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종교감수성은 불교적 가르침 속에 이미 포함돼 있다. 때문에 불자들의 경우 연기적인 사고에 따라 이를 이해하고 관용과 포용의 자세로 다른 종교를 대해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다른 종교, 특히 근대화시기 한국 사회에 유입돼 급속히 성장한 신흥종교다. 신흥종교들이 갖고 있는 핵심적인 특징인 초월적인 절대신, 창조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은 불교적 가르침과 상충된다는 점에서 배타적인 교리가 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 유 교수는 “종교의 근간에 종교감수성이 약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는 점에서, 종교갈등을 해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이를 훈련하고 교육하면서 종교감수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인과 국가공무원 등 공적영역에서 활동하는 지도자, 지성인의 자질이다. 유 교수는 “이번 캐럴캠페인 논란이 불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이유는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 종교화합과 종교평화를 공적업무로 위임받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처였다는 점 때문”이라며 “불교는 그동안 이런 문제에 많이 둔감했고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고 당한 후에 사후약방문처럼 뒤늦게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한 불교계 문제의식에 공감대가 모이는 시점이 왔으니 더 이상은 그렇게 대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가 단일 사안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우리사회, 특히 공적영역에서의 종교감수성을 제고하고 제도화는 물론, 교육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가능하다면 공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공적직무와 업무에서의 차별적 언행이 어떤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지시키고, 종교편향·차별 행위가 근절될 시 사회통합과 갈등해소라는 실체적 이익이 실현될 것임을 알려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불교지도부가 어떤 요구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이웃종교 대한 이해부터 선행돼야”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종교 평화와 화합은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종교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이웃종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입니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은 수십 년째 반복되고 있는 종교편향 역사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병두 원장은 우리나라 종교 편향 정책과 차별의 역사는 1945년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7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한국과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 정부나 대통령은 겉은 모든 종교와 우호 관계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발생한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통령 개인의 종교에 따라 편향이나 훼불이 직간접적인 형태로 지속돼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차별을 당한 종교계는 정부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하며 압력을 넣기도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사회갈등이 증폭되는 것처럼 비춰지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공공영역에서 지도자그룹의 종교에 따라 일어나는 종교편향·차별 현상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띤다는 것이다. 장로대통령으로 대변되는 김영삼·노태우·이명박 정부 당시 전국 사찰에서 훼불 사건이 크게 증가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전국 지자체마다 지자체장의 성시화 발언이 논란을 빚었고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서 지자체장을 초청한 가운데 특정종교 기도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기도 했다.

이병두 원장은 “종교편향·종교차별 사안이 발생했을 때 정부에 압력을 넣어 불편한 정서를 표출하기 이전에 이웃종교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토대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리와 신앙의 형태, 종교단체의 특성에서 오는 차이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병두 원장은 “그동안 불교계가 종교 편향으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그것을 포용하고 이해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는 무관심이나 방관일수도 있고 또 몰랐기 때문에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병두 원장은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문제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불교계의 경우 이 같은 게 전무한 상황”이라고 재차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진정한 종교화합도 서로 알고 이해해야 가능한 것처럼, 우리사회의 종교편향·종교차별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이어지는 종교갈등 역시 그 종교의 특징을 알아야 해결이 가능하다”며 “이웃종교에 대한 교리와 역사 공부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의 경우 신부가 불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신학대에서 불교학 강의를 하는 경우가 다수다. 이 원장은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종교화합도 먼 나라 이야기”라며 “지속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종교편향·차별행위들에 대해 우리 불교계가 어떻게 대응해야 효과적인 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종교로 인한 싸움은 끝이 없고 서로에게 상처만을 남긴다”며 “종교평화라는 말 자체가 거론되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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