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중흥’ 원력 아래 천막·노상 정진

2019년 11월 11일 천막법당 ‘아홉 스님’ 정진 결사 효시
인도 만행결사 계획… 코로나 창궐로 국토순례로 전환
자비순례·삼보사찰순례하며 불교중흥 원력 한데 모아

2019년 11월 11일, 시작은 아홉이었다. 눈과 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인 비닐하우스에서 동안거 정진을 하기로 한 아홉 스님들의 의지는 결연했다. 이들은 결사 정진의 시작을 이렇게 부처님께 고했다. 

“당신이 보리수 아래서 선정에 들며 맹세하듯 저희도 당신을 따라 맹세합니다.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말라버려도 좋다. 가죽과 뼈와 살이 녹아버려도 좋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저희의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곳이 한국의 붓다가야가 될 것입니다.”

조계종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무연·성곡·진각·호산·심우·재현·도림·인산 스님은 위례신도시 포교거점사찰 건립용지에 마련된 천막법당 ‘상월선원’에서 2019년 11월 11일부터 2020년 2월 7일까지 용맹정진을 진행했다. 

90일, 치열했던 수행 여정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퇴임 이후 2차례 백담사 무문관에서 동안거 정진을 했던 자승 스님의 “안거 한철만이라도 치열하게 정진해보자”는 제안으로 시작됐다.

본래 자승 스님의 처음 계획은 서울역에서 혼자 노숙 정진을 하며, 그곳을 배회하는 노숙인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로 대중들이 꾸려졌고, 장소도 다시 논의됐다.

서울역을 비롯해 종로 탑골공원 원각사지, 광화문이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여러 어려움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위례신도시 법당 건립 부지로 결정됐다.

이들 스님들은 천막법당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하루 한 끼 공양 △옷 한 벌만 허용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하고, 천막 벗어나지 않기 △묵언 등을 골자로 한 청규를 정하고 스스로를 가둔 채 수행에 매진했다.

아홉 스님들은 새벽 2시 기상해 죽비로 예불을 올리고 하루 14시간 정진을 이어갔다. 정진은 50분 참선, 10분 포행의 형식으로 이뤄졌다.

공양은 오전 11시 선방 배식구로 하루 한 끼 도시락으로 제공됐다. 도시락 내용물은 쌀밥의 경우 200g을 채 넘지 않았다. 과일의 경우 사과와 배 등 칼을 사용해 껍질을 벗겨야 하는 과일도 제외됐다.

극한 환경에서의 수행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진 대중의 정진력은 날카로워져갔다. 한 끼 공양마저 마다하고 곡기를 끊고, 두부 4쪽·방울토마토 3쪽·나물무침 2젓가락만 섭취하는 스님도 있었다. 

70여 일이 지날 즈음에는 대중스님 중 한 명이 의식을 잃는 응급 상황이 발생해 의료진이 출동했지만, 정신을 차린 스님은 “수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다시 정진에 들어가기도 했다.

2020년 2월 7일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회향하는 날. 결사를 이끈 자승 스님이 닫혀있던 천막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2019년 11월 11일 시작된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불교중흥의 기치 아래 만행결사 자비순례, 삼보사찰 천리순례로 이어졌다.
2020년 2월 7일 상월선원 천막결사가 회향하는 날. 결사를 이끈 자승 스님이 닫혀있던 천막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2019년 11월 11일 시작된 상월선원 천막결사는 불교중흥의 기치 아래 만행결사 자비순례, 삼보사찰 천리순례로 이어졌다.

아홉 대중 정진력, 결사의 힘
이 같은 아홉 대중스님의 정진력은 결사의 원동력이었고, 이는 대중들을 감화시켰다. 2019년 11월 11일 입재 이후 한 달여 만에 5만여 사부대중이 전국서 모여들어 결사에 동참했다. 회향까지 10만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험관에서 무문관 수행을 한 불자들도 110명에 달했다.

