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4색 전문가에게 듣는 수행 대중화 방안

간화선을 비롯한 수행을 대중화하는 것은 현재 한국불교가 가진 큰 화두 중 하나다. 이 같은 화두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정리= 신성민 기자

“禪·敎 겸비 수행자 필요… 참불교는 간화선에 있다”

서울 참불선원장 각 산 스님

“종교(Religion)는 신앙·도덕·진리가 부합돼야 합니다. 특히 진리는 과학적이며 사실적이어야 합니다. 사성제와 팔정도를 이야기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참선입니다.”

서울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은 사회에 유행하고 있는 여러 명상법과 참선의 차이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재가불자 중 간화선 수행자가 4%에 불과하다는 통계에 대해서는 ‘많은 수치’라고도 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제방 선원의 수좌들이 외부 법회를 많이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수행자가 있는 것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각산 스님은 간화선 대중화를 위해서는 3가지 요소가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도사(道士)·도반(道伴)·도량(道場)이 그것이다. 깨달은 수행자가 있어야 대중들에게 가르침을 전할 수 있으며, 뜻을 함께 하며 정진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절차탁마할 공간과 교단이 형성돼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세계 어느 나라 불교를 살펴봐도 도사·도반·도량, ‘3도(三道)’가 여법히 갖춰진 곳은 한국밖에 없습니다. 세계불교를 살펴보면 각자의 전통수행만 했지, 한국처럼 복합적인 수행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최고 실력의 도사와 도반들이 갖춰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스님은 교단 차원에서 좋은 참선지도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단과 수좌회가 함께 현대에 맞는 참선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출가수행자는 기도를 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기도를 해야 합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출가를 했으면 10년 동안은 하산하지 말고 오롯이 자기공부와 수행에만 전념해야 합니다. 이론과 실참을 겸비한 교관쌍수의 도사가 돼야 남을 지도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종단은 수좌회와 함께 현대인에게 맞는 간화선 프로그램과 수행 지침서를 개발해야 합니다. 현재는 서로 융화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많고, 이를 빨리 개선해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 참선지도자협의회를 창립하는데 종단과 사부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교리·수행 교육 병행하는 신행불교대학 설립 추진”

조계종 포교부장 가 섭 스님

“이제 스님들도 신도에 대한 시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사찰에 오는 보살이나 거사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신행자·전법자로 보고 그에 맞는 지위와 권한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신행·수행체계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조계종 포교부장 가섭 스님은 신도에 대한 인식을 변화해야 정체된 불교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를 기반해야 신도들의 수행 환경이 진일보한다는 것이다. 이어 현재 신도교육 과정에서 수행 과정이 부재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신행불교대학’의 설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자들이 신행과 수행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것이 신행·수행인지를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종단 차원에서 수행을 정의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찰불교대학에서 참선·염불·간경·절 등의 수행법을 안내하거나 수행이 개인 차원에서 자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이 전무합니다. 대부분 교리 과정 위주입니다. 이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게 현재 7대 포교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행불교대학’입니다.”

일선 스님들의 역량 강화도 주요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또한 종단 차원의 통일된 교안들의 개발도 시급하다고 봤다.

“현재 조계종 교육원 연수 중에는 사찰지도자 과정이 있습니다. 이는 공찰 주지로 임명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사찰 운영에 관한 내용만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포교원에서 기획하는 것이 ‘신행지도자 과정’입니다. 신도 상담·수행 지도·조직 관리 등을 교육해서 주지 부임시 신행을 지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량을 배양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한, 스님들이 체계적인 지도가 가능하도록 신도 지도 교안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 생활에 대입해 쉽게 실천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교안을 종단 차원에서 개발해야 합니다.”

학인·신도교육 수행 부재 … 스님부터 ‘명상지도자’돼야

동국대 강사 일 중 스님

“물질만능주의 사조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정신적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병리적 증상이 바로 ‘정신적 공허함’입니다. 명상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요한 수행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음의 중심감·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현대인에게 명상이 필요한 이유죠.”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20여 년을 수행하고 현재는 동국대에서 학생들에게 수행을 가르치고 있는 일중 스님은 수행의 필요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일중 스님은 모든 수행에 명상적 요소가 있음을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기 때문이다.

“수행의 범위를 넓게 보면 모두 명상적 요소가 있습니다. 사경·간경·절 수행을 하며 순간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 곧 명상입니다. 일종의 동선(動禪)인 것이죠.”

그럼에도 재가불자들이 수행을 하지 않는 것은 스님들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사시예불, 기도 등 의례 중심의 신행생활에 스님과 신도 모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우선 스님들이 관련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중 스님은 학인과 신도 교육 과정에 수행이 부족함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일선에서 활동하는 스님들이 ‘명상지도자’로 거듭나야 함을 강조했다.

“현재 재가불자들을 위한 불교대학의 커리큘럼에는 수행이 없습니다. 학인 스님들을 가르치는 승가대학에도 수행과목이 적습니다. 이론과 수행을 함께 가르쳐야 하는데 현재는 괴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다보니 포교 일선에 있는 스님 중 수행을 가르칠 견문을 가진 스승이 적습니다. 수행 대중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스님들에 대한 교육입니다.”

이와 함께 일중 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수행 포교 분야에 대한 종책적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수행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모의 도량이 필요합니다. 최근 공동체가 시대적 트렌드입니다. 스님들이 수행공동체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종단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스님과 재가가 서로 수행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행 전문가 양성 필요… 종단적 교육안 마련해야”

박 희 승 성철선사상연구원 교수

“1990년대 말 IMF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더 이상 사람들은 기도와 기복만으로 자신의 삶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됐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불교는 자신의 본래자리인 ‘수행’에서 길을 찾아야 합니다.”

박희승 성철선사상연구원 교수는 불교의 근본이 ‘수행’에 있음을 강조하면서 말머리를 풀었다. 그러면서 기복과 교리 강좌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불교 신행방식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일반인과 재가불자들의 요구를 대응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사실, 일반인부터 재가자까지 수행의 욕구가 없지 않습니다. 명상 붐을 봐도 이를 알 수 있죠. 문제는 불교의 현실 상황입니다. 우선 수행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또한, 교단적으로 통일된 수행 교재나 프로그램들도 없습니다. 인력과 교육프로그램들이 부재하다보니 수행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 교수가 수행 대중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 것은 이론과 실참을 병행한 전문인력의 양상이다. 또한 불교에 내재한 다양한 전통 수행에 대한 교육 체계 정립도 과제로 꼽았다.

“간화선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론과 실참을 겸비한 전문인력이 부족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와 함께 각 수행법에 대한 연구와 분석들을 진행하고 현대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일선 사찰들에 보급해야 합니다.”

박 교수는 ‘바른 불교관’ 정립 역시 주요한 과제임을 제시했다. 이는 자신의 수행만이 최고임을 주장하는 현재 불교 풍토에 대한 쓴소리다.

“불교의 수행법은 모두 중도연기의 존재원리와 무아와 공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를 알아가는 과정이고요. 나의 공부와 수행이 최고라면 다른 수행법들도 모두 최고의 수행법입니다. 바르게 불교를 신앙하고 수행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비로소 수행이 바로 설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