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나를 변화시키는 첫 걸음

서울 강남 참불선원의 5일 집중수행 전경. 선원장 각산 스님과 재가 수행자들이 좌선하며 화두를 참구하고 있다. 현재 신도교육은 교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행 교육과정의 병행이 요구되고 있다.

불교는 수행의 종교다. 이에 대해서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수행은 불교가 자력신앙이며, 다른 종교와는 차별점을 갖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정확하게 말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가 답이다.

불자 70% ‘수행 안 한다’ 응답
‘수행 방법 모른다’ 이유 다수
신도교육 교리·신행 연결 부재
눈높이 프로그램 개발 필요해

현실 불교, 수행의 종교일까?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3년 발표한 ‘한국의 사회·정치 및 종교에 관한 대국민 여론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불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실천 중인 수행·기도법 유무에 대한 질문에 29.6%만이 수행법이 있다고 답했으며, 70.4%가 수행법이 없었다. 반면 타종교인들은 39.1%가 수행을 한다고 밝혀 불자보다도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수행을 한다고 밝힌 불자들은 대부분 염불과 호흡명상(21.3%)을 선호했으며, 경전 읽기(18.7%), 봉사(12%), 절 수행(9.3%)이 뒤를 이었다. 조계종의 수행법인 간화선은 4%만이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불자들이 수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수행하지 않는 불자들은 ‘수행하는 방법을 몰라서(32.0%)’가 가장 높았으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29.2%)’와 ‘수행이 어려워서(18.5%)’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일반인 수행 욕구 늘어나는데
한국 사회가 비종교인이 절반을 넘은 탈종교화 사회이지만, 반대로 일반 대중의 수행에 대한 욕구는 늘어나고 있다. 

탈종교화 현상인 세속화와 탈제도종교화에 기인하지만 ‘명상의 대중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갤럽이 2015년 발간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 따르면 ‘마음 수련 참여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25%가 불자였고, 개신교인이 33%로 가장 많았다. 가톨릭은 23%로 비슷해 모두 대동소이한 수치를 보였다. ‘종교보다 개인적 수련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에는 불자가 33%로 가장 많았고, 개신교인은 25%, 가톨릭인은 29%였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한국인들의 신앙이 제도 종교 중심의 신앙 생활에서 개인 중심의 신앙 생활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명상의 대중화는 일견 불교에는 큰 기회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는 않다. 참선이나 명상 수행이 특정 종교나 종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교적 영성·신행·실천이 없는 명상이나 유사불교 수련은 도리어 종교의 사사화(私事化)·세속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김성건 서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의 미래:사회학적 전망’에서 “글로벌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적 변동은 △제도 종교에서 소비적 영성으로 전환 △종교의 사사화와 상품화로 요약된다”면서 “이는 종교인과 종교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성찰적 신앙에서 세속적 건강과 부(富)의 숭배로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어긋난 욕구를 바로 잡기 위해
수행은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이며, 나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가치관을 생성하는 과정이다. 부처님의 정법(正法)을 전하기 위해서도 올바른 수행의 대중화는 필요하다.

물론, 수행 대중화를 위한 불교계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조계종 교육원은 전국선원수좌회와 협의해 ‘간화선 지침서’ 편찬을 추진했고, 2005년 〈간화선-조계종 수행의 길〉을 간행해 2만권 이상 출간하는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노력이 없고, 2010년 이후에는 종단 차원의 간화선 종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명상 포교 현장 지도자들이 네트워크를 위해 지난 2015년 4월 한국불교명상지도자협회를 출범한 점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일반 재가불자들의 호응이다. 이들에게 수행을 대중화시키기 위해서는 입문부터 발심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불교대학의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불교 개론·불교사·종단사·경론 등 교리에 치중돼 있다. 참선을 비롯해 절, 염불, 간경 등의 수행법을 배우거나 실습할 수 있는 과정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조계종 포교부장 가섭 스님은 “교리 강좌는 어느 정도 수준을 가진 불자라면 대다수 수강했을 정도로 시스템화 됐다. 이젠 신행 과정이 별도로 교육 커리큘럼화 돼야 한다”면서 “현재 포교원 차원에서 신행불교대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수행 대중화를 위해 종단 차원의 사부대중 수행체계 정립과 이 같은 종무행정을 담당할 수행 전문 부서와 기구 설립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조계종의 수행 현황부터 역사와 전통, 문제점과 전망·과제까지 총체적으로 짚어낸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의 <조계종 수행 현황과 과제 연구 보고서(2016)>는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는 “종단 차원의 수행체계와 이에 맞는 수행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는 사이 다양한 유사 종교 수련단체들이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불자들이 사찰이나 부처님 교법서 마음의 고통을 해결 못하고 종단 밖의 수행·수련 단체로 가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면 그것은 불교와 종단의 본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종단 수행 포교 과제로 △종단 사찰과 포교당의 시민선방 현황 파악 △종단 차원 신도 수행프로그램·교재·지침서 개발 및 발간 △수행지도자 양성 △종단 사찰 재가선원에 프로그램·교재 제공해 수행 입문 및 심화과정 운영·관리 △종단 차원 수행 전문 사이트와 전문 집중 수행센터 운영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종단 수행 종책에는 수행이 무엇이며, 목표와 수행 방법, 효과를 담아내면서 프로그램 교재, 매뉴얼 개발과 보급, 지도자 양성 방안, 국내외 수행센터 운영과 지원 방안을 담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종단 지도부와 제방 사부대중은 종단 수행체계의 정립과 실천을 위해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행의 다양화를 위해 상호 수행에 대한 존중도 필요함을 역설했다. 보고서는 “조계종은 간화선을 종지로 수행하지만 염불·주력·간경 등 기타 수행법을 인정·수용하고 있다”면서 “묵조선도 위빠사나도 모두 중도연기, 무아, 공을 바탕으로 한 수행법이다. 이제 상호 수행법을 존중·배려하며 더불어 함께 시대에 맞는 종단 수행체계를 정립·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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