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눈높이 맞는 수행·신행 개발을…

수행과 신앙은 연결될 필요가 있다. 신앙을 통해 신심을 고양시키고 수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재 불교에는 필요하다. 수행 대중화와 신행 고양에 대한 방안을 들어봤다.

사회적으로는 명상 열풍이 불고 있다. 올해만 해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여한 스키선수 제이미 앤더슨, 우리나라 여자 컬링선수팀인 킴스 등이 명상을 통한 마음의 안정이 좋은 성적을 이루었다고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한국불교의 전통에서 수행은 간화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수행하는 불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사찰의 모든 법회에서는 입정(入定)의 시간이 있고, 마음을 집중하여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수행방법이 실천되고 있다.

그리고 불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을 괴롭히는 고민거리들을 내려놓을 수 있다. 때문에 수행을 광의적으로 해석한다면 불자들은 매일 적극적으로 수행 체험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齋 익숙한 신도들 수행과 괴리
불자들 교육·수행 욕구 높지만
現 사찰·스님 충족 시도 전무해

교단 차원 수행 연구기관 설립해
쉽게 실천할 수행프로그램 개발
사찰 신도교육·법회 방식 변화도

수행·신행 괴리의 원인은
불자들의 신행활동과 전통 수행법이 일치하지 못하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 스님들의 수행방법과 신도들의 신행활동 사이에 차이가 있다. 스님들은 사자상승의 원리에 따라서 수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에 불자나 사찰의 신도들은 신라시대 이후부터 한국불교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재(齋) 의식과 염불수행에 익숙해져 있다.

둘째, 수행은 정신수양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는 반면에 불자들의 신행은 기복적 성격이 강하다. 이런 특성의 차이 때문에 수행과 신행 사이에 가치관의 차이가 생겨났다. 불자들의 현세구복적 신행활동은 사찰에서 봉행하는 재 의식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재 의식은 조상에 대한 효사상의 실천 유주무주 고혼에 대한 시식으로 공덕을 짓는 형태로 수용되었다. 본래 재 의식은 법회를 열고, 설법을 듣고 정진하기 위한 장으로 설행된 것인데 본말이 전도된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조선시대의 척불정책으로 인한 전통불교 사상과 수행체계가 위축되고 여기에 농경사회의 유습이 불교적 전통으로 습합되고 그리고 산업사회의 등장과 함께 성공과 행복에 대한 발원 등이 지속적으로 연계되면서 한국불교계는 수행불교의 본질과 다소의 괴리가 형성되었다. 그렇지만 불자들은 사찰의 신행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서 교육과 신행활동, 사회적 봉사와 조직화, 불교문화 전승 등의 측면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문제는 지금까지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 직면했던 것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인들은 예전에 보지 못했던 우울증·분노조절장애·불안감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로 인해서 불교의 전통적인 수행방법인 참선과 명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반면에 서양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하여 약물이나 정신과 치료, 심리상담 등으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서양의 의학적, 상담심리적 접근방법이 근본적 치유와 더불어 예방하는 성과를 완벽하게 거두지는 못하였다. 오히려 약물 남용과 중독 문제 발생, 예방보다는 치료적 결과에 관심을 둠으로써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효과적인 자가치유 방법을 모색하던 연구자들이 불교의 명상법에서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의 명상 붐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각 사찰에서는 전통적인 법회방식, 재 의식 등에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종교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서 법회에 동참하는 불자들이 급감하고, 사찰의 신행활동도 외면받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교리·수행 연계 체계 필요
불자들이 전통적으로 해온 염불·주력·기도·절·간경 등의 신행활동이 좌선·간화선·선정수행·명상 등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방법이라고 해도 동참하는 불자들이 어떤 동기와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신행에 머물거나 수행과 연계되기도 한다. 현재 불교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신행활동과 수행방법 사이를 연계시킬 수 있는 교리적 근거와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초기경전에서 부처님은 <대념처경>의 가르침을 통해서 신행활동을 수행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대념처경>에서는 신수심법의 사념처(四念處)를 통해서 현상을 관찰하고 변화를 인식함으로써 공(空)과 중도(中道)의 이치를 체득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궁극의 열반, 조건과 취착에서 벗어난 행복에 도달하도록 사법인(四法印)을 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을 쉽게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참회를 통해 업장을 소멸하고 선근을 증장시키는 사정단(四正斷)을 강조하고, 의욕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진을 통해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도록 사여의족(四如意足)을 설하였다.

그리고 깊은 선정을 체험하도록 사선정(四禪定)을, 지혜로운 삶을 완성하도록 사성제(四聖諦)를 제시하였다. 선정 체험을 심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일곱 가지 깨달음의 고리인 칠각지(七覺支)를, 그리고 삶 속에서의 실천을 위해 팔정도(八正道)를 교설하였다. 또한 불교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무너지지 않는 네 가지 청정한 믿음인 사불괴정(四不壞淨)으로 물러남이 없는 확고한 신심을 갖추도록 이끌어 주었다.

한국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이나 남방불교 수행전통인 위빠사나도 이러한 부처님의 설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수행자들이 생활하는 시간과 공간의 차이에 의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변화되었을 뿐이다. 또한 수행자의 체험과 지도방식에 의해서 다양한 차이점들이 나타났다. 그렇지만 우리 불교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와 대응방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수행 대중화를 위해서는
최근 불교계에서는 금강선원을 비롯한 17개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명상지도자협회를 설립하고 실참 실수를 거쳐서 명상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활동은 시의적절한 활동으로 불교명상의 사회화에 크게 기여하는 바 크다. 다만 참여단체의 명상법과 활동 목적이 다양하기 때문에 불교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면서도 체계화된 수행체계, 사회적 활동 방법 등의 측면에서 연구해야할 과제가 많다고 본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는 불교명상을 체계화시킬 수 있는 경전적 근거를 확립하고 이를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종합적인 독송자료를 만드는 일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독송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수행방법이 체계화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신행과 수행의 괴리감을 쉽게 좁히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단적 차원에서 해야 할 첫 과제는 불교수행을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일이다. 현재는 전통 수행방법을 응용하고 실참하는 단체는 있으나 전문적인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전문가가 집결되지 못하고 있다. 간화선의 경우에도 수행에 참여하는 스님들은 연간 약 2000여 명이 넘지만 그 수행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결집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전통 수행을 계승하기도 어렵고, 새로운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대중화된 프로그램을 불교적 관점에서 검증하기도 어렵다.

둘째는 불자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명상수행에 기반한 신행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통적인 참선, 간화선과 연계되도록 점차적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인도·미얀마·태국·베트남·티베트 등의 종교단체들이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고 이미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화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매우 쉽고, 대중화될 수 있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명상법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불자의 신행과 스님들의 수행이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 있도록 신도교육과 사찰의 법회 프로그램 등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불자들이 신행활동이 법회와 재 의식 등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의례적인 특성이 더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수행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불자들이 많지 않다. 따라서 기존의 염불·간경·주력 등도 명상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체계화하면서 체험자들이 간화선을 배울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명상 붐은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불교계에서는 매우 새로운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적극적으로 그리고 지혜롭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성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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