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화로 사회적 종교감수성 확대 필요

한국은 대표적인 다종교 국가
배타적 신앙·종교인식 있다면
종교 갈등은 당연한 현상일 뿐
근본적인 대안 없으면 반복 돼

2008년 봉행된 범불교대회는 정부의 종교편향·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규모로 치러졌다. 서울시청앞 광장을 가득메운 사부대중.
2008년 봉행된 범불교대회는 정부의 종교편향·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규모로 치러졌다. 서울시청앞 광장을 가득메운 사부대중.

한국사회는 명실공이 다종교국가다. 전 국민의 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으며, 종교 활동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9년 편찬한 종무행정백서에 따르면 한국에는 50여개 종교, 500여 교파가 존재하고 있다.

탈종교현상에도 여전히 사회, 문화, 정치 등 한국사회 전반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외면할 수 없는 수준이기에, 종교 갈등은 곧 사회갈등으로 이어져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미 헌법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①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②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종교편향·종교차별은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고 불교계는 상처는 여전히 누적되고 있다. 이승만 정부를 시작으로 여러 대통령을 거치면서 각 정권에서 발생한 각종 종교편향·종교차별의 피해자는 대부분 불교였다. 이승만 정부가 출범한 후 75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교계 화두는 종교편향이다. 불교계가 그동안 종교갈등을 포용하고 감싸 안아 온 대표적인 종교로 인식돼 온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지속적인 종교편향 행위를 규탄하기 위해 봉행된 ‘8.27범불교도대회’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설치되는 등 유의미한 변화는 있었다. 

2009년까지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을 위한 법개정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공무원 행동강령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련 법안 전반에 종교차별 금지조항도 추가됐다. 심지어 국가공무원법 제59조 2항(종교중립의 의무)가 신설되면서 ‘공무원은 종교에 따른 차별없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공무원은 소속상관이 이에 위배되는 직무상 명령을 한 경우 따르지 아니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명시됐다. 

정부는 2009년 5월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업무 편람’을 발간해 각급 기관에 배포했으며,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 매뉴얼까지 제작했다. 다만 정부의 공직자종교차별인식교육이 주로 하위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며 일회성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에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에 접수된 종교차별 사례는 2009년 77건으로 시작돼 매년 감소추세를 보였고 이를 통해 공무원 개개인의 종교차별 행위를 스스로 점검하는 예방·교육효과를 확인했다.

범불교도대회는 종교편향의 파도를 막아낸 방파제였다.

다름·차별 인정하는 종교 감수성
불교의 일방적 노력만으로는 안돼
제도화·사회적 공감대 조성해야
결집계기로 대대적변화 이끌어야

그러나 이 같은 노력과 변화에도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 공직자의 종교차별 행위는 완전히 근절되지 않고 우리사회 곳곳에서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드러나면서 불교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이유는 뭘까.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안국진 간사는 ‘한국 내 종교갈등 및 종교파별 상황 극복을 위한 제언’에서 “일반적으로 종교간 갈등이 종교간 교리나 이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과 달리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종교갈등은 종교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에 대한 상반된 이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특히 “해당 논란이 정부 및 공공기관의 관여 및 정책과 밀접히 연관돼 있기 때문에 종교차별 혹은 종교편향의 문제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불거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으로 인한 논란과도 일치한다. 종교음악인 캐럴을 국가기관이 앞장서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불교계 반발에 직면한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문화적 방안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캐럴을 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문체부의 시각이 드러난다. 

문체부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불교계 여론은 쉽사리 돌아서지 않았다. 그간 지속된 크고 작은 종교편향·종교차별에 대한 기억에 더해, “불교계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까지 이미 확산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불교계 인사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외 공식행보에서 가톨릭 신앙이 과도하게 표출되는데 대한 불편함을 얘기하는 스님들이 많았다”며 “여기에 주어사와 천진암 사례 등 지자체가 지원한 가톨릭 성지화 사업이 불교역사와 유적을 덮어씌우는 과도한 형태로 현실화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불편함도 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오랜세월 전통문화를 보존전승해 온 불교계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댓가는 치르지 않고 각종 규제들로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불편한 인식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찰 재정난이 본격화되면서 수면 위로 표출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그동안 불교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정부의 방역조치를 철저히 준수하면서 사찰의 희생을 감내한 모범적인 행보를 이어왔지만, 방역지침에 대한 반발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기독교계와 ‘종교계’로 묶여 동급의 취급을 받은데 대한 불편함이 적지 않았다. 여기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발언에 이어, 올해 정부 예산안에서 조계종이 요청한 전통사찰 및 문화재 보유사찰의 유지전승을 위한 추가예산이 사실상 묵살되면서 ‘다른 종교계가 실속을 챙길 때 불교계는 희생만 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2008년 봉행된 범불교대회는 정부의 종교편향·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한국불교 역사상 최대규모로 치러졌다.
범불교도대회는 종교편향의 파도를 막아낸 방파제였다.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종헌특위 위원장 선광 스님은 “정청래 의원의 발언은 그동안 불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갖고 계신 분들이 문화재관람료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데다가 그 스스로 기독교 신자라는 점에서, 스님과 불자들은 단순한 실수나 왜곡으로 보지 않는다”며 “공직자들이 헌법에서 규정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 종교중립을 수호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만 우리 사회의 진정한 종교편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금옥 순천대 前법학과 교수도 ‘공직자의 종교적 편향과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에 대한 논의’에서 “인권감수성의 부족 등으로 종교차별이 권리침해라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공무원의 종교적 편향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으로 공직자 직무수행시 준수해야 할 의무규정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위반시 관련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교편향·종교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대사회·대국민 차원의 종교인권 감수성의 확대에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국가정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공직자의 역할 및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공직자에게 일반 국민보다 고양된 종교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며, 나아가 우리사회에서 종교편향, 종교차별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 역시 상호 종교에 대한 이해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는 교리적으로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표현되는 종교감수성을 갖추고 있는 반면에, 신흥종교의 경우 초월신에 대한 신앙의 과정에서 절대적인 믿음이 배타적인 성향으로 이어져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국가지도자인 대통령이 특정종교일 때 종교편향이나 훼불사건이 상당이 증가해 왔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공역역에서 활동하는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종교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교육시스템이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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