자원봉사와 보시도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이끌었다. 용인 대덕사 명선다례원은 매일 자비로 다과 물품을 구입해 선원을 찾은 대중에게 보시했고, 봉은사 사찰음식팀은 봉국사 공양간을 빌려 대중공양을 준비했다. 화장실·법당 청소 봉사자들도 매일 줄을 이었다.

‘상월선원’ 유튜브 채널과 밴드 개설·운영도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결사 모습이었다. 특히 ‘상월선원천막결사’ 유튜브 채널은 선원 일정 공지부터 정진, 회향 현장을 생생하게 불자들에게 전달했다. 스님들의 치열한 정진 모습은 <아홉스님>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돼 전국에 상영돼 화제가 됐다. 

인도로 만행결사…코로나 변수
상월선원 천막결사 회향 후 3개월. 새로운 만행결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상월선원 총도감 호산 스님과 지객 원명 스님은 2020년 5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월선원Ⅱ 만행결사’ 계획을 밝혔다.

‘상월선원Ⅱ 만행결사’는 2020년 11월 17부터 12월 31일까지 45일 간 인도와 네팔의 부처님 성지인 녹야원·부다가야·룸비니 등을 도보로 순례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총 거리 1080km, 하루에 평균 30km를 걷는 대장정이었다.

그만큼 하루 일정도 빈틈이 없었다. 당시 밝힌 일정에 따르면 결사 대중은 오전 3시 30분에 기상해 3시 40분 새벽 예불로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 예불 이후에는 오전 4~6시까지 휴식 없이 걸으며, 6~7시까지 아침공양과 휴식이 이뤄진다. 오전 7~11시까지 이뤄지는 걷기 정진은 50분 걷기 정진과 10분 휴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오전 걷기 정진을 마치면 오후 2시까지 점심공양과 휴식이 이뤄지며 휴식이 끝난 후 오후 5시까지는 걷기 수행이 이뤄진다. 오후 6시 30분 저녁 예불 후에는 밤 9시까지 개인 정진의 시간을 갖고 9시 30분 취침에 들어간다. 하루 동안 10시간 가량을 오롯이 걸으며 부처님의 삶과 가르침을 체현하는 것이다.

순조롭게 준비되던 상월선원 시즌2 만행결사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인도 만행결사를 위한 준비는 이어졌다. 상월결사는 11월경 인도 날씨와 가장 비슷한 2020년 7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예비순례를 진행했다.  

이들은 예정된 인도 만행결사의 일정과 똑같이 새벽에 일어나 걷고 모여서 토론했다. 하지만 인도로 가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국난 극복위한 순례로 전환
상월선원 만행결사 대중은 2020년 8월 27일 간담회를 열고 불교 중흥과 국난극복을 위한 500km 대장정인 ‘불교 중흥·국난극복 자비순례’ 계획을 처음 밝혔고,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순례를 진행했다. 

순례 일과는 공주 태화산 예비순례와 마찬가지로 새벽 3시 시작됐다. 예불과 몸풀기 체조 후 오후 4시까지 행선을 했으며, 식사는 길 위에서 해결했다.

예비순례와 가장 다른 점은 복장과 숙식이었다. 인도 만행결사와 비슷한 상황과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해 캠핑장에서 개인용 1인 1텐트를 이용해 숙박을 해결하고 빨래 등을 위해 1주일마다 한 번씩만 숙박시설을 이용키로 했다. 행선 시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됐고, 묵언이 이어졌다.

동화사에서 시작된 자비순례는 구미 신라불교 초전지-낙단보 마애불-문경새재-서울 봉은사를 거쳐 결사의 시작점인 위례 상월선원을 다시 찾으며 마무리됐다. 

순례단은 매일 수십km를 걷느라 힘든 와중에도 한국불교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도 가졌다.  10월 15일에는 문경 STX리조트에서 ‘상월결사의 시대적 의미와 과제’를 주제로 교계 안팎의 학자들이 동참한 가운데 대중공사를 진행했다. 10월 23일에는 양평 소노문리조트에서 2차 대중공사가 열렸다. ‘한국불교, 어디를 걷고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렸다. 

자비순례는 511km구간에 비구 스님 47명, 비구니 스님 9명, 우바새 13명, 우바이 13명 등 총 82명이 순례단으로 참여했다. 이중 62명이 21일 여정을 완보했으며, 기자 11명과 순례지원단 14명 등도 21일 과정을 함께 소화했다. 부분적으로 동참한 순례단원은 10명이었으며, 순례 1일참가자는 577명이었다. 이밖에 대구 동화사 신도회, 용주사 신도회, 중앙신도회, 동국대 의료원 등 수많은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자원봉사와 지원활동을 진행해 순례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한 인원은 9682명에 달한다.

그 후 1년 이번엔 三寶순례
1년 뒤인 올해 8월 26일 새로운 대장정 계획이 발표됐다. 상월결사는 이날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 일정을 확정 발표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불교의 기본인 삼보에 대한 예경과 이를 통한 불교중흥의 발원이 담겨 의미를 더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서 “삼보사찰 천리순례를 발원한 것은 불법승 삼보의 존귀함을 다시 한 번 알리기 위함이었다”며 “특히 승보사찰 송광사를 출발지로 삼은 이유는 승보의 의미를 훼손치 않기 위함이었다.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승보로 출가, 법보로 수행, 불보로 깨달음의 과정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10월 1일 송광사에서 출발한 삼보순례단은 사성암-화엄사-해인사 등을 거쳐 10월 18일 통도사에서 순례를 회향했다. 

이번 순례는 날씨와의 싸움이었다. 12일차부터 많은 비가 내림에 따라 우중행선을 펼쳤고, 대중들은 묵묵히 길을 걸었다. 이런 순례단의 모습에 지역주민들은 뜨거운 응원으로 화답했다. 

순례 코스마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이 진행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순례를 입재한 송광사에서는 괘불재가 봉행됐다. 송광사 괘불은 1961년 일섭 스님 등 13명의 화승이 조성한 것으로 60년만에 처음 대중에 공개됐다. 사성암에서는 ‘길위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스토리텔링 공연이 진행됐다.  

화엄종찰 화엄사에서는 화엄음악제가 열렸다. 화엄음악제는 명창 방윤수의 국악 공연, 여성타악그룹 도도의 퓨전국악 공연, 혼성중창단의 클래식 명곡 및 찬불가 합창 등이 펼쳐졌다.

지난 순례와 마찬가지로 한국불교의 과제를 살펴보는 대중공사의 자리도 마련됐다. 10월 14일 열린 포교콘서트에서는 순례단뿐만 아니라 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을 비롯해 종회의원스님, 일선 현장의 신행포교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불교중흥과 포교를 주제로 미래를 논했다.

10월 18일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순례를 회향한 순례단은 ‘중생 곁으로 움직이는 불교’를 서원하며 마무리했다. 

“한국불교의 변화를 위해서는 누군가는 변화의 깃발을 들어야 합니다. 저희는 날마다 그 자리 그대로 계신 부처님을 만났습니다. 함께 걸어서 행복했습니다. 저희는 중생 곁으로 움직이는 불교, 적극적인 불교, 친절한 불교로 나아가겠습니다.”

천막법당에서 시작한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국토를 도보순례하며 국난극복과 불교중흥을 발원하는 무차(無遮)의 법석으로 나아갔다. 2년의 여정은 걸음마다 변화와 중흥을 위한 서원이 담겼다. 그 걸음은 계속 이어진다. 상월선원 만행결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승보사찰 송광사에서 시작해 10월 18일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회향했다. 순례단이 불사리전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천리순례는 승보사찰 송광사에서 시작해 10월 18일 불보종찰 통도사에서 회향했다. 순례단이 불사리전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